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많은 영화팬들이 기다리던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 드디어 넷플릭스로 공개됐다. ‘신의 입자(God Particle)’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원래 2017년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재촬영 등의 문제로 2018년 2월로 개봉이 미뤄졌고, 4월로 다시 한번 미뤄진다는 뉴스가 있은 뒤 미국 슈퍼볼 당일 처음 공개된 예고편과 함께 공개되어버렸다.
첫 예고편이 공개된 당일에 영화 본편이 공개되는 전대미문의 마케팅, 가히 (가짜 뉴스와 루머만으로 이루어진) 마케팅 없는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슈퍼볼 예고편 마지막에 등장한 ‘NetflixTonight’이라는 문구는 이제 TV 시대의 판도가 넷플릭스로 이동해 가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어쩌면 제목도 없이 머리가 날아간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과 함께 개봉일만이 적힌 포스터만을 공개했던 전작 <클로버필드>의 마케팅을 이어가는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오버로드>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2차 세계대전 배경의 시리즈 4번째 작품은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배급을 통해 올해 10월 극장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갑작스레 공개된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는 익숙한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모습을 띠고 있다. 클로버필드라는 제목의 출처와 갑작스레 뉴욕에 나타난 거대 괴수의 정체를 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이번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해밀턴(구구 음바타-로), 킬(데이빗 오예로워), 탐(장쯔이), 슈밋(다니엘 브륄), 먼디(크리스 오다우드) 등의 선원들은 우주정거장 클로버필드에서 에너지 고갈을 막기 위한 섀퍼드라는 이름의 실험을 하던 중 다른 차원의 우주로 넘어간다. 차원 간 이동 때문에 패러독스가 발생하고, 선원들이 하나둘씩 목숨을 잃어간다는 것이 영화의 이야기다.
차원 간 이동을 통해 패러독스가 발생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는 평행우주 혹은 다중우주가 등장하는 수많은 SF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한 인물의 평행우주 속 도플갱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익숙함을 타파하기 위한 장치가 영화에 호러적 요소로 작용하는 각종 패러독스 들이다. 사라진 장치가 죽은 선원의 몸속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인물인 젠슨(엘리자베스 데비키)이 갑자기 벽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장치들이 영화 전체의 무드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다는 점이다. 해밀턴, 킬, 슈밋 등의 캐릭터들이 잘 만들어져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영화들을 통해 익숙해진 이미지들만이 서프라이즈처럼 간간이 등장할 뿐이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독특한 성취를 보여준 <클로버필드>나, 압도적인 배우들의 연기와 탁월한 연출 및 사운드를 통해 관객을 영화 속 지하실로 안내한 <클로버필드 10번지>에 비해 <클로버필드 프로젝트>는 밋밋하기만 하다. 패러독스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은 흥미롭지 못하다는 점이 영화의 단점이랄까.
차라리 여느 괴수 영화처럼 패러독스로 인해 지구에 떨어진 괴수들과 클로버필드 정거장의 상황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게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영화 속에서 지구의 상황이 종종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영화 내부에서 어떠한 긴장감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결국 <클로버필드 프로젝트>는 전작들이 뿌려놓은 떡밥을 회수하는 데 그치고 마는, 심지어 그 떡밥을 회수함으로써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치마저 낮춰놓는 악수로만 느껴진다. 영화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박스오피스에서의 부진을 예상하고 제작비 회수를 위해 <클로버필드 프로젝트>의 배급권을 5,000만 달러에 팔았다고 한다(제작비는 4,500만 달러).
결국, 예고편 공개 당일 영화 본편 공개라는 놀라운 사건을 통해 이런저런 홍보 효과만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 영화를 둘러싼 일련의 이슈들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도, 제작자인 J. J. 에이브람스도, 출연한 배우들도, 영화를 본 관객들도 아닌, 자신들의 영향력을 선보인 넷플릭스가 아닐까?
원문: 동구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