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에 임예인님이 “왜 한 명의 애플 팬이 2013년의 애플을 혐오하게 되었는가”라는 글을 쓰셨다. 애플 팬 입장에서 몇 가지 공감할만한 점이 있긴 했지만, 몇 가지는 반박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에어플레이와 애플맵
휴대전화 자체가 결제 도구가 되는 시대에 뜬금없이 나온 패스북도, 사상 최악의 전자제품 중 하나라는 애플 tv 없이는 쓸 수도 없는 에어플레이도 모두 매력이 없었다.
패스북에 대한 얘기는 뒷부분에서 다시 하기로 하고, 에어플레이에 대한 건 팩트가 틀렸다. 에어플레이는 애플TV가 없어도 쓸 수 있다. 애플에서 만드는 공유기인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쓰면 공유기에 스피커를 연결해 음악을 에어플레이로 들을 수 있다. 혹은 에어플레이를 지원하는 서드파티 스피커를 구입해도 사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처럼 매번 기기를 페어링 시킬 필요가 없이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어느 기기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생각보다 꽤 편리한 것이다.
개중에서도 애플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는 지도는 특히 재앙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재앙이다. 애플 지도 안에서 청와대는 강남의 한 중국집 이름이다.
공감한다. 하지만 이걸 전적으로 애플의 탓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다른 국가의 애플맵이 개선되고 있을 때, 한국의 애플맵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 재앙이라기보다는 축복이라고 불리는 구글 지도의 한국 지도 현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부분은 해외로 지도반출을 금지하는 국토부의 정책 때문이다. 물론 전적으로 국토부의 잘못 때문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여전히 애플맵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고, 특히 플라이오버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iOS 7: 기존 애플빠가 아닌 일반인은 변화를 반겼다
“iOS 7의 그라데이션과 형광 테러”는 분명 많은 디자이너에게 욕을 먹는 부분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선호도의 문제이기에 이 부분을 뭐라고 하긴 이제 힘들어졌다. 당장 나만 해도 설정 아이콘을 보면 이게 최선이었느냐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겐 이러한 아이콘 변화가 iOS 7 이전의 아이콘에 비해 더 낫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오히려 iOS 7의 디자인 변화를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아니라 불필요한 UI를 걷어내고, 컨텐츠를 더 중시했다는 부분에 주목한다면 예전 버전의 iOS들에 비해서 한결 더 나은 디자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저 단순함을 향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사용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iOS 7의 방향성이 틀렸다면 애플을 비난하는게 옳을 수 있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비판하는 디자이너들조차 iOS 7의 방향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체형 배터리: 전자제품은 타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배터리 부분에 대한 비판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애플이 일체형 배터리를 만든 건 일종의 “타협”이다. 이런 타협은 전자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늘 있는 부분이다. 애플은 편의성을 조금 희생하는 대신 만듦새와 디자인, 두께에 더 많은 가치를 뒀다. 반면 다른 제조사들은 디자인, 만듦새를 희생하는 대신 편의성에 더 많은 가치를 뒀다. 이러한 타협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느냐는 사용자의 몫이다. (애플식의 타협을 용인하지 못한다면 착탈식 배터리를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하면 된다.)
라이트닝 케이블: 마이크로 3.0을 따를 바에야…
라이트닝 케이블에 대한 비판은 나도 사실 꽤 공감하던 부분이었다. 마이크로USB 3.0의 단자를 보기 전까지만 말이다. 아마 애플에서는 그랬을 것이다. “이게 새로운 표준규격이라고? 오~ 젠장~! 우리가 새로 만들자고.”
아이폰의 틱톡 전략
휴대용 가젯, 그것도 최상위 제품군의 디자인을 ‘똑같이’ 우려먹는 걸 기꺼워할 사람은 애플 주주 말고는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자동차 회사의 패밀리 룩에 비견하기도 하지만, 그들도 “자 여러분, 새로운 5 시리즈를 공개합니다!” 라며 전작이랑 100% 똑같은 디자인을 내놓지는 않는다. 아이폰 5s는 금색이 생기고 홈버튼 모양이라도 바뀌었으니 그나마 다행일지도.
휴대폰의 약정기간은 일반적으로 2년이다. 아이폰의 틱톡 전략은 약정 기간을 기반으로 한다. 2년이 지나고 새 폰을 살 때가 되면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폰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다른 회사들처럼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해서 폰을 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은 사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이점이 없다면 디자인을 쉽게 바꾸는 회사가 아니다. 혁신적인 회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애플은 디자인에 있어서는 아이폰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굉장히 보수적인 회사다.[1]
리퍼 정책
리퍼 정책에 대한 불만은 이해하기 힘들다. 신제품의 리퍼 가격이 더 비싼 것은 A/S의 측면에서 보면 비용이 비싸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폰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제조원가가 비쌀 테니, 리퍼 비용도 비싸다고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보증기간 내에서는 소비자 과실이 아니라면 무료로 리퍼해준다. 또한 리퍼 정책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 때문에 애플은 최근 특정 부품의 고장은 리퍼가 아니라 부분 A/S를 해주기도 한다. 만약 홈버튼이 고장 나면 리퍼가 아니라 홈버튼만 교체받을 수 있다.
기본 앱들
패스북은 쓸 데가 없다. 당신이 쓰는 프랜차이즈 중 패스북과 제휴한 곳이 한 곳이라도 있다면 당신은 잡스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열 일이 없지만, 그래도 기본 앱이다.
이건 애플의 탓이 아니다. 애플은 패스북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 패스북을 지원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서드파티 서비스들의 문제다. 미국 항공사에서 패스북을 지원하는 건 애플이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가 아니라 항공사들 스스로 패스북을 지원하는 게 고객을 위해서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스북이 텅텅 비어있는것은 애플보다는 지원하지 않는 프랜차이즈들을 탓하는 게 옳다.[2]
물론 지적하는 바와 같이 기본 앱 중에 쓰지 않는 앱들은 정말 많다. 앱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플의 기본 앱들을 더 나은 서드파티 앱으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앱스토어와 설정 앱을 제외한 모든 기본 앱을 더 좋은 앱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본앱을 없애지 못하게 만드는 애플의 정책은 불만스러운 것이지만, 아이폰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제품이다. 대부분 일반인들에게는 기본앱은 아이폰이 스마트폰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다. 최근 앱스토어 검색 결과에 기본앱을 먼저 띄워주는 애플의 정책 변화는 특히 그러한 면을 잘 보여준다.
애플에 대한 비판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것은 필자가 “나의 애플이 이럴리 없어~!”라고 아주 길게 써 놓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적한 대부분의 문제가 2013년 이전에도 애플이 잘못하고 있다고 언급되던 것들이라는건 또 다른 포인트다.) 작년 AllThingsD의 D10 컨퍼런스에서 팀 쿡이 애플로 이직을 결심하게 됐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던 중에 한 말이 있다.
그 당시에 제가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을 봤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제가 당시에 본 것은 소비자가 애플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면 불만을, 그것도 크게 표시하면서도 계속해서 애플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컴팩의 제품에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면 델 제품을 살 것이고, 델 제품도 마음에 안 들면 IBM 제품을 구입할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 소비자는 특별합니다. 기술 회사에서는 보통 볼 수 없는 특이한 감정선이 있지요.
임예인씨는 애플을 구멍가게로 비유하며, “가게도 작고, 상품 종류도 다양하지 못해 단점도 극명하지만, 독특한 매력을 잊지 못해 결국 다시 찾게 되는 가게.”라고 표현했다. 시간이 지나 지금 애플은 세계 최대의 기업이지만, 여전히 욕하면서도 계속해서 찾게 되는 가게다. 이런 감정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가 하나 있다. “애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