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이어.
반박6. 은하의 회전속도곡선을 보라고? 여러 나선은하들이 빅뱅이론에서 주장하는 ‘은하 생성기’에 만들어져서 계속 회전해왔다면 오늘날에 이르기 전에 나선구조가 파괴되었어야만 한다고?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빅뱅이론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는 없다. 이 문제를 은하천문학이 아직 온전히 설명하지 못할뿐이지 빅뱅이론의 문제는 아니다. 이에 대하여 천문학자들은 밀도파 이론으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창조론자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밀도파라는 것이 분명 (신의) 미세조정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것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근거없는 억측이다. 밀도파 이론에서 의문점이 있다면 그 기원이 불분명하다는 점과 어떻게 지속되는지 매카니즘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뿐이다. 밀도파 이론은 수정되고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지, 초자연적 힘을 받아야만 하는 이론이 아니다. 또한 이 연구를 위해서는 은하 회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특별한 물질인 암흑물질의 존재를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반박7. 현재 우리 우주에는 관측 가능한 물질보다 관측이 불가능한 물질(암흑물질, 암흑에너지)이 더 많다. 현재의 천문학은 이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창조론자들은 현재의 천문학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해 완전히 뒤흔듬과 동시에 빅뱅이론에 타격을 주려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 같다. 암흑에너지는 우리 우주의 팽창과 매우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우주에서 현재 인간이 관측 가능한 물질은 겨우 4퍼센트 안팎이다. 나머지는 현재의 천문학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마 미래의 천문학이라면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창조론은 못한다.
반박8. 은하중심부에 있는 초질량블랙홀(질량이 일반적인 블랙홀에 비해 매우 큰 블랙홀) 중 특이사례가 발견되었다. 이는 현재의 이론과 매우 크게 차이난다?
창조론자들은 때때로 관측결과 중 예외적인 것들을 들고와서 항변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관측 자체가 잘못된 것도 있고, 이미 그 관측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훌륭한 이론이 나온 경우도 있고, 아예 창조론자들이 문제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때때로 있다.
이것은 은하천문학의 문제이다. 그들은 우리 은하의 질량과 수명을 계산하는 문제를 한꺼번에 싸잡아서 공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 은하의 나이에 대한 기존 예측이 틀렸으므로 창조론이 맞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은하 중심부에서 초질량블랙홀이 발견된지는 이제 고작 19년차다. 심지어 우리 은하에서 초질량블랙홀을 발견한건 2005년이다. 발견된지 10년도 안 됐다. 아직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현재의 이론이 완전히 틀렸다고 하는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확실히 초기의 진화론은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이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러한 문제점들을 거의 다 극복하였다. 과학자들을 냅둬라. 그러면 그들이 알아서 잘 해결할 것이다.
반박9. 외계행성 글리제 1214 b 주변에서 약 섭씨 223도의 액체상태의 물이 발견되었다. 만일 우리 우주의 연대기가 빅뱅이론에서 주장하는 만큼 길다면, 모성이 되는 적색거성은 이 충분한 기간동안 물을 다 증발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따라서 우리 우주의 연대기는 물이 증발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짧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은 6000년이다?
먼저 데이터 수정좀 합시다. 모성은 적색거성이 아니고 적색왜성이다. 이 둘은 매우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부터 창조론자들의 데이터수집이 얼무나 허무맹랑한지 알 수 있다. 또한 위키백과만 보더라도 글리제 1214 b에서 물이 발견되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물은 섭씨 200도가 넘는 상태에서도 액체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매우 높은 대기압 하에 있어서 증발이 불가능할 때 그렇다. 매우 높은 압력은 일상에서는 볼수 없는 특이한 현상들을 연출하고는 한다. 대표적 예가 바로 목성 중심부에 있는 금속결합(금속이 이루고 있는 원자간의 결합구조. 일반적으로 기체는 이런 결합구조를 절대 가질 수 없다)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수소이다. 의문이다. 창조론자들은 과연 글리제 1214b에서 물이 다 증발하지 않기 위한 최대기간이 딱 6000년 이하라고 계산을 해서 저런 결과를 도출했을지, 아니면 그냥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그놈의 6000년에다가 끼워맞춘건지. 필자는 이곳저곳 검색하면서 단 한번도 그런 계산과정을 본 적이 없다. 답은 둘중 한가지다. 필자의 검색능력이 매우 모자라던지, 아니면 정말로 그런 계산이 없던지. 참고로 필자는 국내 자료뿐만 아니라 링크로 되어있는 자료 등등 ICR(미국 창조과학연구회)의 자료까지 다 뒤지고 찾아보았다.
반박10. ISON 혜성을 비롯한 태양근접혜성들은 아무리 거대해도 그 수명이 10만년을 넘을 수 없다. 그 전에 태양열에 다 녹아 파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계의 나이가 약 46억년이 된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에 대한 설명으로 ISON 혜성이 오르트 구름 출신이고 이 구름을 수백만년간 여행해 온것이라고 하는데, 아직 인류는 오르트 구름을 관측한 적이 없다?
올해 최대의 우주쇼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손 혜성을 들고 나오다니, 꽤나 흥미로웠다. 일단 질문에 먼저 대답하자면, 그렇다. 현재의 관측기술로는 오르트 구름을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태양계천문학의 많은 부분, 특히 혜성에 관한 많은 부분은 오르트 구름을 가정할때 잘 설명된다. 또한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오르트 구름에 소속되는 것으로 추측되는 4개의 천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창조론자들의 이 반박을 인정한다 해도 여전히 혜성의 나이는 6000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다시말해 빅뱅이론에 결정적 타격이 될 것은 전혀 없단 말이다.
결국 그들의 주장은 빅뱅이론에 치명적인 타격을 끼치지도 못하며, 그것이 창조론을 확증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말대로 한다고 해도 우리 우주의 나이가 6000년이 되어야 할 확실한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론자들 중에서는 이를 수용해서 최소한 우리 지구의 연대기 및 우주의 나이가 46억년 이상임을 받아들이는 늙은 지구 창조론자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대로 의문점을 남긴다. 왜 우리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인건 쉽게 받아들이면서, 동일한 수준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진화론은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란 사실과 창조론을 동시에 받아들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성경엔 창조가 6일동안 이루어졌다고 써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늙은지구 창조론자들은 이 “46억년-6일”의 크나큰 공백을 설명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창조가 한번에 이루어진게 아니고 여러번에 걸쳐 이루어졌다든가 창조와 창조 사이에 큰 휴식의 시간이 있었다는 이론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증거를 찾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과학적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이어진다. (신이시여…-편집자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