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는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생기지만, 그 가운데 좀비 개미(zombie ants)라고 불리는 곰팡이 감염은 과학자들도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피오코르디셉스 (Ophiocordyceps) 속의 곰팡이는 개미에 감염되면 숙주의 행동을 조절해서 높은 식물 줄기에 달라붙게 한 후 식물을 물고 죽게 만듭니다. 그 후 곰팡이가 머리에서 자라나 포자를 퍼트리는 방식입니다.
오피오코르디셉스속의 곰팡이는 140종의 곤충에 감염될 수 있으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숙주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어 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대학의 카리사 드 베커(Charissa de Bekker, Ph.D)와 그녀의 동료들은 이 곰팡이가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식에 대해서 연구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감염된 숙주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행동이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 상태의 개미나 혹은 실험실에서 감염된 개미 모두에서 볼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곰팡이가 개미의 생체 시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곰팡이의 포자를 더 잘 퍼트리기 위해 개미의 행동을 매우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특정 시간대에 포자를 더 잘 퍼트릴 수 있다면 곰팡이가 다른 숙주에 감염될 가능성도 올라갈 것입니다.
연구팀은 아무리 뛰어난 뇌신경학자라도 곰팡이처럼 숙주의 행동을 마음대로 정교하게 조절할 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복잡한 행동을 조절하는지 알아낸다면 뇌와 행동의 조절 기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참고
- Charissa de Bekker et al. Daily rhythms and enrichment patterns in the transcriptome of the behavior-manipulating parasite Ophiocordyceps kimflemingiae, PLOS ONE (2017). DOI: 10.1371/journal.pone.0187170
-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