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존감 테스트에서 단골로 선택받는 항목은 ‘19. 대부분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일단 싫고, 갈등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 돌리면 컨트롤해야 하는 사람은 나 하나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고, 그 순간 문제에서 해방됩니다. 으레 그래왔듯 또 ‘내가 문제’이고 ‘내가 변하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해도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온전히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이 사고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묻곤 하거든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당신이라면, 당신만 세상에서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러면 내담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아니죠…”
“그렇죠. 당신도 문제의 원인이 모두 당신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문제는 불균형적인 사고입니다. 문제는 상대와 나 사이에 일어났는데, 나에게만 문제가 있을 수는 없죠. 상황적인 요인도 있고, 상대의 잘못도 일정 부분 있을 것이란 말입니다. 내담자는 그 문제를 들추어내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이 힘들 뿐입니다.
당신의 잘못을 명확하게 따져라
어떻게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요? 일자 샌드의 『센서티브』는 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자존감이 낮은 분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민감한 사람 중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책에서 저자는 ‘민감한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그래프를 만들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5분 정도 약속에서 늦어서 싸우게 된 사건에 대해서 원인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늦는 것은 물론 예의가 아니지만 5분 정도는 봐줄 수 있다고 할 때, 상대와 크게 싸운 원인은
- 상대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늦어는다는 것을 말하지 못한 것
- 혼잡한 거리 탓에 상대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
등이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으로 원그래프를 채우다 보면 이 갈등에서 나의 잘못은 15% 정도로 줄어듭니다.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니라, 나의 잘못도 일부분 있으나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가 있죠.
이런 사고방식은 자신이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부족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또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상대와 이야기할 때 근거로 삼을 것을 찾아내는 데 도움 되기도 합니다.
이제 당신이 마주치는 문제에서 당신의 잘못은 몇 퍼센트인가요?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이라면 이 원그래프를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당신에게 있다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니까 선택한 것뿐이고요.
물론 원그래프를 그리면서 당신의 문제를 0으로 산정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신 정확하게 문제의 원인을 판단하고 자신의 문제는 고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문제의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부여해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으니까요.
다시, 당신의 잘못은 몇 퍼센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