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되면 회사 동료들과 늘 점심을 함께 한다. 주로 하는 이야기는 평범하다. 대개 주말에 뭐했냐는 주제를 주로 올린다.
지극히 평범한 월요일, 그날도 어김없이 점심을 먹었다. 최근에 트렌드가 되었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새 4차 혁명이라고 말들이 엄청 많은데, 한 줄로 요약해서 말해볼 수 있어?”
“한 줄이요?”
그걸 어떻게 한 줄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글쎄요, 제조업하고 ICT 그러니까 정보통신기술이 합쳐진 초연결사회… 어쩌고…”
4번째 혁명? 꽤 단순해 보이는 단어고 많이 들어본 키워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니 꽤 생소하면서도 낯선 단어였다. 그럼 1차 산업혁명은 뭐였더라? 학교에서 배운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어느새 우린 벌써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4차 산업혁명을 아이템으로 다룬 글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왔다. 언론사나 방송사, 전문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진 주제이다. 아직까지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새로운 콘텐츠와 유망사업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한동안 핫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들이 난무한다. 그 누군가는 내가 될 수 있고 나의 지인 누군가에 해당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세대와 우리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어마어마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아빠, 4차 산업혁명이 뭐야?”라고 물어봤을 때 아주 심플하고 명쾌한 답을 주기 위해 난 또 연습장을 펼쳐 끄적거렸다.
클라우스 슈밥이 언급한 초연결사회, 4차 산업혁명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제인, 기업인, 저널리스트,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국제 민간회의를 말한다.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다고 해서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린다.
구성원들로만 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럭셔리한 사교모임’ 같기도 하다. 실제로 초청받은 인사들만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폐쇄적 사교 모임이라는 비난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구체적인 결론이나 실행 방안이 나오지도 못해 비판 역시 끊이지 않았다.
세계경제포럼은 한 대학교수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그 교수의 이름은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다. 그는 1938년 독일 태생으로 1971년 세계경제포럼 설립 시점부터 세계경제포럼의 회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 포럼은 2016년 46주년을 맞이했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를 의제로 채택해 디지털 디바이스와 인간 그리고 유비쿼터스가 두루 결합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 따른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단순한 키워드 속에 복잡하고 어려운 의미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다.
클라우스 슈밥은 이에 대한 내용을 자신의 책을 통해 다루기도 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무인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미디어를 통해 등장하기도 했고 AI를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점차 진화되어 우리 생활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들고 있는 휴대폰을 통해 보일러를 제어하는 것 역시 초연결사회에서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 알고 넘어가자!
“그럼 1차 혁명은 뭐야? 2차 산업혁명은 또 뭘까?”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기 전에 늘 튀어나오는 질문이자 궁금증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였다. 엄밀히 따지면 증기기관이 발명되었을 때 1차 산업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사람들의 편의와 생산성 증대를 위한 발명이 우리 생활을 바꿔놓은 것일 뿐.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지나온 역사 속에서 기계로 인한 산업이 아주 크게 변화했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이 발명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는 곧 ‘혁명’이 되어 세계 역사 속에 ‘제1차 산업혁명’이라는 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넓고 푸른 밭에서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 먹었던 농경 사회, 탄광에서 석탄이나 철을 캐내던 지하자원의 시대. 사람들은 곧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사람과 사람을 음성으로 이어주는 전화나 빛을 내는 전구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이 ‘전기’라는 힘으로 발전해 2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기계와 전기를 통한 생산성은 더욱 발전했고 향상되었다.
전기는 물론이고 화학과 석유, 철강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진행되었다. 당시엔 전화나 축음기 같은 기계가 개발되어 대중들이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이것이 곧 고용을 촉진하는 계기도 되었다.
1~2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의 변화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3차 산업혁명은 그보다 더 정밀해졌고 더욱 작아졌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기술로 진화한 것. 1980년대로부터 출발한 3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컴퓨터, 인터넷 나아가 정보 통신 기술이 모두 이 안에 존재한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매우 포괄적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이미 경험했거나 어디선가 봤을법한 기술이라는 뜻이다. 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느새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펼쳐진 바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이세돌을 상대로 4승을 거뒀고 1패를 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에 프로 명예 단증 9단을 수여하기도 했다.
알파고는 완성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아직은 프로토타입인 셈. 구글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삶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람이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운전이 가능한 ‘무인 자율 주행차’나 질병을 진단하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미래 지향적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알파고의 근본이 되는 인공지능(AI)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일례라 할 수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이 물리적이고 생물학적인 분야에 디지털 세계와 인간의 삶을 접목시켜 다양한 신기술이나 서비스로 진화한다는 것일 테니 이는 우리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신비한 세계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위에서 언급한 인공지능, 무인 자동차나 항공기를 비롯해 로봇 공학, IoT(사물인터넷), 나노기술(Nano-technology), 3D 프린팅 등 6개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융합이다. 애플 워치나 갤럭시 기어 등의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웨어러블 헬스케어나 한창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의 기반이 되는 증강 현실 역시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필자는 현대건설과 SK텔레콤의 기술을 접목해 만들어낸 미래 지향적 IoT 빌트인을 선보인 시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집안의 모든 것들이 식사 준비, 보일러나 출입문 제어, 조명이나 TV 등의 가전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등 마치 마술과 같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실상 정보 통신 기술, 즉 ICT가 우리 실생활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어 짠하고 나타난 것이다.
SK텔레콤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ICT나 미래형 네트워크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3G부터 LTE까지 통신사업은 더 이상 주력이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GE(제너럴 일렉트릭)도 자신들의 가전 사업을 중국 하이얼(Haier) 그룹에 56억 달러, 한화로 6조가 넘는 금액으로 매각했다. 하이얼그룹은 미국의 거대 시장에서 가전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E나 지멘스와 같은 기업들은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이용한 스마트 공장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으로부터 이어진 140년 전통의 제조업체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국내 통신사인 KT는 인공지능 TV 기가 지니(Giga ginie)를 선보였고 네이버는 약 1천200억 원을 쏟아부어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카쉐어링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
이러한 기술들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최적화된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우리 생활의 질을 한층 더 높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올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발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만큼의 잠재력을 가졌다. 개개인의 생활 전반에 침투해 우리의 삶과 함께하게 될 것이고, 우리를 편리하게 해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 모델이 생겨나거나 신규 플랫폼을 개발하는 신규 인력 창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취업을 준비했을 당시 취업문은 굉장히 좁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업문이 눈에 띌 만큼, 우리가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넓어진 것은 아니다. 4차 혁명이 신규 인력을 창출하고 4차 혁명에 발맞춘 새로운 기업이 탄생한다고 해도, 본래 좁았던 그 문이 광활하게 넓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계로 인해 생산성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고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시대에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4차 혁명은 좋게 보면 ‘혁신적(innovative)’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파괴적(destructive)’이다.
과거 증기기관이 탄생했을 때 마차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증기기관차를 이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차를 몰고 다녔던 마부들은 어떻게 됐을까? 증기기관이 생겨나고 이를 이용한 운송 기계가 늘어나게 되면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당연한 이치다.
기계가 들어와 사람들의 일을 대신했을 때에도 생산성은 크게 증가했다. 돈이 많은 자본가들은 기계를 도입해 생산성을 늘렸지만, 기계가 할 수 없는 일들은 노동자들에게 맡겨 공장의 매출을 늘려갔다. 노동자들은 노동 착취 수준의 일을 해야 했고, 이 노동자들은 노동 착취 자체가 기계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영국의 사상가인 로버트 오언(Robert Owen)은 1771년 웨일스 출생으로 사업에 크게 성공해 스코틀랜드에 방직공장을 갖게 되었다. 이미 기계화된 세상 속에서 인권을 무시하고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앞장섰기 때문에 ‘협동조합 설립 운동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결국 정부는 산업혁명에 따른 폐해를 긍정적으로 바꿔 실질적인 혁명을 이뤄냈다.
산업혁명을 제대로 받아들여 진짜 실생활에 접목시키려면 정부의 역할이나 기업의 운영방식 또는 정책 역시도 그에 발을 맞추어 발전해야 한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 역시 비슷한 말을 언급했는데 이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4차 산업혁명은 파괴적일 만큼 강렬한 기회이자 무거운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리는 모두 대비해야 하고, 이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개개인부터 사회 전반, 한 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정부와 기업의 역할과 정체성 재확립이 불가피하다.”
변화를 꾀하려면 변화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새 시대를 맞이하려면 인류 번영을 위해 혼란은 완화시키고 제도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 체계는 무너지고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어느 영화처럼, 기계를 비롯한 인공지능만 발전한다고 해서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해서는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간들과 함께 사회적인 기반을 빈틈없이 구축해야 한다.
수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서로 협력하고 열심히 소통해야 합니다’라는 맹목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나왔을 것이다. 그중에 과연 우리 찾는, 우리의 갈증과 궁금증을 시원하게 뚫어 줄 명쾌한 답이 있을까?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역시 맹목적인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후대의 사람들은 지금 이 과도기를 진정한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산업혁명이 담긴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에서 판단할 문제다. 이에 ‘실패’냐 ‘성공’이냐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우리는 반드시 위협이 아닌 기회로 만들어내야 한다.
원문: Pen잡은 루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