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총 4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②엘리트 치과의사, 아토피 걸린 아들을 위해 똥덕후가 되다 : 김석진 교수 인터뷰
의사 아들에게 찾아온 아토피의 고통, 인생의 길을 돌리다
리승환(이하 리):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석진(이하 김): 서울대 치대를 졸업 후 인디애나 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같은 대학에서 치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리: 구강내과 전문의가 어쩌다 유산균을 연구하고 계시죠?
김: 저희 막내가 두 살도 안 돼서 중이염으로 되게 고생을 했어요. 당연히 저는 의사니까 계속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했죠. 그런데 이 어린애가 아토피 알러지성 체질이 된 거에요. 왜 그런가 논문을 계속 살펴보니 항생제 문제가 있더라고요. 2000년 즈음만 해도 이쪽으로 연구는 거의 없었는데, 항생제 과잉이 아토피, 알러지를 많이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리: 항생제가 아토피를 일으킨다?
김: 아직 애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부모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어요. 우리 몸에 세균이 무려 100조개가 넘어요. 그만큼 다양한 세균이 우리 몸 안에 존재하고 있는 거죠. 근데, 항생제를 쓰면 세균이 모두 죽어버려요.
리: 세균이 죽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몸의 세균은 크게 유익균, 중간균, 유해균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좋은 균들이 죽으면 면역력이 떨어져요. 정밀 사격을 해야 하는데 폭탄을 떨어뜨려 버리는 거죠. 유익균이 없으면 면역세포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아이의 건강을 해치게 되죠.
리: 어차피 유해균도 없어지니 쌤쌤 아닙니까(…)
김: 균이 없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에요. 무균실에서 태어난 쥐를 방사선으로 멸균된 음식을 먹이면 오히려 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 돼요. 멸균 과정에서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균도 죽여서 면역력이 떨어져버리는 거죠.
우리가 항생제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
리: 그래서 아이의 건강 문제는 잘 해결됐습니까?
김: 지금이야 건강하지만, 그때는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죠. 항생제를 잘 아는 내가 이럴지언데, 다른 사람들은 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까… 치과의사로 살면 편하겠지만, 뭔가 소명의식이 생기더라고요. 제대로 알리는게 더 중요하다. 내 아이 같은 일이 없어야, 또 그런 것에 아파하는 부모가 없어야… 그래서 지금까지 장과 유익균, 대변을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있지요.
리: 치과의사 많이 벌기로 유명한데, 벌이는 좀 어떠신지요?
김: 저는 개원의가 아니라 미국에서 연구하는 교수 신분이었던지라,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그래도 그 사이에 항생제도 많이 이슈화되며 남용이 줄어들고, 또 프로바이오틱스도 많이 자리 잡아서 보람은 훨씬 더 커요.
리: 지금까지도 한국은 항생제 이슈가 계속 나오는 것 같습니다만…
김: 한국이 좀 항생제 많이 쓰는 국가죠. 감기 걸려도 보통 항생제를 주는데… 이건 감기 바이러스가 오래 있다 보면 중이염, 축농증 등이 생길 수 있으니,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내주는 거예요. 그런데 맞춰서 필요할 때 줘야 하는 거지, 무조건 주면 곤란해요.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는 더 조심해야 하고요. (참조 링크: 질병관리본부 “단순 감기에 항생제 처방 말라”)
리: 아드님의 경우에도 그런 영향이 있었다…
김: 실제로 아토피 환자 증가와 항생제 보급은 비례합니다. 페니실린을 포함해서 우리가 주로 먹는 항생제를 ‘광범위 항생제’라고 부릅니다. 유익균과 유해균을 구분하지 않고 다 죽이는 거죠. 그러면 우리 몸의 세균 밸런스가 깨지고, 아토피나 알러지 같은 ‘현대인의 병’들이 증가한 거죠.
리: 정리하자면 항생제는 우리 몸의 세균 밸런스를 망친다. 고로 멀리하자. 이것만 기억해도 면역 질환은 예방할 수 있겠군요.
김: 그렇지는 않은 게… 먹는 음식 때문입니다. 닭을 생각해 볼까요? 예전에는 닭을 풀어 키우다가 귀한 손님이 오면 잡곤 했죠. 그런데 이제는 소비량이 엄청 늘었잖아요? 그러다보니 작은 공간에서 최대한 많이 키우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한 마리만 아파도 전체가 죽어버려요.
리: 그렇죠. 군대에서도 한명이 콜록거리면 다음 날 다 아프고(…)
김: 그래서 할 수 없이 할 수 없이 사료에 항생제를 때려부어요. 그런데 항생제는 내성이 생기잖아요? 덕분에 닭 한마리에 다양한 항생제가 쌓입니다. 그럼 그걸 누가 먹어요? 결국 사람이 먹죠. 그래서 현대인들은 항생제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참조 링크: ‘엄마 의사’의 항생제 오·남용 비판)
리: 항생제 처방을 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군요.
김: 실제로 50년 전 사람과 현대인의 대변을 비교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유익균 수치가 매우 많이 떨어져 있어요. 제약회사에서 항생제를 만들면 반은 동물한테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아무리 개인이 항생제를 피해도 결국 식품을 통해서 들어올 수 밖에 없어요.
항생제로 망해버린 현대인의 구원자,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와 식이섬유
리: 그럼 저희는 이대로 망해버리면 되는 걸까요…
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황무지가 된 땅을 개간하듯, 세균 밸런스가 깨졌다면 다시 유익균을 보충하면 되는 거죠.
리: 유익균을 보충할 수도 있나요?
김: 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가 면역이 약하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태아가 양수에 있을 때는 어느 정도 무균 상태에요. 자연출산 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많은 질을 통과하면서 ‘유익균샤워’를 하게 되는거죠. 실제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보다 유익균이 검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참조 링크: 우리 아이의 면역력 지킬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리: 그러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은 평생 약한 몸이 되는 건가요? 저 제왕절개인데(…)
김: 자연분만이라고 유익균이 충분하지만은 않아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신생아에게 유익균을 전달해야 합니다. 모유는 좋은 유익균 전달 방법이죠. 사람 몸에 필요한 유익균의 30%는 모유에서 오거든요. 단, 이 과정은 12개월 안에 진행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 우리가 평생 가지고 갈 유익균 세팅이 끝나거든요. 요즘 다들 바쁘니 모유로 한계가 있다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잘 공급해 줘야겠죠.
리: 애들은 그렇다치고 나이 먹은 어른들은 어떻게 합니까.
김: 일단 유전적 요인이 크긴 해요. 똑같이 회를 먹었는데 누구는 아프고 누구는 멀쩡한 적 있죠? 이것도 각자 장내 세균 밸런스가 달라서에요. 그 밸런스가 좋은 사람들은 식중독 균을 물리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몸이 아프게 되는 거죠. 그 다음은 환경인데, 현대인은 영양 밸런스가 깨지기 좋은 환경에 있어요.
리: 어떤 환경이죠?
김: 서울이 그렇게 환경이 좋은 곳도 아니고… 스트레스도 중요해요. 그런데 대표님도 야근 자주 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요. 일단 취해야 하는 건 기본적인 식습관 교정이에요. 채소나 과일 같은 섬유질 많은 거 꼭 드세요. 섬유질이 참 좋은 게, 1차적으로는 장을 통과하면서 나쁜 물질들을 흡착합니다. 그와 동시에 유익균들의 먹이가 되거든요.
리: 건강식품은 어떤가요?
김: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제일 좋아요. 예를 들어 비타민C 같은 경우도 막연한 마음에 고농도가 좋다고들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우리 몸에서는 다르게 이해를 해요. 왜 이렇게 많이 들어오지? 이렇게 생각하고 흡수율을 확 떨어뜨리는 거죠. 이걸 항상성이라고 하는데, 이런 공회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섭취하는게 최고죠. 다만, 유익균은 별도로 섭취해주면 좋습니다.
리: 선생님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까?
김: ……
리: 죄송합니다… 요플레나 장음료, 이런 것들 말씀이신가요?
김: 그것들도 포함되지만 유익균 수치가 좀 부족해요. 일반적으로 1억개에서 100억개 정도가 포함되어 있는데 많아 보이지만 이것도 우리 몸의 입장에서는 수영장에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랄까… 이에 비하면 저희 바이오일레븐에서 나오는 ‘드시모네’의 경우 4500억 이상의 유익균을 제공합니다. 전세계 제품들이 100억을 넘기 힘든데, 우리 제품은 50배에서 100배인 거죠. 이 기술이 상당히 힘들어요. 좋은 균들끼리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
리: 돈 벌려고 한 이야기 맞는 듯한데요(…)
김: 맞긴 한데(…) 그래도 제가 긴 시간 연구해온 분야고, 이 제품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요. 이 제품을 만든 드시모네 교수님부터 정말 이 업계 최고의 권위자에요. 의사가 의대 가서 전문의 하나 되기도 힘든데, 면역학, 감역학, 소화기 내과 분야 이렇게 전문의만 3개에요. 이 분이 발표한 프로바이오틱스 논문이 전세계적인 학회 커버페이지에 선정되기도 했고요.
리: 실제로 의료계에서도 검증되어 사용되고 있나요?
김: 네. 이 제품은 미국, 영국, 독일의 프로바이오틱스 소화기 내과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들어가 있어요. 이게 어떤 의미냐 하면, 의사는 약을 마음대로 못 써요. 학계에서 인정된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죠. 그만큼 그 기준도 대단히 엄격하고요. 그런데 드시모네는 국가보험이 커버해주고, 치료 가이드라인에 들어갈 정도에요. SCI 등재논문에도 수백 번 인용됐고, 한국식약처에서도 유일하게 4500억 이상의 유익균을 보장한다고 인정했죠.
대동단결 건강한 사회를 위해 ‘대변은행’을 만들다
리: 그나저나 아픈 아들 낫게 해주려다 일이 참 커졌군요.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김: 대변은행을 국내 최초로 설립했습니다.
리: 네?
김: 똥을 기증 받아서… 건강한 똥을 아픈 사람의 대장에 넣습니다.
리: 네?
김: 똥이라고 하니 좀 이상하고… 똥물이라 해야 하나… 아니, 그러니까… 똥 안에서도 똥물이 있고, 그 안에 세균이 있는데… 세균에서도 유익균… 그걸 넣어주는…
리: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김: 헌혈은 좋은 피를 넣어준다면, 이건 대변에서 추출한 유산균을 넣어주는 거죠. 대변의 절반 이상은 물이에요. 물을 다 빼면 또 그 절반 이상이 세균이고… 그 중에 좋은 균을 잔뜩 추출해서 대장내시경 형태로 넣어주는 거죠. 그러면 유익균이 장에 붙게 되는… 드물긴 하지만, 정말 심각한 대장 질환 환자의 경우 유익균 주입을 위해 대변 자체를 이식하기도 합니다. 물론 똥이 좀 그렇다 보니 철저한 공정 과정을 거칩니다(…) (참조링크: 김석진좋은균연구소, 아시아 최초 대변은행 설립)
리: 물을 뺀 나머지 반이 세균이라면 나머지 반은 또 뭡니까?
김: 뭐, 소화 덜 된 콩나물이라거나(…)
리: 죄송합니다. 괜히 물어봤군요… 그나저나 이야기가 급 더러워지는군요(…)
김: 그래도 이 대변은행 스툴 뱅크를 구축한 게 정말 자랑스러운 게… 이걸 쓰는 경우는 정말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을 때도 좋아지기 힘든 환자들에게 쓰는 방법이거든요. 근데 난치성 환자의 90% 이상이 호전 증세를 보여요. 2016년에는 신의료기술 행위로 법적으로 인정이 되었고요. 대변이식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어요. (참조링크: 김석진좋은균연구소-서울성모병원, 대변 미생물 이식 공동연구)
리: 정말 더럽지만 좋은 일을 하고 계시군요.
김: 2013년 미국 감영종합학술대회(IDWeek)에서 난치성 장염 환자 40명 중 39명이 대변 이식을 통해 완치됐다는 연구가 발표됐어요. 대변은행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 같아요.
리: 그나저나 똥은 어디서 구합니까?
김: 이것도 헌혈로 생각하면 되는데… 좋은 피를 헌혈로 보급 받듯, 좋은 똥을 받아야죠. 헌혈과 다른 점이라면, 이식할만큼 상태가 좋은 똥을 구하기 힘들어서… 필터링하면 실제로 가능한 사람은 100명 중 4명 정도? 미국의 스툴뱅크 ‘오픈 바이옴’에서 대변 기증 승인을 받는 일은 아이비리그 입학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에요.
대변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건강을 높이고자 하는 꿈
리: 선생님의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지요?
김: 처음에는 제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했고… 이제 그냥 프로바이오틱스를 영양제 형태로 파는 걸 넘어, 스툴뱅크까지 만들었는데… 나아가 한국인의 장 건강을 한 단계 올려보고 싶어요.
리: 음? 어떤 방식으로…
김: 스툴뱅크의 시작은 장내세균분석이었어요. 똥을 통해 장내세균 분석을 해줬죠. 학교 연구실에서는 많이 하는데, 일반인 대상으로 커머셜하게 시작한 건 제가 처음이었어요.
리: 뭔가 똥덕후 같은 느낌이(…)
김: 맞는 것 같은 게… 미국에서 연구하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좋은균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의사니까 수치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또 한국인만의 특성이 있을 건데, 그냥 외국 사례만 외쳐서 뭐하냐… 데이터를 모으자… 한국인의 특성을 제대로 연구하자… 그렇게 시작한 거죠.
리: 병원에서도 내시경 등으로 하지 않나요?
김: 기존 병원에서 하는 건 혈변을 보는 걸 주로 이야기하고… 내시경은 전날 굶고 설사하며 속을 다 비우고, 장 조직이 어떻게 생긴거지 시각적으로 관찰하는 거에요. 그 안의 콘텐츠와는 무관하죠. 장이 울긋불긋한 현상을 보는데, 그 현상을 만든 건 세균이거든요. 우리도 타고난 DNA가 있듯, 세균들도 타고난 DNA 정보가 있거든요. 그걸 보고 장내 세균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 있는 거죠.
리: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발전을…
김: 이게 대변은행으로 커지며, 그 사이에 정말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게 돼요. 한국인의 장 상태가 어떤지 대형병원도 이런 데이터를 모으기는 힘들거든요. 이미 저희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확보한 수천명의 한국인 데이터베이스가 있고, 이 정도면 논문 발표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에요. 이를 토대로 한국인의 장 건강을 더 높여주고 싶어요.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김: 한의원에서도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각기 다른 처방을 하잖아요. 언젠가 개별 맞춤 유익균을 만들고 싶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유익균을 투여할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질 수 있겠죠. 그것을 위해 더욱 많이 연구하겠습니다.
리: 박사님의 큰 꿈을 들으니 저도 뭔가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 오신 김에 대변 기증이라도 하고 가세요. 신선한 대변이 워낙 귀해서… 혹시라도 빠꾸 맞아도 약간의 무료 검사와 함께, 위로의 마음으로 교통비를 드립니다
리: ……
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