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재(Mantis shrimp)는 동물계에서 가장 빠른 주먹을 지닌 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절지동물문 갑각강에 속하는 갯가재는 독특한 생김새와 강력한 집게발로 주목받지만, 일부 연구자(Nick Strausfeld at the University of Arizona and Gabriella Wolff, University of Washington)들은 그 뇌에 주목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곤충류의 뇌에서 볼 수 있는 버섯체(mushroom body)가 기억을 저장하고 학습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초파리 등 동물 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각류와 협각류 (거미, 전갈, 진드기) 같은 다른 절지동물에서는 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곤충류가 절지동물의 다른 강과 분리된 이후 진화된 것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애리조나 대학의 연구팀은 갯가재의 뇌의 미세 구조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갯가재에서도 버섯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주장이 옳다면 버섯체는 본래 갑각류와 곤충류의 공통조상에서 등장한 후 갯가재류를 제외한 다른 갑각류에서 퇴화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옳다면 비교적 복잡한 기능을 담당하는 버섯체의 진화가 절지동물문의 진화 초기인 캄브리아기에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절지동물의 뇌의 진화가 꽤 오래전 복잡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가설에도 약점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갑각강에서 왜 구각목 (stomatopod, 갯가재류)만 제외하고 버섯체가 사라진 것일까요? 버섯체는 상당히 유용한 진화적 특징이므로 저절로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두 번째 가설로 버섯체가 사실 수렴진화의 형태로 구각목에서 새로 등장했을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형태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사실 진화적 기원은 다르다는 것이죠. 만약 두 번째 가설이 맞다면 DNA가 그 해답을 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절지동물의 조상은 적어도 캄브리아기 초에 등장해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문이 되었습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양과 숫자에서 모든 다른 다세포 동물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는 어쩌면 초기부터 잘 발달된 뇌를 지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크기를 감안하면 곤충 같은 절지동물의 뇌는 매우 복잡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 Gabriella Hannah Wolff et al, An insect-like mushroom body in a crustacean brain, eLife (2017). DOI: 10.7554/eLife.29889
-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