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역사에서 이어집니다.
니코틴의 역사
담배가 중독 (addiction : 의존증) 을 일으키는 이유는 바로 니코틴 때문입니다. 담배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아마 니코틴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니코틴은 1828 년 독일의 의사 빌헬름 하인리히 포젤트 (Wilhelm Heinrich Posselt ) 와 화학자 칼 루드비히 레인만 (Karl Ludwig Reimann ) 에 의해서 담배에서 처음 분리되었습니다. 그들은 이 물질이 일종의 독극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옳은 의견임이 나중에 계속해서 증명됩니다.
이어 1843 년에는 화학식이 밝혀지고 1893 년에는 그 구조가 밝혀지며 1904 년에는 인공 합성도 가능해져서 공업적 합성 생산의 가능성이 열리지만 당시에 이미 담배 산업이 크게 발전한 덕에 담배 생산에서 남은 찌거기들을 모아서 니코틴을 추출해도 산업적인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으므로 니코틴 자체는 주로 담배 산업의 부산물로 생산되게 됩니다.
니코틴 – 3-[(2S)-1-methylpyrrolidin-2-yl]pyridine – 은 C10H14N2 의 화학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간에서 대사되며 반감기는 2시간 이내입니다.
곤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니코틴
니코틴의 합성과정등 생화학적인 야이기는 그냥 건너뛰겠습니다. 니코틴 자체는 가짓과 (nightshade) 에 여러 식물에서 발견되는 식물성 알칼로이드 (plant alkaloid)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담배는 이런 니코틴을 주로 잎에 축적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담배에서 니코틴을 축적하는 목적은 주로 포식자 – 곤충들 – 에 대한 생화학적 무기라고 생각됩니다. 이 식물성 알칼로이드는 뿌리에서 합성된 후 잎으로 이동하는데 곤충류에 대한 살충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유류 등에서는 각성효과를 가지고 있는 화합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 사실 담배잎에는 니코틴 말고도 비슷한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이 있습니다. 하지만 간략한 설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니코틴 외엔 설명을 생략합니다)
니코틴은 일종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독으로써 특히 곤충이 그 타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뿌리에서 합성되더라도 곤충들이 갉아먹는 대상인 잎에 축적되게 됩니다. 니코틴 자체는 드물지 않은 물질로 여러 식용 식물 잎에 2-7 ㎍/kg 정도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담배잎에 꽤 많습니다. 건조시킨 담배의 경우 전체 중량의 0.5 – 3% 가 니코틴이며 담배를 피우게 되면 이 중 일부가 흡수되는 데 생물학적 가용능 (Bioavailability) 는 20 – 45% 정도입니다. (즉 그 정도 실제 흡수된다는 이야기)
포유류에게는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
일반적으로 약리학에 익숙하지 사람들이 보기에 호흡기/폐로 약물이 흡수된다는 것은 특이할 지도 므로지만 사실 적지 않은 약물과 독극물의 흡수 경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담배에 대한 의존성 역시 니코틴이 호흡기로 흡수된 후 뇌에 작용하는 것이죠. 이렇게 호흡기를 통하는 흡수 방식은 매우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어서 담배를 피게 되면 그로 인한 반응은 비교적 빨리 나타나게 됩니다.
일단 혈중으로 흡수된 니코틴은 여러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 에 작용하는데 특히 adrenal medulla 에 위치하는 ganglion type nicotinic receptor 와 CNS 에 있는 nicotinic receptor 에 작용합니다. 점점 설명이 복잡해지므로 간단히 중추 신경계 (CNS) 에서 니코틴의 역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니코틴은 일단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 에 작용해서 몇가지 신경 전달물질 (예를 들어 도파민) 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뇌에 존재하는 보상 회로 (reward circuit) 에 작용하여 다행감 (euphoria) 와 긴장 완화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니코틴에 중독이 되면 니코틴 수준이 떨어질 때 긴장 초초 불안등의 증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니코틴에 중독되기 전까지 아무도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일단 중독되면 계속 이것을 갈망하게 만들고 일정 농도를 유지하게 만듭니다.
사실 니코틴이 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 이런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본래 목적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자극해서 담배에 천적인 곤충들의 신경계를 공격하는 것이 주목적인 독극물인데 적당한 농도에서는 인간에게 고양감이나 안정감등을 주면서 중독도 같이 일으키는 특이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마도 이것은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갈라지면서 비슷한 신경 수용체와 전달 물질이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것과 연관이 있지 싶습니다.
여기서는 아주 간단히 말했지만 사실 니코틴은 아주 다양한 수용체를 건드리기 때문에 신체 전체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중추신경계 (CNS) 에서의 작용이라고 하겠죠. 그것이 아니라면 누구도 담배를 계속 피우진 않을 테니까요.
코카인, 청산가리보다 강한 독극물 니코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러면 니코틴이 중독만 일으키고 인간에서 무해한 물질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니코틴은 사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나 다른 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 독극물입니다. 니코틴 자체는 실제로 뇌보다는 근육에 있는 수용체에 더 잘 반응하며 고용량에서는 근육을 수축시키고 호흡근을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서 LD50 은 (참고로 LD50 이란 실험돌물의 50% 가 죽는 수준의 약물의 양) 0.5 – 1.0 mg/kg 정도입니다. 즉 체중이 60kg 정도 되는 성인의 경우 30 – 60 mg 에 불과한 니코틴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니코틴에 중독되어 니코틴에 대해 내성이 생긴 경우 니코틴에 대한 LD50 은 약간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아에서는 이 수치가 더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정도면 꽤 강력한 알칼로이드 독극물입니다. 비교를 위해 설명을 드리면 다른 중독성 식물 알칼로이드인 코카인의 경우 LD50 이 95.1 mg/kg 으로 사실 니코틴 보다 꽤 안전한 편입니다. 우리가 흔히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사이안화칼륨 (KCN : Potassium cyanide) 의 경우도 LD50 이 대략 5 – 10 mg/kg 정도입니다. (단 KCN 의 경우 위산의 산도에 따라 흡수가 달라지므로 이보다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음)
치사량에 해당하는 니코틴 60 mg 은 담배 30 – 40 개 정도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는 이유가 일단 니코틴 100% 가 흡수되는 것이 아닌데다 반감기가 짧은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반감기가 짧기에 담배를 하루에 여러번 피워야 하긴 하지만 다행히 담배만 피는 정도로는 치사량에 이르는 니코틴이 몸속에 흡수되진 않는 것입니다.
단 이것도 예외가 있는데 담배를 끊기 위해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 껌을 사용하는 경우엔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니코틴 패치를 한 상태에서 조차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흡연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정신적인 의존성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드문 경우에는 상당히 위험한 용량의 니코틴 중독이 생길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니코틴이 포함된 금연 껌이나 금연 패치를 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면 안됩니다.
그나마 니코틴이 쓸만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거나 혹은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찐다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 니코틴의 약리 작용 중 하나는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고 금연을 하더라도 본인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체중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금연이 모든 사람에게 권장됩니다.
니코틴은 아주 치명적인 독극물입니다. 하지만 사실 곤충에게서 가장 치명적인 독극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이유로 인해 과거 니코틴이 살충제로 널리 사용된 바가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유기농 살충제 (자연적인 살충제이므로) 로 허가된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물질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곤충에 독성이 강한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동물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점차 사라지는 농약입니다. 공장에서 합성을 안했다고 안전한 살충제가 될 순 없죠. 자연에도 인간이 합성한 것 이상으로 아주 위험한 물질들이 넘치는게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