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위반 범칙금 고지서나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샵메일로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샵메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람들은“IT는 표준이 중요하지 않나, 왜 비표준을 강제하냐”면서 정부(미래창조부)가 나서서 이런 비표준 방식을 판촉하고 있다는 점을 의아해한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사업은 대개 사업자 지정을 받은 업체들이 목돈을 들여서 마케팅을 전개하기 마련인데, 샵메일은 특이하게도 정부(미래부)가 주도해서 온갖 홍보와 논란거리를 제공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래부는 시장의 IT전문가들과 공공기업들이 다들 반대하고 우려를 나타내도 ‘법과 제도’를 방패삼아 ‘진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부가 하는 방식을 보면,
1. 우정사업본부가 제공하고 있는 ‘등기우편’ ‘내용증명’ ‘범칙금, 과태료, 세금 납부서’등 우편서비스를 샵메일로 전환하기 위한 ‘시장’으로 보고
2. 국민보험공단, 연금공단, 구청 등 공공 기관(기업)이 발송하는 월 수천만건의 ‘고지서’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듯하다.
일견 샵메일을 ‘팔아야 하는’ 미래부의 판단이 그르다고는 할 수 없는게 어차피 민간은 샵메일을 거들떠 보지 않는 형편이라 만만한 공기업이나, 정부부처(경찰청)를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게 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칙금만 놓고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면,
1. 교통위반 딱지를 돈을 내고 메일로 받을 운전자가 과연 있을까하는 점… 1년 가야 위반 한 번 안하는 운전자는 어떻게? 과태료 상습 미납부자, 하이패스 미납차량, 과연 메일 주소가 없어서 돈을 못 받고 있는 걸까…면허증 발급때 샵메일 가입을 의무화 하겠다는 발상에는 숨이 턱 막힌다…
2. @메일로 잘 받고 있는 연금, 보험료 고지서를 돈을 내고 샵메일로 받아라고 하면 과연 그렇게 ‘전환할’ 가입자가 몇이나 될까… 그냥 우편으로 보내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보험공단등이 이메일 청구서 늘리기 위해 그 동안 노력한 거는 매몰비용이 된다…)
3. 집으로 날라온 교통위반 범칙금 고지서는 기분 나빠 찢어 버려도 차량은 ‘압류’된다. 고지서를 보든 안 보든 현재도 압류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는데, ‘가입자가 보든 안 보든 효력 보장’이라는 샵메일에 가입해서 ‘확인사살’을 당할 사람이 또한 몇이나 될까…
이러한 단순한 문제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샵메일 확산(활성화)’을 추진하는 정부를 보면, 세금으로 과연 저렇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세금으로 영업하고 자기가 지정한 사업자들이 땅짚고 헤임치기로 팔도록 밀어주고… 이거 어쩐지 70년대의 기시감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이래저래 시간이 흘러 샵메일이 완전히 시장에서 사장될 즈음이면 미래부가 특단의 대책으로 @메일 사용금지를 들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