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에서는 인간 배설물을 비료로 감자를 키우는 내용이 나옵니다. 물론 당장에 현실이 될 순 없는 이야기지만, 이 내용은 화성에서도 작물 재배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다양한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처럼 되기는 어려워도 작물 재배 자체는 가능할 것이라는 증거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비록 화성의 레골리스는 미생물과 유기물이 풍부한 지구의 토양과는 달리 단지 암석 부스러기에 불과하지만, 적당한 비료와 물, 기온, 공기가 있다면 식물이 자라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사실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미생물과 비료 이외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지렁이입니다.
지렁이는 토양 속에 있는 복잡한 유기물을 식물이 흡수하기 편한 더 단순한 형태로 바꿔 토양의 생산력을 높입니다. 동시에 토양에 통로를 만들어 물과 공기가 지나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지구의 토양은 식물과 미생물은 물론 지렁이 같은 여러 생물들이 협력해서 만든 유기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바헤닝언 대학교의 연구팀은 하와이의 모래로 만든 시뮬레이션 된 화성의 모래를 바탕으로 지렁이가 이런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지렁이의 먹이가 될 유기물(이 경우에는 돼지 축사에서 얻은 거름)이 있다면 화성에서도 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지렁이가 있는 경우 식물이 더 잘 자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 되겠지만, 화성 정착지가 건설되면 여기에는 당연히 식량을 재배할 인공 경작지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 경작지에 지렁이가 있다면 더 수월하게 식물들이 화성에 정착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