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가 미국에서 최초로 유전자 조작 면역 세포의 암 치료제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개발하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에서 제조한 킴리아(Kymriah)가 그 주인공으로,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인 T 세포를 추출한 후 유전자를 조작해서 백혈병의 일종인 B cell ALL(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를 배양하거나 강화해서 면역학적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지난 수십 년간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암세포 역시 환자 자신의 세포이므로 면역 세포가 잘 공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면역 세포를 주입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에이즈처럼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특정 암이 잘 생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상 면역 기능이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면역력이 강해서 모든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지는 못합니다. 면역 기능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암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정상 면역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암이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암세포가 본래 자신의 세포인 데다 면역 시스템의 감시를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획득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즉 면역 시스템이 약해서가 아니라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해서 면역 시스템이 공격하지 못합니다.
킴리아의 원리는 환자의 T 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키메릭 항체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s (CARs)를 인식할 수 있게 유전자를 삽입한 T 세포는 CAR-T 세포라고 불리며 환자의 몸에 주입되면 암세포를 인식해 면역 시스템이 공격할 수 있게 만듭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킴리아는 평균 83%라는 높은 관해율을 보여 난치성 ALL 치료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면역 시스템을 이용한 치료는 항상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면역 시스템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모든 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는 면역력을 높여서 온갖 병을 치료한다는 민간요법이 TV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면역 시스템이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이 생각보다 흔할 뿐 아니라 종종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킴리아는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불리는 cytokine release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침입자를 공격하는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킴리아 치료는 골식 이식이 불가하거나 다른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ALL 환자에 국한해서 승인되었습니다.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도 치료 때문에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큰 환자를 대상으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47.5만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입니다.
이는 살아있는 사람의 면역 세포를 수집한 후 증식시키는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으로 수집에서 치료까지 22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 내 환자의 경우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는 경우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겠지만, 만약 보험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 자가 부담으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유전자 면역 치료는 앞으로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비록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하긴 했지만, 부작용은 적으면서 비용이 훨씬 저렴한 방법이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