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 가운데서 가장 인기가 좋은 그룹은 의문의 여지 없이 공룡입니다. 공룡은 수많은 영화와 만화에서 반복적으로 다루며 어린이는 물론 어른까지 좋아하는 고대 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생대에도 공룡만큼이나 흥미로운 고생물이 여럿 존재합니다. 그중 신생대 최상위 포식자인 검치호랑이(Saber-toothed cat)는 종종 다큐멘터리나 기타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고생물입니다.
한국에는 검치호랑이를 소개한 책이 몇 권 없습니다. 그중 나온 지는 좀 됐지만 국내 저자가 쓴 『검치호랑이』는 그런 부분에서 놀라운 책입니다. 일단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주제의 책일 뿐 아니라 글쓴이가 고생물학자가 아닌 성형외과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책의 다양한 골격 및 근육, 고생물 복원도를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 점입니다.
직접 책을 보면 저자가 척추동물 비교해부학, 특히 고양잇과 비교해부학에 매우 풍부한 지식을 가졌다는 점과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씁니다. 자기 전공 외의 다른 분야에 재주가 있는 경우는 상당히 부러운 일입니다. 특히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려서 이렇게 그림 잘 그리는 분이 부럽습니다.
검치호랑이는 사실 검치를 지닌 다양한 포유류를 고양잇과에 속하지 않는 종까지 포함해서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저자는 매우 다양한 이 생물군의 골격 및 근육 구조를 상세히 분석해서 이들의 삶을 다시 복원합니다. 특히 검치의 기능과 사냥 방식을 고찰한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거대한 단검처럼 생긴 검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기 목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사냥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 위함이라는 목적은 같습니다. 다만 매우 긴 칼 같은 검치는 쉽게 부러질 수 있기에 사냥하려면 입이 매우 큰 각도로 벌어질 필요가 있고 사냥감이 발버둥 치지 않게 제압할 다른 방법도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집단으로 사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를 비롯한 검치호랑이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버거운 책일 수도 있습니다. 해부학적으로 상당히 깊게 들어갈 뿐 아니라 전문 용어의 비중이 높아서 관련 지식 없이는 쉽게 읽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검치호랑이에 관해 깊이 있게 다룬 국내 서적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의미 있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