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영화의 인기 있는 주인공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과학자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 가운데 상당히 많은 화석 표본이 발견되어 연구가 용이한 것 이외에도 티라노사우루스 상과라는 매우 큰 수각류 육식 공룡 과를 대표하는 공룡으로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렇게 많은 화석이 발굴된 것 자체가 티라노사우루스가 매우 성공적인 공룡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여러 가지 논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논쟁은 이 공룡이 적극적인 사냥꾼인가 아니면 시체 청소부인가 하는 것입니다. 시체 청소부라는 주장의 근거 가운데 하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빨리 뛰지 못했을 것이란 연구 결과입니다.
이전 연구들에 의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속도는 5-15m/s를 넘지 못하는 수준으로 사실 오늘날 치타나 사자 같은 고양이과 포식자보다 더 빠르지 않았고 크기를 고려했을 때 영화에서처럼 빠른 동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멸종 동물의 속도를 추정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화석이 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맨체스터 대학의 연구자들은 N8 High Performance Computing (HPC) 고성능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움직이거나 달릴 때 다리에 오는 충격과 힘을 연구했습니다.
multi body dynamic analysis (MBDA)와 skeletal stress analysis (SSA) 방식을 통해서 분석한 결과 자동차만큼 빠르게 달릴 경우 (영화 쥐라기 공원처럼) 무릎과 다른 관절에 심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any running would simply break the dinosaur’s legs”)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가 거의 뛰지 않는 동물이었다고 보고 있으며 다른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리해서 뛰면 골격에 상당한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옳다면 청소부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속도만이 아닙니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수각류 공룡이 자동차보다 빨리 달릴 이유는 사실 없습니다. 먹이로 삼는 초식 공룡만 따라잡을 속도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대형 초식 공룡 역시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이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먹이로 삼은 초식 공룡보다 느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멸종 동물의 속도를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튼, 깃털이 있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걸어만 다니는 티라노사우루스 역시 공룡 영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존재입니다. 앞으로 등장할 공룡 영화 역시 고증보다는 우리의 기대를 만족하게 할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