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00만 시대. 급성장한 만큼 그늘도 큽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에티켓이 큰 사회 이슈가 되는 요즘 ‘반려동물 제대로 키워보자’는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산 무항생제 닭고기와 오리고기로 반려동물 수제 간식을 만드는 ‘동물의 집’입니다. 마포지역에서 모르면 서러울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시민운동을 펼쳐온 정경섭 동물의 집 대표를 만났습니다.
최고의 품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
동물의 집은 반려동물용 수제 간식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재료로 개와 고양이 간식을 만듭니다. 수제 간식의 원칙은 무항생제, 무첨가물입니다. 여기에 멸균처리로 깨끗함을 자랑합니다.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알레르기가 있는 반려동물에게 좋습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가운데 가장 고급이에요. 타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지만 거품을 뺀 합리적인 적정가격으로 판매합니다.”
닭과 오리고기로 만든 3가지 간식에 더해 올해 연어와 코다리로 만든 간식 3종류가 신제품으로 출시됩니다. 현재 300개 아이쿱과 두레 생협 매장에 납품하고 있지요.
똑똑한 소비자가 질 높은 상품을 만든다
수제 간식은 익산의 한 협력업체 공장에서 전량 생산됩니다.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공장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해썹(HACCP) 인증을 받았습니다.
“해썹 인증 1호 공장이고 아직 2호는 없습니다.”
정 대표는 다른 공장에 레시피를 주고 외주를 맡긴 경험이 있지만 깐깐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비타민 C와 소르비톨이란 첨가물을 넣었기 때문이죠.
“생협 조합원들은 무첨가 간식을 끊임없이 요청했습니다. 계속 댓글이 올라왔어요. 판매하는 입장에서 보존 기간이 1년은 돼야 하는 데 무첨가로 만들면 그게 불가능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
정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월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고 멸균 처리가 가능한 지금의 익산 공장을 찾아냈습니다.
화마가 삼킨 공장… 최고의 품질을 위해 기다렸다
어렵게 공장을 찾아냈지만 이번에 화재가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익산공장이 뜻하지 않은 화재로 가동을 멈췄습니다.
“최고의 품질을 만들려면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공장에서만이 멸균처리 시설로 ‘첨가물 0’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더불어 최신식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저희를 위해 따로 냉동 창고를 마련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 사회투자 기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잇단 조류독감 AI 여파로 무항생제로 키운 닭과 오리를 한동안 구할 수 없었습니다. 동물의 집 수제 간식은 생협이 인증한 안전한 오리와 닭만 써야 하는데 AI로 재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거래처마다 ‘왜 생산하지 않느냐’는 독촉에 시달렸고 심적으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고 합니다. 동물의 집이 그 기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사회투자 기금 덕분이라는군요.
“만일 동작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운영 자금으로 5,000만 원의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월급 없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필요 자금에 대한 대출이 모두 제 명의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제 생계가 딸린 사업에서는 대출이 거의 힘든 상황이었지요.”
정 대표는 사회투자 기금으로 위기를 버텨냈고 지난해 7월 드디어 아이쿱에 납품해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AI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실감한 그는 연어와 코다리로 제품의 재료를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간식이라도 한 가지 제품만으론 버틸 수 없습니다. 다양한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수제 간식의 종류를 늘려가야 합니다.”
유기 동물과 취약계층이 키우는 반려동물 치료비 지원으로 사회 기여
동물의 집은 우리동생 측에 브랜드 사용료로 지난해 약 1000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판매 대금의 4%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우리동생에 기부하는 형태입니다. 목적성 기금이 아니기 때문에 그 돈이 유기 동물을 위한 사회적 진료에 모두 쓰였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도움은 됐을 겁니다.”
우리동생은 지난해 기초 생활 수급자 노인들의 반려동물 80마리를 무료 진료했습니다.
“취약계층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제때 치료받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병원에 한 번 가면 진료비가 워낙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또한 조합원이 유기 동물을 구조해 데리고 오면 진료비를 50% 깎아주는데 지난해 그 숫자가 약 30마리에 달했습니다.
영국의 동물보호소 메이휴처럼 되고파
수제 간식 업체로 시작했지만 그가 꿈꾸는 진정한 모델은 영국의 메이휴 동물의 집(Mayhew animal home)입니다. 메이휴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군요.
“건물 1층에는 유기 동물보호소와 병원이 있고 2층에는 커뮤니티센터가 있습니다. 지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모여 교육도 듣고 요리도 하지요. 동물의 집이 안정화되면 3년 안에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공간, 유기동물이 입양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의 교육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정 대표는 동물의 집을 운영하기에 앞서 ‘굿바이’란 이름으로 반려동물 관련 물품과 휴대폰 판매를 통한 능동적 소비 운동을 펼쳤습니다. 능동적 소비란 소비를 통해 물건에 대한 이윤을 인지하고 그 이윤에 대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기부처를 정하는 방식인데 사업 부진으로 접어야 했지요.
“선의에 기대서 유지하는 사업 구조라 영세한 기업이 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사회적 기여란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회적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정관에 수익금의 2/3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명시돼 있으니까요.”
한 차례 된서리를 경험한 그는 사회적 기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윤이 확실하게 사회에 환원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속 가능하기 위해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이윤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유기 동물 보호 쪽으로 쓰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소비문화도 정착시키고 싶고요. 그거 아세요? 반려동물이 행복해지면 반려인도 행복해집니다.”
정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 요다가 흥에 겨워 연신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정 대표는 울릉도에서 유기된 요다를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입양해 지난해부터 키우고 있습니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