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인기가 없다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기득권을 대표하는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지금 인기가 없다. 정당지지율이 10% 미만으로 정의당과 비슷하고 수도권 지역에서는 4%로 정의당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인기 없는 정당은 특히 청년들에게 인기가 없는데, 내가 보기엔 거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 청년들은 자유한국당을 외면하고 있고, 외면해야 마땅하다.
자유한국당이 지금 인기 없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들이 시대의 변화를 마냥 외면했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망한다. 그들도 예외가 아니다. 개혁세력은 본래 가진 것이 없는 데다가 사실 정치게임은 본래 공정하지가 않다. 그러니 정상적 상황이라면 비기득권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망했다. 그들은 정치에서 승리하는 법을 안다고 믿었다. 그래서 과거의 게임에만 중독되어 게임의 새로운 측면에는 너무나 둔감했다. 칼로 흥한 자는 더이상 칼은 효율적이지 않은데도 칼만 고집하다가 망하는 법이다.
자유한국당이 알고 있는 정치에서 승리하는 법은 아주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그들에게 정치란 “박정희 만세”를 외치면서 경쟁자의 안보의식이 의심스럽다고 말하며 반공 논쟁을 벌이고 친재벌적이며 친부동산 투기적인 발언을 계속하면 승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너무 오래돼서 지금은 자유한국당조차 잘 안 쓰는 방법 중에 전라도 욕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으며 그들의 정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그것을 계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모임에서는 박근혜를 구하라고 야단이다. 지금도 호시탐탐 빨갱이 논쟁을 하려고 한다. 그들은 낡은 방식 이외에는 정치 게임을 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한국이 바뀌었고 세계가 바뀌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계속 같은 방법만 반복한다. 그 방법에 중독되어 있다.
자유한국당의 낡은 안보관
자유한국당은 낡은 안보관과 경제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다른 무엇보다 그들의 안보관을 자랑하지만, 사실 그들의 안보관이란 한국전쟁에 대한 트라우마에만 기대고 있으며 우리의 안보는 미국이 지켜준다는 외세 의존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게 통하는 사람은 점점 더 줄고 있다. 노인세대를 제외하면 전쟁 트라우마는 없다. 젊은 세대라고 해서 전쟁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거나 안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다. 안보에 대한 공포만 조장하면 어떤 대가도 치룰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행동하는 노인세대와는 달리 지금의 젊은 세대는 본인이 학비도 대출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한다. 북한 이슈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세대와는 다르다.
세계의 정치적 지형도 냉전 시대와는 다르다. 미국은 우방이며 미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는 식의 구도는 낡은 것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은 공산국가인 중국이 최고의 무역상대국이다. 우리는 러시아와도 교역해야 한다. 하물며 유럽도 미국과 대립 관계를 보일 때가 많다.
한마디로 ‘슈퍼파워 국가’로서 미국의 지배력은 날로 퇴조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고 있다.
한국도 더이상 원조물자로 살아가는 빈국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과 추구해야 할 것은 상생이지 누가 누구를 봐주고 지켜주고 하는 그런 호혜의 관계가 아니다.
사실 미국의 정치가들이 왜 한국에게 호혜를 베풀겠는가. 이런 시대에 한국의 안보를 엄청난 국방비를 써가면서도 미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낙수효과, 대체 언제까지 주장할 텐가
자유한국당의 경제관은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어서 그 유명한 낙수효과를 반복해서 말하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이 잘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살게 될 거라고 주장한다.
논리적으로 이것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기 전에,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를 보면 이런 논리는 참으로 설득력이 없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노인들은 삼성전자가 소니를 이긴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제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들과 나란히 이름이 거론될 정도의 거대한 회사다.
이런 시대에 누가 누구를 키워주고 보호해준다는 말인가? 회사가 커지면 어디까지 커져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주가 총액의 한 절반쯤은 삼성이 차지해야 되는가? 이미 거대 회사들이 너무 커서 한국이 마치 그들의 왕조에 기생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다. 유명 회사들이 알고 보면 다 재벌 3세, 4세들의 회사들이며 서로 혼맥으로 이어져 있다는 식이니까 말이다. 낙수효과 같은 것은 이제 설득력이 전혀 없다. 떨어지는 물은 전부 재벌 3세 4세가 세습 받을 뿐이거나 외국으로 나갈 뿐이다.
자유한국당은 기본적으로 폐쇄적이기를 주장하는 권위주의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폐쇄’하면 박근혜지만, 그것은 박근혜만 그런 게 아니다. 정보는 권력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독재적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층층으로 나누고 정보가 흐르지 못하게 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이것은 21세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을 몰락시킨 어떤 ‘승리’
내부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자유한국당의 최대 문제는 그들이 더이상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이유도 그들이 낡은 보스 문화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에는 지도자적인 인물이 없다는 데 원인이 있다. 즉 힘센 보스에게 붙어서 아부하고 충성하여 이권을 나눠 받는 데나 익숙한 기회주의적 인물들이 가득할 뿐 나름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책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당의 우두머리가 없어서 지난번에는 난데없이 이명박이 나타나서 대통령이 되었고 그다음에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들이 선거에 이겼다는 점을 제쳐놓고 보면, 오늘날 자유한국당의 몰락은 어떤 의미에서 이명박과 박근혜의 승리 때문이다. 그들은 제대로 된 보스가 될 수도 없었지만, 인물이 없어서 보스가 되었다. 그리고 제 역할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들은 독재 같은 시스템 속에서만 권력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민주주의하에서는 그들은 결국 그들의 모순과 치부를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최순실 사태’ 같은 것으로 그 모순이 폭발하면 지금처럼 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독재자 시스템은 낡았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죽어가는 것이다. 독재자 같은 보스를 계속 찾으니까 결국 박근혜 같은 인물이 부상하는 것이다.
그들이 박근혜 다음에는 누구를 찾았는가? 홍준표? 보스가 없는 자유한국당에서 남아 있는 인물들은 전부 주체적 판단능력이 없는 철새 같은 인물들 뿐이다. 그들은 결코 자기가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안보에서도 미국에 빌붙으려고 하는 근원적 이유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문화는 단순히 ‘낡았다’라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외교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가져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그렇게 했듯이 한국을 부패하게 만들어서 자기들이 살기 편한 나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전 세계를 부패하게 만들어서 그들의 외교가 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외국의 정치가들은 왕이 아니다. 그들도 그들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제약을 받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누가 누구를 봐주고 어쩌고 할 수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출신의 유승민은 스스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이 당선되자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연락이 오는가. 이것이야말로 지난 정권을 차지했던 자유한국당이 정상적 외교가 불가능했던 무능한 집단이었다는 증거다.
청년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
자유한국당이 낡았다는 이야기는 이쯤하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청년들이 안철수 대신 문재인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역설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안철수가 옳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을 숙고하면 자유한국당이 왜 말도 안되는 정당인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청년은 결국 신세계가 열려야 길이 생긴다. 기성세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에 들어가려고 하면 자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로 나가는 순간 인맥과 많은 경험으로 무장한 기성세대와 일대일로 경쟁해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 가망이 별로 없는 싸움이다.
청년은 블루오션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블루오션은 종종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로 축약되어 표현되고 있다. 미래는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들은 4차 산업혁명이 생기니까 형편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도래하게 해야 살길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론 같은 것을 보자. 드론은 물류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이걸 그저 장난감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발전된 배터리와 모터 그리고 자율조정시스템이 관련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가능성을 암시한다.
우리는 10년 안에 우리가 아는 탈것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마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로 바뀌듯 온갖 종류의 전동 탈것이 등장해서 타고 다니고 날아다니는 세상이다. 배터리 가격은 10년 내에 77%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내연기관을 단 헬리콥터가 쌀까, 미래의 사람용 드론이 쌀까? 이런 생각만 해도 가능성이 얼마나 클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발전들이 물류를 바꾸면 산업이 바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가 있지 않을까? 그것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한 안철수는 옳았다. 하지만 그는 크게 보면 매우 틀려있었다. 4차가 아니라 그냥 산업혁명을 생각해 보자. 그 핵심이 뭘까? 증기기관? 공장보급? 철도건설? 아니다. 그 핵심은 다시 인간이다. 인간 중심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산업혁명이란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을 말할수록 먼저 말해야 할 것은 인간이다. 우리는 더더욱 인간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찬란한 미래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지옥이 열린다.
그런데 안철수는 인간을 강조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이었고 시스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적어도 문재인 측에게 ‘사람’을 선점당했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인간은 보지도 않는다. 특히 청년에게 있어서 자유한국당이란 그저 재벌 4세들에게나 좋은 당으로 보일 뿐이다.
뒤집어 말하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가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기술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그런 시대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문학적 정치적 사상적 소양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새로운 발명들은 거꾸로 치명적 무기가 되어 그 사회를 망쳐버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술보다 사람 중심사회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이 산업적 팽창기에 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청년들이 일자리와 미래를 꿈꾸기가 힘들다.
이런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소리를 하면서 세상을 부패한 곳으로 유지시키려고 하는 당이 자유한국당이다. 이런 당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가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
마무리하며
지난 대선은 새누리당이 결국 개혁 불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 되기도 했다. 최소한 자유한국당의 지지층이 바른정당으로 옮겨가는 수준의 변화가 있다면, 그래서 유승민이 홍준표보다는 득표하는 상황이라도 있었다면 낡은 정파는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친박계가 계속 주류로 남는다. 오히려 점점 더 순혈주의화 된다. 그들은 이제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체라기보다는 역사가 남긴 청소하기 어려운 쓰레기일 뿐이다. 청년들이 지지할 가치가 없다.
원문: 나를 지키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