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공무원 호적증명->서울시 공사 설계 도면을 거쳐 이제 샵메일이 예비군 통지서에 적용된다고 한다. 이번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나서서 국방부와 협약을 맺은 모양이다. 샵메일은 정부가 영업하고 업체들은 팔기만 하면 되는 독특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번도 예외는 아닌듯.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재 예비군 중 희망자와 매년 전역하는 약 22만 명의 신규 편성 예비군을 대상으로 샵(#)메일 통지 체계를 구축하고, 앞으로 예비군들이 샵(#)메일 체계를 이해하고 이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중략) 이를 도입함에 따라 등기우편보다 시간과 비용이 절감됨은 물론, 일반 e메일보다 강한 보안성과 법적 효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기존까지는 예비군훈련 소집통지를 위한 우편 발송료가 매년 약 13억 원가량 소요됐을 뿐만 아니라 인편 통지로 인한 예비군 부대의 행정 부담도 컸다.
금번 예비군 샵메일, 우리는 두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정말로 비용을 확! 절감할 수 있나?
매년 22만명 전역하는 예비군과 예비군 훈련이 전역 후 8년까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샵메일 가입 대상자는 22만명 X 8년 = 176만 명, 매년 22만명이 민방위로 가고 매년 신규로 유입되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170만명 정도가 상시 유지된다고 볼 수 있으나 국방부가 밝힌 예비군 수는 300만명이므로 대충 200만명으로 잡아 계산해 보자.
200만명이 샵메일을 사용해야 하고, 서비스 업체는 위에 밝혀진 대로 1인당 기본료 연간 1만 원씩을 받는다.
200만명 X 10,000원(年) = 20,000,000,000원(200억 원)
국방부는 매년 우편 발송료가 13억 원 쓰는데 샵메일로 보내면 이걸 아낄 수 있다고 하지만, 달리 말하면 우체국에 내는 돈 13억 원 아끼려고 샵메일 비용 200억원을 쓰겠다는 거밖에 안 된다. “설마 예비군한테 돈을 받을 리 있겠냐”는 낙관 아래 진흥원은 연간 수익이 1조원 넘게 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데, 200억짜리 사업을 공짜로 해 주고도 연간 1조원을 벌 수 있다면 그 비법을 공유하는 게 창조경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예비군들이 샵메일로 훈련 통지를 받을 횟수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자주 받는 거고 꼭 필요한 거면 200억이 아니라 2000억이라도 써야지.
군 전역 후 6년 차까지 국방부가 ‘통보’를 해야 하는 횟수를 보면(병사, 동원 지정 기준)1~4년 차 4회, 5~6년차 6회 등 총 10회다. 올해 전역한 육군 예비역 병장이 동원 지정으로 예비군 6년 동안(여기서 기본료 6만 원 소요) 정상적으로 훈련에 임한다면 총 10회의 훈련 통지를 받게 된다. 6년에 딸랑 메일 10통 받겠다고 샵메일에 가입하는 것도 허무한데, 1회 통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6,000원이라면 대체 어디가 효율적이란 말인지 잘 모르겠다.
여기에는 또, 국방부가 내야하는 샵메일 전송료까지 따져보자. 국방부는 통지서 한 통을 발송할 때 마다 100원의 전송료를 샵메일 중계업체에 내야 한다더라. 그럼 국방부가 1년 동안 내야 할 전송료는…
1~4년 차 동원(미동원, 간부) 통보 : 1,999,000통
5~6년 차 소집 통보 : 3,330,000통
총 5,329,000통 X 100원 = 532,900,000원(5.3억 원)
국방부가 우편요금 13억원 아끼려고 예비군 훈련통지서를 샵메일로 보내면 매년 5.3억 원의 전송료가 든다. 그럼 7.7억원 아끼는 거잖아 좀 치사해도 말은 바로 해야지.
둘째. 효용성이 있기는 한가?
예비군 훈련은 대개 향방작계나 동원인데 이거 달가워하는 예비군 없다. 미래부가 경찰청과 손잡고 교통범칙금을 샵메일로 하려다 흐지부지 된 것도 효용성 문제였는데 법칙금은 아니지만 예비군 훈련 통지도 그에 맞먹는 ‘받고 싶지 않은’ 통지중의 하나다.
교통법규 위반 법칙금은 내가 수령하든 못 하든 범칙금을 안내면 차량에 압류가 붙게 되는데, 예비군도 통지를 받든 안 받든 훈련을 안 가면 보충교육에 고발까지 당하게 된다. 법칙금을 내든가 훈련을 가든가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 샵메일이라는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하는 서비스에 가입해서 ‘확인’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내역서를 이메일이나 우편 중 본인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듯이 법칙금이든 통지서든 국민이 수령하기 편한 방식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샵메일이 정부 홍보대로 송수신 증명과 내용증명을 보장한다면 법칙금이든 훈련 통지서든 일단 샵메일에 가입한 사람이 보든 말든 경찰이나 국방부는 메일을 보내기만 하면 ‘통지’를 완료한 게 되므로 그 뒷 일은 ‘안 본 사람 책임’으로 전가시킬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다.
나도 예비군 해봤지만 이거 피곤한 일이다…멀쩡한 사람도 군복만 입으면 이상하게 되는데 여기에다 돈내는 메일쓰라고 하면 그닥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길거리 주차단속 정보도 휴대폰으로 통보하는 ‘서비스’를 일선 구청에서 하는 마당에 이건 너무 일방적이고 행정편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