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글을 작성할 기회가 많다. 학생이라면 논문이나 리포트, 직장인은 보고서나 이메일, 그리고 누구나 SNS에 간단한 단문을 남기기도 한다.
글로 무언가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말과 달라서, 한번 보낸 이메일, 한번 올린 SNS는 돌이키기 어렵다. 그 때문에 종종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그러한 망신을 종종 당해왔는데, 그러한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명사를 언급할 때 의미가 애매하면 어학 사전을 검색한다.
말로 언급할 때에는 한 번 듣고 흘려 지나가기 때문에 그 명사의 정확성이 그렇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원하지 않는 명사가 입에서 튀어나와도, 상대방에게 부연 설명을 통해 그 뜻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은 그렇지 못하다. 본인이 원하는 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확히 알지 못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글에 있어 맞춤법의 적확한 사용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글의 신뢰도 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명사를 언급할 때 그 의미가 애매하면 어학 사전을 검색한 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인터넷 등에서 유행하는 단어들은 어학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는데, 이럴 경우 위키백과나 다른 사이트를 통해 그 유래와 쓰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노력을 들일 생각이 없다면 그냥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나에겐 그저 유행어의 하나일 뿐일지라도, 다른 어느 누구 혹은 소수자에게는 매우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숫자를 사용할 때는 객관적 자료에 언급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숫자를 언급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디서 전해 들었는데 어느 대통령 후보가 금괴 몇백 톤을 가지고 있다더라, 법인세를 올리면 우리나라 세수가 몇백조 원이 늘어난다더라 하는 카더라를 그냥 재미 삼아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글로 쓰려면 조금은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자주 거론되는 숫자, 혹은 블로그나 강연에서 들은 숫자라 할지라도, 객관적 자료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면 가급적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언론에 언급된 숫자라 할지라도, 해당 언론에 Reference가 언급되어있지 않다면 100% 신뢰할 필요는 없다.
이게 영문 언론으로 가자면 상당히 신뢰도가 높아 보이긴 하는데, 영문 언론의 경우도 FT나, The Economist, NY Times와 같이 널리 알려진 언론을 제외하고서는 종종 시중에 떠도는 숫자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기도 한다. 글을 작성할 때에는 그 숫자의 객관적 출처에 대해 늘 경계해야 한다.
3. 본인이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면 문장은 가급적 끊어 쓴다.
본래 인문학 쪽 전공을 하거나 책을 많이 읽으신 분이라면 문장을 길게 늘어뜨리며 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글을 평소 많이 쓰지 않는 분들이라면 문장의 끝을 내기를 꺼려 하며 접속사를 통해 무한정 문장의 길이를 늘어뜨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글은 일기를 제외하고선 다른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다. 따라서 글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전달성, 그러니까 가독성이며, 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문장을 끊어 쓰는 편이 유리하다.
특유의 단문형 서술과 조사의 미학으로 유명한 김훈 작가는 문체를 매우 신중하게 고르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조금은 접근하기 어려운 역사소설이나 삶의 주름이 깊이 파인 그의 소설이 다수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짧은 문장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글로 쉽게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주제는 어려워도 문장은 쉽게 읽혀야 한다. 그러니까 접속사를 사용하기 전에 그냥 여기서 끊으면 어떨까 생각해봐야 한다.
4. 국가 간 비교를 하고 싶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해본다.
때로 꽤 많은 분이 어떠한 국가에 거주하거나 여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와 그 나라를 단편적으로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국가 간 비교는 단편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공신력 있는 기관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OECD나 세계은행, IMF와 같이 공신력 있는 기관은 국가 간 비교를 오랫동안 실시해 왔다. 그러한 기관에서 국가 간 비교를 하지 않았다면, 해당 주제는 국가 간 비교가 어려울 수도 있다. 감상적 차원에서 국가 간 비교를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개인의 경험을 통해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늘 조심해야 한다.
5. 계산과정이 필요한 부분은 엑셀이나 계산기로 돌렸어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암산해본다.
이게 달러나 백만 단위, 조 단위의 숫자로 가면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게 되는데, 이럴 땐 우리의 상식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가로가 1,527m이고 세로가 1,674m인 직사각형 규모의 면적을 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1,527m*1,674m = 대략 2.5㎢가 되는데, 이쯤 되면 여의도 면적의 30% 수준이다. 여기서 점 하나만 잘못 봐서 해당 면적이 25㎢가 된다면 동작구 면적인 16.35㎢보다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애초에 계산기를 돌리기 전에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계산을 거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특정한 비교 잣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데, 예컨대 면적의 경우엔 남한이 약 10만㎢, 경기도가 약 1만㎢ 정도라는 수준은 염두에 두어야 괜한 동네 재건축부지 면적을 난데없이 1천㎢니 1만㎢니 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가령 어떠한 대통령 후보가 금괴 200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한국의 전체 금 보유량이 약 104톤가량이라는 상식적인 숫자만 알아도 이게 말도 안 되는 주장임을 알아챌 수 있다. 이런 비교 잣대를 잘 모르고 해당 찌라시를 여기저기 배포하고 다니면 본인만 신뢰도 낮은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6. 영문 기사를 언급할 때 구글 번역기 정도는 돌려서 교차점검을 해본다.
가끔 영문 언론이나 영문자료를 가지고 Reference를 들이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언론에서도 종종 단독을 잡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 경우 그 미세한 영문 뉘앙스의 차이로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를 하기도 한다. 물론 주변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 해당 언론을 읽어보고 평가해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매번 그러한 부탁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영문 기사나 자료를 내 글에 언급할 경우 적어도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라도 내 머릿속의 해석과 교차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구글 번역기가 해석한 것의 완성도는 낮을지언정, 내가 해석한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여기서 구글 번역기는 교차점검의 용도 그 이상 그 이하로 쓰여서도 곤란하다. 구글 번역기의 기계적인 번역 자체만 믿는다면 전혀 상관없는 뜻으로 글을 써버릴 수도 있다.
7. 쓴 글을 올리기 전에 마음속으로 소리 내어 읽어본다.
필자가 늘 믿고 보는 한국의 소설가 김애란의 작품을 보면 그 운율감이 돋보인다. 소설책의 제목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도 운율감이 존재하듯, 그의 문장은 늘 소리 내어 읽어보면 리듬감이 있다. 소설뿐만 아니라 딱딱한 이메일이나 보고서의 경우에도 다 작성한 후에 마음속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탈고의 작업이다.
이렇게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주어가 두 개인 것도 보이기도 하고, 문장이 너무 긴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약간의 탈고 시간도 거치지 않고 Send를 누르게 되면 언젠가 ‘아차!’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늘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학력이 높더라도, 현재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본인 이름을 걸고 책을 썼다 하더라도, 글 하나 잘못 써서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문자로 남는 것에는 늘 그렇게 조심스러운 자기검열이 필요한 것이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꽤나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다. 그저 추상적으로 존재했던 생각들의 파편을 문자화시킴으로써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때로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이나 시각을 다시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러니 가급적 단점은 줄여나가고 장점을 늘려나가는 우상향의 글쓰기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원문: 퀘벤하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