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북한
① 김정은의 생존과제: 과거로의 회귀
② 북한 붕괴: 네 가지 시나리오
③ 통일이냐 영구분단이냐[/note]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들에 관해 적어도 두 가지의 나쁜 소식이 있다.
붕괴는 삽시간에, 그리고 매우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첫째로 위에서 언급한 시나리오들은 사전 경고 시간이 짧거나 아예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월요일 아침에는 완벽하게 안정되어 보이다가 금요일 오후에 혼돈의 도가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한 예외는 개혁개방 시나리오이다. 관대한 개혁 시도가 엉망으로 변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다.
두 번째 나쁜 소식은 북한의 붕괴는 상당히 폭력적으로 일어나리란 것이다. 북한의 혁명이 ‘벨벳 혁명’과 같은 무혈 혁명이 되리라 기대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지배 엘리트와 주민 대다수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평범한 북한 주민 대다수는 퐁요롭고 자유로운 남한과의 통일을 기대하고 또한 바랄 것이다. 민주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이상 때문이 아니다 (물론 둘 다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물질적인 고려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의 생활수준의 차이는 적어도 미국과 베트남의 생활수준 차이와 비슷한 수준이며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 남한의 반짝이는 풍요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길 것이다. 평범한 북한 주민들은 통일이 되면 곧바로 남녘의 동포들과 동등한 수준의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으리라고 (잘못)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엘리트는 통일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질 것이다. 이미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은 정권이 붕괴할 경우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할 수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엘리트 중 많은 이들은 통일이 되면 남녘의 승리자들에 의해 핍박을 당하거나 어쩌면 심지어 자신들이 다스리던 주민들에 의해 두들겨 맞을 수도 있음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공포는 과장되었을 수는 있어도 결코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엘리트는 자신들과 가족들의 생명을 위해 싸울 것을 선택할 것이다. 엘리트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공안경찰, 군의 정예부대, 당의 고위직 중간직 간부들과 그 가족들을 다 합쳐도 그 총수는 100~200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5~7%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기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알며 조직적인 인프라를 갖고 있고, 평범한 주민들에 비해 정보에도 밝으며 사회적 능력도 더 잘 갖추고 있다. 이들이 이미 게릴라 전쟁을 위해 어느 정도 대비를 해두었다고 여길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꽤 많은 수량의 무기들을 즉각 사용가능하도록 확보했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은 그 무기들을 사용할 때가 되면 분명 반란세력보다 더 잘 사용할 것이다.
엘리트는 본능적으로 혼란을 진압하고, 주모자들을 살육하고 김씨 가문 정권이 정의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시도할 것이다. 이것이 실패하면 그들은 중국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혼란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
그렇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장기적으로 북한에 불안정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잠시동안 북한은 심지어 소말리아처럼 몇몇 경쟁 파벌들이 경제적 또는 전략적으로 가치가 있는 얼마 되지도 않는 목표물들을 두고 격렬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의 운명이라 할지라도, 이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소말리아가 아니다. 북한은 매우 발전된 동북아 지역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작은 크기와 긴 해안선은 무력의 투사를 훨씬 쉽게 만든다. 어느 강대국도 무시할 수 없는 상당한 핵 전력과 대규모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의 대위기는 국제 공동체와 주변국에게도 현존하는 분명한 위험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므로 모종의 국제적 또는 일방적인 평화유지 작전이 곧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 가능한 ‘중재자’들 중 누구도 그러한 상황을 반기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에서의 평화유지 작전에 세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첫째로 그러한 작전이 남한에 의해 단독으로 시행되는 경우(아마도 어느 정도 미국도 연루될 것이다)이다. 둘째로 중국이 단독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아마도 유엔의 중재에 의한) 국제적인 합동작전도 가능하다.
① 남한(과 미국) 단독의 북한 평화유지 작전
남한 단독작전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한이 인정한 국가가 아니다. 공식적으로 남한은 북한을 다른 국가가 아닌 자국 영토 내에 있는 특별한 구역쯤으로 다루고 있다. 북한도 남한을 마찬가지로 다루고 있다. 심지어 남북간의 경제적 교류조차도 공식적으로는 ‘수입’과 ‘수출’로 표현되지 않는다. 국가간의 교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특별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복잡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남한 사회에서 일어난 심원한 변화 때문이다. 남한 대중은 여전히 통일을 지지하지만 이 지지는 점차 말 뿐이 되어가고 있다. 평양에서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폭력적이지 않은 ‘벨벳 혁명’이 일어날 경우 남한 대중은 독자적인 평화유지 작전을 지지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기를 흔들면서 남한의 전차들을 환영하며 진달래를 흩뿌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밋빛 미래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 남한의 군대는 김씨 가문에 충성하는 세력들의 저항을 뚫고 평양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는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남한 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해볼 때, 투입한 병력이 심각한 손실을 입을 경우 남한 정부가 평양에 병력을 투입할 정치적 의지를 가질 것인지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러 명의 남한 정부 관료들과 군 장교들에게 이러한 정황에서 단독작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거의 다가 그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② 중국의 단독 개입
북한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단독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대부분 북한을 적당한 비용으로 현상 유지를 시키는 것에 목표를 맞추어 왔다. 그러나 북한의 상황이 불안정화될 경우 중국은 더 많은 자원을, 어쩌면 심지어 군사력을 투입해서라도 북한을 위기에서 구해낼 의향이 있는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만일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현재 북한 엘리트의 상당수는 중국의 편에 서서 중국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들은 남한의 보호 아래서의 통일보다는 중국이 통제하는 위성정권을 훨씬 선호할 것이다.
중국이 이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단기적으로는 베이징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개입은 북한의 법질서를 회복시킬 것이고 그리하여 난민 위기를 예방하고 통제를 벗어난 핵 확산을 크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을 전략적으로 유용한 완충지대로 계속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고 중국의 기업들은 북한의 자원에 대한 특권적 접근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지정학적 이득에는 비싼 가격표가 따라붙는다. 중국의 분석가들은 필자와의 개인적인 자리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의 근원에 대해 분명하게 표현한 바 있다.
먼저 북한이 중국에게 점령되고 베이징의 통제를 받는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남한에 엄청난 반중 감정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아무리 남한 대중이 통일에 대해 실질적인 열의는 별로 없다 하더라도 북한에 중국이 개입하게 되면 크게 분노를 느낄 것이다. 중국은 즉시 한국의 민족주의 정서의 주요한 타겟이 될 것이며, 한미 동맹은 극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민족주의가 부각될 것이다. 중국의 통제를 받는 위성정권은 분명 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시작할 것이다. 중국의 보조금(그리고 탱크들)의 지원을 받아 위성정권은 현재 북한 정부는 감당할 수 없을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개혁은 북한의 경제적 부흥과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의 비약적인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새로운 부와 개인적 자유는 그 정도가 어떠하든 북한 주민 대다수를 정권 지지자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동유럽의 소련 시절 경험이 이런 의미에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56년, 소련의 전차가 대중 반란을 제압하고 헝가리에 친소 정권을 세웠다. 이 정권은 그 누구의 예상보다도 성공적이었고 헝가리는 당시 유행하던 농담으로 ‘소비에트의 병영에서 가장 행복한 막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소련의 보조금은 헝가리의 소비 붐에 큰 역할을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소련과 헝가리의 친소 정권이 헝가리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헝가리 주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정부를 경멸했으며 헝가리에서 잘못되어 있는 것들을 러시아 탓으로 돌렸다. 덜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는 했어도 비슷한 모습을 동구권의 다른 소련 국가들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개입이 이보다 더 인기 있을 이유는 별로 없다. 오히려 보통의 북한 주민들은 자유롭고 풍요로우며 ‘완전히 같은 민족’인 남한을 선망할 것이기에, 그리고 남북의 격차는 적어도 십수 년 간은 크게 벌어져 있을 것이기에 더욱 인기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내부적 위기에 공개적으로 개입할 경우, 베이징이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이라는 국제적 이미지 구축 노력에 심각한 타격을 안길 것이다. 중국의 모든 주변국들이 중국의 개입 소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할 것이다. 중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의 다음 희생양이 자기네들이 될 수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주변국들로 하여금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게 만들 것이다. 주변국들은 중국이 자국의 내정에 간섭할 레버리지를 갖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베이징은 이러한 전개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③ 국제적(아마도 유엔) 평화유지군 투입
이런 심각한 문제들은 베이징으로 하여금 세 번째 대안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 바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 평화유지 작전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작전은 유엔의 승인을 얻어야 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굼뜨고 거추장스러운 유엔의 관료조직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국제적 평화유지 작전은 6자회담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 다시 말해 남한,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의 공조로 평화유지 작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유엔의 결의가 그러한 작전을 가장 정당성 있게 만들어 줄 것이기는 하다).
모든 당사국들의 주요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적 평화유지 작전은 모든 주요국들이 수용할 것이다. 중국은 난민의 유입과 대량살상무기 밀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피해도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실질적으로 작전을 주도하더라도 유엔의 결의가 있다면 ‘제국주의적 의도’에 대한 비난을 상당 부분 막아줄 것이다.
남한에게도 국제적 평화유지 작전은 수용할 만할 것이다. 평화유지군의 의무는 분명하게 제한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평화유지군은 철수할 것이다. 현재 정황을 고려할 때, 북한 주민들은 남한과의 통일(또는 적어도 일정한 형태의 연방)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 틀림없다. 다시 말해 유엔의 결의를 통한 작전은 중국의 군대가 적절한 때에 한반도를 떠날 것임을 보장할 것이다.
미국에게도 국제 작전은 중국의 단독 개입보다 선호할 만한 것이다. 국제 작전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두 가지를 가져올 것이다.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이 주도하는 한반도 국가의 부상이다.
지금의 현상이 무기한 지속되는 것보다는 북한에 친중국 위성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남한과 미국 양국의 장기적인 전략적 이익과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에게도 더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통일은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결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으로 하여금 개입에 비해 한반도의 통일을 좀 더 수용할 만한 것으로 설득할 수 있는 조치를 고려할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통일된 한반도가 동북아 대륙에 미군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교두보가 되지 않을 것임을 중국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과 미국이 통일 이후에도 미군을 결코 현재의 비무장지대 북쪽에 배치하지 않겠다는 합동성명을 발표한다면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아마도 그 정도 양보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걸 고려해 볼 때, 미국은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로 얻을 것이 많다. 다른 무엇보다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핵 확산에 대한 공포를 잠재울 것이다. 통일된 민주국가(그리고 민족주의 국가)가 중국 국경에 생겨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군의 숫자나 배치 위치에 대한 상대적으로 작은 양보는 감당할 만한 대가로 여길 것이다.
중국은 통일 이후의 한국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통일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다루어야 할 또다른 문제가 있다. 중국 동북부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민족 통일주의와 간도 등을 비롯한 중국 영토에 대한, 한국의 공식에 가까운 영유권 주장에 대해 베이징은 잘 알고 있으며 때문에 통일된 한국이 중국의 국경지역에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통일 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한민국 정부가 통일 이후에도 현재의 한중 국경을 확립한 간도 협약을 앞으로도 존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통일한국의 정부는 북한 정부가 중국에 했던 양보와 채굴권들을 모두 존중할 것임을 베이징에게 분명하게 보장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이들 계약의 많은 부분이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조선 시대의 불평등 조약들을 연상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며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가능성: 한반도 통일, 중국 위성정권 등장 또는 분단의 영구화
평양에서 개혁가들의 등장이 결국 비핵화되고 위협적이지 않으며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북한을 만들 것이라는 널리 퍼져있는 희망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한 개혁은 북한 정치를 위험할 정도로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는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그리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현재 정권은 변화를 거부하는 만큼 살아남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머지않아 북한 정권은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붕괴는 아마 극적이고 위험천만한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어쨌든 이 위기는 장기적으로는 둘 중 하나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서울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 또는 중국의 통제를 받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성정권의 등장이다. 후자의 시나리오는 한반도의 분단이 영구화될 것임을 의미할 수 있다.
(편집, 짤방: 김수빈)
이 글은 안드레이 란코프의 신간 <리얼 노스 코리아>의 ‘보론: 향후 20년, 북한에서는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출판사의 허락 하에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