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총 4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②엘리트 치과의사, 아토피 걸린 아들을 위해 똥덕후가 되다 : 김석진 교수 인터뷰
내일 준비물: 똥을 가져오세요
아재들의 말에 따르면 국민학교 시절에는 채변 검사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을 들어보면 참으로 험난하다. 우선 신문지를 바닥에 깐다. 거기에 똥을 누고, 나무젓가락으로 엄지만큼 떠서 봉투에 담는다. 그리고 성냥불로 지져서 밀봉한다.
모닝 똥에 실패한 어린 학생들은 회초리를 피하기 위해 길거리에 있는 똥을 담아 제출하기도 했다. 덕택에 “인간에게서 나올 수 없는 기생충이 발견되었다”라는 소견과 함께 종아리가 터질 정도로 맞았다는 도시 전설도 있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에피소드이지만 아주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국민의 8할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었고 연평균 2,000명이 숨지곤 했다. 하지만 대변검사를 통해 감염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현재 기생충 감염률은 2%다.
그렇다면 똥의 역할은 기생충 확인으로 끝난 것일까? 아니다. 똥은 우리 몸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는 ‘장내세균 분석’ 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똥 모양으로 대장암을 예측할 수 있다
대장암은 단순한 소화 장애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병이다. 이런 무서운 대장암도 대변의 모양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대변은 본디 바나나처럼 길쭉한 것이 건강한 상태다. 하지만 몸에 조그마한 변화가 생기는 즉시 그 형태가 달라진다. 약을 먹고 있다면 라떼에 올라가는 생크림과 같은 모양이 당신을 반길 것이며 수분이 부족하다면 토끼 똥 같이 조그맣고 단단한 것들이 아침 인사를 건넬 것이다.
눈으로 봐서 잘 모르겠다고? 분변잠혈검사를 이용하자. 무언가가 들어와야 하는 대장 내시경 검사와는 달리 자신의 대변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편하다. 수집도 위생적이고 전문적으로 준비된 키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깔끔하다.
때깔 좋은 똥이 건강도 좋다
검사받는 게 귀찮은가? 그렇다면 아침마다 결과물의 색깔을 확인하자.
변의 색깔이 흰색일 때가 있다. 담즙 분비가 순탄하게 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심한 경우 담석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담낭염, 췌장염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병으로 이어지니 주의하자.
변이 은색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에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색이다. 혹시 오늘 아침에 이런 색깔을 경험했다면 당장 병원으로 가라. 최소 위출혈이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피똥을 두려워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니 걱정 말자. 수분이 모자라서 항문이 피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고 하다못해 토마토 주스를 먹었어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치질이나 대장 출혈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똥으로 확인하는 ‘장내세균’의 중요성
지금까지 우리는 똥을 통해 단순히 기생충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세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토피 같은 형태의 피부 질환이 생겼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고생하던 김동균 어린이가 김석진좋은균연구소에서 장내세균 분석을 진행한 적이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또래 아이들보다 장 속 유해균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습관을 개선하는 한편 고농도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했고, 놀랍게도 면역 질환이 호전될 수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유아에게 있어 장내세균의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현재 동균이처럼 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장면역 개선 100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뿐 아니라 당뇨, 비만 같은 질환을 앓는 성인도 장내세균 서비스를 주목할만하다. 현재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수천 명의 한국인 장내세균 구성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연령대별 평균값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건강 상태를 더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매일 아침 변기에서 본다는 이유로 똥의 귀중함을 너무 모르고 산 것은 아닐까. 아직 늦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똥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면 내일 아침에 물을 내리기 전, 사랑을 가득 담아 가벼운 인사라도 건네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