전국철도노동조합의 총파업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여론은 비교적 호의적이지만, 파업이 계속 이어진다면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국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아마도 이번 파업은 역대 최장 파업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름에 이미 한국철도의 전반적 상황에 대해 몇 가지를 기술한 바 있다. 여기서는 철도와 파업과 연결된 쟁점 가운데 핵심 쟁점 몇 가지를 골라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파업 자체: 관전 포인트
철도파업은 다른 파업과 다르다. 현대자동차의 파업과 철도파업을 비교해 보라. 자동차 공장이 파업으로 멈추면,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회사측이며 이외에는 차량을 이른 시일 내로 양도받기로 했던 소비자나 협력 업체 정도다. 현대자동차가 대기업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파업 때문에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반면 철도 파업으로 철도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면, 해를 입는 사람들은 하루에 320만 명(2013)에 달하는 철도 이용객이 된다. 매일같이 이용하던 열차가 결행하거나 지연된다고 생각해 보라. 몇 분씩만 더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수백만 명의 몇 분은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 열차 내부가 극히 혼잡해지는 것은 덤이다. 정부 당국도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으니 책임을 면할 수 없고, 기업들은 도로로 운송하기 곤란한 화물을 수송할 대안을 잃게 된다. 따라서 철도와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결국 전 국민이 철도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병원 파업이 전면적으로 이뤄진다면, 응급 환자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철도가 멈추면 수백만 명의 일상에 차질이 생긴다. 필수유지업무를 지정해 파업의 규모를 제한하도록 만든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파업이 벌어지면, 필수유지인력 이외에, 대체인력이 열차에 승무하는 경우가 많다. 파업 와중에 기관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 인원 가운데 철도공사 관리직은 물론 은퇴자, 군인, 학생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열차 운전이 미숙할 수밖에 없고, 정규 스태프가 아닌 인원을 긴 시간 동안 운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점점 열차 운행이 축소될 것이고, 12월 둘째 주에는 비교적 운행 횟수가 유지되었던 고속열차와 수도권전철 운행도 날이 가면 갈수록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다.
철도 파업이 모두의 패배로 끝나는 것은, 폭동이 발생할 경우다. 70년대 일본 구 국철이 서서히 침몰해 가고 있을 무렵, 끝없는 태업과 파업으로 인해 안 그래도 복잡한 일본의 수도권 전철은 혼잡과 지연의 극에 달해 있었다. 당시의 혼잡도는 파업을 하지 않을 때에도 푸시맨이 사람을 쑤셔 넣어야 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수준이었고, 파업으로 이 혼잡은 더 심각해진다. 혼잡과 지연을 견디지 못한 군중이 직원을 폭행하고 철도역을 파괴한 폭동이 여러 차례 있었고, 국철 노조에 대한 지지는 땅에 떨어지게 된다.
물론 일본의 70년대는 좌익 과격파의 여러 투쟁으로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적지 않았던 시기였고, 반면 2013년 한국은 어느 정도 철도노조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다. 하지만 열차 운행이 극적으로 감소하는 한편 눈까지 덮쳐 수도권 전철 운행이 완전히 파행으로 무너질 경우,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다 흥분한 군중이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혈사태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파업에 단순히 지지를 보내는 태도는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특히 이번 파업은 겨울에, 폭설의 부담을 안고 진행 중이다. 철도노조로서도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반값만 받고 운행되고 있으며, 평소 운행 우선순위가 가장 떨어지는 부분인 화물 부분에 대해 가장 강경한 투쟁 노선을 취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20년 이상 한국철도의 화물 부분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지금도 화물열차는 굴리면 굴릴수록 손해다. 파업으로 인한 인력 부족에도 화물열차를 30% 이상 굴리고 있다는 점은, 철도 운영사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의 정책적 필요만으로 철도 운용이 독단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게다가 사측은 복귀자를 화물 열차로 우선 배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사회의 결정뿐만 아니라, 이렇게 무리하게 화물열차를 굴리는 방침 역시 배임의 혐의가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민영화와 ‘철도 공공성’
‘민영화’ 조치의 핵심은 앞선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소유권 이전이다. 수익 사업이 아니었던 사업을 수익 사업으로 바꾸는 조치가 민영화라는 오건호의 주장이 신문 지면을 탔지만, 학계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민간이 사업을 운영해 그 수익을 수취, 사용할 전적인 권리를 가진다면 민영화가 된 것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민간자본은 이른바 “수서발 KTX”를 운용할 운영회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점만 보면, 철도공사의 주장이 맞다. 아직 민영화의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 정부 당국은 현재의 안전장치를 우회하여 새 철도 운영사를 민간에 매각할 수 있다. 회사 정관에 의해서 막든, 법률에 의해 막든 난이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단 철도공사와 분리되어 있으며 지분도 나뉘어 있는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적어도 철도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노선을 분할해 매각하는 일에 비해서는 쉬운 일이다. 수도권 고속선 별도 운영법인 설립은 명백히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절차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민영화가 정말로 중요한 문제인 이유는 무엇일까? 철도 공공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공공성’처럼 추상적인 말은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철도 공공성’을 더 구체적으로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측면은, 전국을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로 연결해 준다는 점, 그리고 운임을 소득 재분배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민영화는 전자의 가치를 전적으로 훼손하고, 후자의 가치는 부분적으로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20년 전부터, 철도 민영화론자들은 노선별로 법인을 분리 설립하여 회사를 매각하라는 주장을 했다. 철도를 여러 개의 법인으로 쪼개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한 가지는 철도 운행이 이뤄지는 단위대로 사업체를 분리해야 한 지역의 열차 운행 비용을 다른 지역에서 짊어지게 되는 불공정한 경우, 또는 부실한 사업 부분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 마디로 지역별/부분별 투명성 때문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덩치 큰 전국 또는 전체 철도망에 비해 덩치가 작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다는 데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논거는 철도에 적용하기 힘든 공허한 목표이며, 두 번째 논거는 그저 권리를 매입할 민간 측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방침이다. 물론 철도가 여러 조각으로 분할되지 않으면, 민간이 철도를 매입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작다.
지역별/부분별 투명성이라는 목표가 공허한 이유는, 한국철도의 성격 때문이다. 먼저 지역별 투명성이라는 목표가 한국철도의 공간적 네트워크와 얼마나 서로 잘 부합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부분별 투명성이라는 목표가 철도산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분별 연결을 잘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주도록 하겠다.
지역별 투명성은 한국철도의 지리적 네트워크 구조를 감안하지 않은 목표다. 한국 지역간 철도의 핵심은 거대 도시 서울에서 출발하는 두 개의 가지에서 갈라져 나가는 노선이다. 두 개의 가지란 경부선 계통과 중앙선 계통이다. 이들 가지는 각각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부, 장항, 호남, 전라선 일반 열차(새마을, 무궁화)는 대부분 서울의 수색 기지에 소속된 객차로 운행 중이다.
물론 두 개의 네트워크는 충북선, 경북선, 대구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양측을 연결하는 열차도 하루 수십 편(화물 포함) 운행 중이다.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덕분에, 한 지역의 열차 운행 비용과 다른 지역의 운행 비용을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힘들다. 아예 최근 철도공사에서도 노선별 실적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런데, 노선을 분리해서 철도가 제대로 굴러갈 가능성은 없다.
저밀도 지역 선구 역시 이런 유기적 운영에 보탬이 된다. 예를 들어 화물 수송에 큰 역할을 하는 충북선이 그렇다. 이 노선은 대도시 청주를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강원 지역의 시멘트를 경부선으로 실어 나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저밀도 농촌 지역을 다니는 열차 승객이 고밀도 대도시 지역을 다니는 열차 승객에게 빌붙어 먹는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꼭 정당한 것은 아니다.
물론 정말 한산하고 철도망에서도 큰 역할을 하지 않는 철도 노선은 재정의 도움까지 받는 것이 사실이다. ‘공익서비스의무(PSO)보상금’을 받는 노선은 지역간 소득 재분배를 위한 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단, 철도공사는 PSO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분별 투명성이라는 목표는 철도산업 자체의 구조를 감안하지 않은 목표다. 사업 부분별로 채산성을 명확히 드러낸다는 목표도 건전하다고 보기 힘들다. 철도는 여러 모듈이 결합된 시스템이지만, 직접 서비스를 받아 영업으로 인한 현금이 유입되는 곳은 오직 여객과 화물 부분뿐이다. 차량 정비나 보선 부분은 직접 돈을 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게다가 화물과 여객이 서로 다른 기관차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철도의 사업 부분을 엄격하게 분할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잡아내겠다는 선언 역시 철도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민영화론자들이 주장하는 철도 분할은 지리적, 산업적 네트워크를 반영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철도 분할을 할 경우, 전국 철도 및 철도 산업을 통합된 네트워크로 매끄럽게 운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철도가 소득 재분배에 기여하는 면에 대해서는 세간의 오해가 있다. 이 기능을 할 수 있는 장치 가운데 재정으로 주어지는 공공서비스의무(Public Services Obligation) 보조금은 민간 사업자에게도 얼마든지 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민영화 때문에 훼손될 종류의 철도 공공성이라고 볼 수 없다. PSO 지급 대상은 동해남부, 경전, 정선, 진해, 경북선 등의 지방 선구와 수도권 전철의 노인 무임 수송이다.
다만 이들 지급 대상에 대해, 국토부는 제대로 된 값을 치러 주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오병윤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사가 계산한 PSO 사업의 비용은 약 5천억 원에 달한다. 국토부가 다시 정산한 액수는 약 4천억 원이다. 하지만 실제 지급액은 약 3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토부 정산액을 기준으로 해도 철도공사는 받아야 할 PSO 보조금 가운데 25%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PSO를 통한 공공성 실현의 방해물은 민영화보다는 오히려 국토부라고 할 수 있겠다.
민영화로 인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재분배는 바로 무궁화호와 화물열차의 낮은 운임을 통한 재분배다. 이들 열차가 최근 몇 년간 사실상 반값열차로 운행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이들의 적자를 고속열차에서 얻은 흑자로 메울 수 있었다는 점이 철도 민영화 관련 논쟁이 다시 가열된 이래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바로 이 적자 메우기는 일종의 소득 재분배로 기능하고 있다.
또 이런 재분배는 PSO와 다르다. 무궁화호와 화물로 인한 적자는 열차 운행이 많은 경부선에 집중되어 있고, 고속열차 역시 경부선에 집중되어 있으며. 따라서 철도 운임으로 인한 소득 재분배는 고속열차를 타는 장거리 비즈니스객과 무궁화호를 타는 광역 통근객 사이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부선 축 위에서 일어나는 재분배란 곧 사실상 같은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계층 또는 이용 빈도에 따라 일어나는 재분배로서, 재분배 재원과 재분배 대상 사이의 지리적 거리가 매우 짧다. PSO와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형식의 재분배는 승용차(유류세, 도시철도채권)로부터 대중교통으로 향하는 보조와 비슷하다. 조금 비싼 수단에서 걷은 ‘공적 자금’을, 조금 싼 수단으로 넘겨주는 방식이다. 이런 재분배를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 기초는 고속 열차와 무궁화호∙화물열차가 단일한 회사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철도 민영화는 여객 부분을 하나의 회사를 유지한 채 진행하기보다는 여러 부분으로 분할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재분배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비싼 수단이 싼 수단을 보조하는 부의 재분배는 민영화를 통해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물론 이런 재분배가 화물열차에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 화물열차를 이용하는 화물은 시멘트, 철강 회사와 같은 대규모 제조업 기업이나 해운용 컨테이너 하나쯤은 쉽게 채우는 비교적 규모가 큰 제조업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고속철 객이라고 해도, 이들을 보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경부 기존선을 화물 수송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고속철 건설 당시의 논리에 비춰보면, 화물열차 이용자들이 고속철 건설부채를 부담하게 만드는 방안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즉 화물열차가 고속철 운임을 분담하는 것이 실은 더 적절하다. 어찌 되었든 화물열차는 현재 운임만 받아서는 반값열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운임 상승이 있어야만 한다. 만일 보조가 필요하다면, 무거운 화물을 덜 수송해도 되기 때문에 편익을 입는 도로 이용객에게서 보조를 끌어와야 할 것이다.
핵심은 이렇다. 세간이 말하는 철도 공공성이란, 전국에 분포해 있는 철도 노선과 차량을 하나의 네트워크로서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 그 자체, 그리고 소득 재분배 기능 이 두 가지로 묶을 수 있다. 그런데 철도 민영화는 무엇보다도 철도 사업자를 여러 조각으로 분할하는 것을 그 주요 방법으로 한다. 그러나 철도 분할 민영화는 두 가지 ‘공공성’ 가운데 어떤 쪽에도 기여할 수 없으며, 지금 진행되는 철도 분할은 민영화의 전 단계다.
한국철도의 미래: 새 노선의 영업권은 어디로?
앞서 서울에서 출발하는 철도 노선은 두 개의 가지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경부선과 중앙선은 한국 철도의 두 축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서 출발하는 세 번째 철도 가지가 생겨나고 있다. 바로 이 가지가 “수서발 KTX”, 수도권 고속선이다. 수도권 고속선 자체는 물론 60km 길이에 불과한 경부고속선의 지선이다. 그러나 수도권 동남부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몇 가지 추가되고 있고, 그것들을 수서역에 모두 집결시킨다면 서울을 빠져나가는 새로운 철도 가지가 하나 더 생겨나게 된다.
수서역에선 현재 수도권 고속철만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판교까지 올라오는 중부내륙선(이천, 여주, 충주, 문경 방면으로)을 수서역에 연결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다. 중부내륙선은 김천에서 경부선과 만나며, 지도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김천에서 진주를 잇는 남부 내륙 철도로도 연결될 것이다.
또 수서역에서 중앙선 방면으로 철도를 연결시키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평창 방면 고속철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문건에서 언급된 수서역 ~ 양평 용문역 사이의 철도나, 비록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떨어졌지만 언제든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여주~원주간 철도를 활용하면 수서역에서 출발한 열차를 강원도로 보내는 데 어떠한 어려움도 없다.
수서역은 철도 투자의 성과가 드러날 10년 뒤 시점에는 경부선, 중부내륙선, 중앙선 방면으로 모두 향할 수 있는 철도 거점이 될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에서의 동서울 톨게이트와 같은 위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삼성역에 고속철이 개통되어 수서역과 연결되면, 수서역으로 모여든 세 번째 철도 가지의 역할은 더 강화될 것이다.
국토부는 아마도 이 세 번째 철도 가지가 자생력을 가지고 전국 철도망에 끼어들 수 있는 사업자를 구성할만한 최소한의 크기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이 판단은 예상 승객 면에서는 타당할 것이다. 수서역∙삼성역의 배후에 있는 서울 강남권에는 제대로 된 철도가 없었다. 이들은 대구나 부산처럼 먼 곳까지는 철도를 이용할 동기가 충분했지만 천안이나 대전처럼 가까운 곳을 철도로 이동할 이유는 없었다.
강원, 충북, 경북내륙 지역의 경우에도 강남권에서는 도로가 훨씬 우세했기 때문에 수서역∙삼성역 출발 열차는 상당한 흥행을 거둘 것이다. 비록 고속철에 대한 예측밖엔 없지만, 수도권고속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는 수서역∙삼성역이 철도 객을 확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수도권고속선 이용객의 수는 약 6만 명으로 예측되었으며, 서울∙용산발 열차 수요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KDI는 재정당국 산하에 있는 국책연구기관인 만큼, 수요 예측을 국내 국책 연구기관 가운데서 가장 보수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나는 보도되는 다른 수요 예측보다도 KDI의 수요 예측을 가장 믿는다. 세 번째 가지의 다른 부분도, 기존 철도의 수요는 거의 침식하지 않은 채 철도 이용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부내륙선 방면으로는 철도 수요가 사실상 없었으므로, 이 노선의 수요는 그 자체로 신규 수요 창출이 된다.
그러나 세 번째 가지가 자생력이 있다는 판단은 부적절하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국토부의 투자 부족 때문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철도 산업의 유기적 특성 덕분이다.
국토부의 투자 부족에 대해 살펴보자. 세 번째 가지의 주축은 물론 수도권 고속선이다. 그러나 여름에 내가 썼던 글에서 밝혔듯 수도권 고속선에 투입하기 위해 제작되는 차량의 수는 불과 22개 편성이며, 이렇게 모자란 열차로는 제대로 된 운전 시각표조차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고속철 차량은 최소 10개 편성 이상 필요하다. 그리고 급 한대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철도공사의 고속철 차량(70개 편성 보유)일 것이다.
철도 산업의 유기적 특성은 이미 앞에서도 대략적으로 살펴본 바 있다. 우선, 고속철은 평택부터 부산역까지 대부분의 선로를 함께 사용하고, 부산지역의 차량 정비 시설도 함께 사용해야만 한다. 고속철 차량이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정비조차 부산에서는 서로 다른 회사끼리의 거래로 처리해야 한다면, 같은 회사 차량을 처리할 때는 없었던 거래 비용이 늘 발생하게 된다. 이런 비용을 부담해야 할 필요는, 한국철도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없다.
마찬가지 지적을 수서발 중부내륙선 방면과 강원도 방면에서도 할 수 있다. 승객 흐름상 중부내륙선 열차는 동대구역까지, 중앙선 방면 열차는 강릉이나 제천, 영주, 경주까지는 운행해야 한다. 여기서도 거래 비용이 발생할 것이나, 수서역을 거점으로 하는 사업자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빼면 이들 거래 비용은 누구에게든 도움이 될 구석이 없다.
이런 특징은 교통 네트워크 중에서도 특히 대도시별로 몇 개 되지 않는 터미널을 가지고 열차를 운용해야 하는 장거리 간선 철도에서 두드러진다. 민자 고속도로는 단지 도로망을 제공할 뿐 운전은 운전자들이 하는 종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운전을 할 수 있는 기반 시설만 갖추면 민간의 영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신분당선이나 9호선 같은 도시철도는 다른 회사의 차량이 진입하지 않는 폐쇄적인 네트워크로 운용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간선철도, 특히 한국의 간선철도는 부산역이나 동대구역을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산이나 대구에 이들을 대체할 대규모 역을 지을 수도 없고, 거의 모든 열차가 통과∙종착할 부산역∙동대구역에서 발생할 거래 비용의 규모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익산이나 제천 같은 중소도시 철도 거점의 경우에는 지금의 철도역 말고는 정말로 어떠한 다른 대안도 없을 것이다.
결국 나는 세 번째 가지 역시 한국철도공사가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투자 부족을 돌파할 수 있는 여지가 비교적 커지며, 전체 네트워크를 거래 비용 없이 활용할 수 있어 유기성이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이렇게 2013년 겨울 철도 파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철도파업처럼 파급 효과가 큰 파업은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파업의 쟁점이 된 철도 민영화는 분명 큰 문제다. 민영화는 철도를 산산이 분할하는 사전 조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아직 당국이 철도 민영화의 문턱을 넘지는 않았지만, 민영화의 필수 준비 단계인 철도 분할은 철도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을 크게 올릴 것이다. 이것은 한국철도의 연장이 크게 늘어날 시점이 될 ‘세 번째 가지’(수서역 발 노선들)가 추가되더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철도의 연장은 현재 3500km 수준이며, 수서발 노선들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약 4000km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이런 길이는, 중국의 1개 성에 있을 철도보다도 짧은 수준이고, 독일의 1/10, 일본의 1/6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한국철도가 둘 이상의 사업자가 부대끼며 있을만한 규모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 고속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신규 간선철도 역시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방침이 철도망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적절할 것이다. 현재 당국의 철도 분할 정책은 민영화라는 지배 구조 문제보다도 이런 규모의 경제를 무시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