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라더니 어느새 폭우가 쏟아지고, 이제는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올해도 여름 안에서 사람들은 익어간다. 과거에 비해 영양 섭취가 좋아져 딱히 보양식을 챙겨먹을 필요가 없다지만 복날을 맞이한 삼계탕집 앞엔 여전히 줄이 100만미터 이상 늘어져있다. 습하고 무더운 이 여름에 먹는 재미라도 없으면 어떻게 사나 싶긴 하다.
이맘때면 여름 보양식 관련해 늘상 나오는 논란이 있다. 바로 개고기. 올해도 여지없다.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에서는 복날을 맞이하여 광화문에 모여 합창도 하고, ‘집 안에서는 가족, 길 위에서는 음식?’, ‘먹는 개와 키우는 개는 따로 있지 않다’ 이라는 표제를 걸고 개고기 먹지 말라는 지하철 광고도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개/고양이 고기 거리 보호 단체(WPDCMT)’의 소속이라고 밝힌 사람은 한국 개고기를 중단하는 데 오바마 정부가 개입해달라며 백악관에 청원을 하기도 했다.1
그러던 차에 한국시간으로 초복(7월13일) 전날, 트위터에서 @AskAKorean님의 재미난 트윗을 읽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개”는 현행법상 “가축”이 아니며, 가축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을 동물보호단체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감을 위해 반대했다는 것이다. 개를 가축으로 지정하는 것이 오히려 개를 보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축사의 악취를 없애는 일을 하면서 돼지, 닭, 오리, 소, 양식장 뿐 아니라 개 사육농가까지 다녀 본 경험을 바탕으로, AskAKorean님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개 사육 환경이 (이미 가축으로 지정되어 법의 관리 하에 있는) 돼지나 닭보다 훨씬 낫다. 때문에 단순히 법의 유무가 아니라, 적합성과 엄밀성, 그리고 법 이전에 생산자 윤리를 준수하게끔 만드는 소비자 의식이 더 중요하다.”
개고기 그리고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140자의 한계로 짧게 쓴 위의 이야기에 디테일을 더해보자.
개 식용 반대의 근거와 현실
개고기 보신탕의 모든것이란 블로그와 백악관 청원 관련 기사 등을 참조하면 (일부) 동물보호단체나 개인들이 개고기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개고기를 먹는 것은 불법이다.
2)먹는 개와 키우는 개는 따로 있지 않다.
3)길러지는 동안 고문당하고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등 도축과정 역시 잔인하다.
4)광견병 테스트나 항생제 사용 등에 관한 규제가 없다.
5)정상적인 사료가 아니라 음식물쓰레기만 먹인다.
6)물을 따로 주지 않는다.
7)잘 짖기 때문에 고막을 파열시킨다.
개를 키우는 농민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각 항목에 대해 설명 및 반박을 해보자.
Q1. 개고기를 먹는 것은 불법이다?
A1. 그럴리가. 그럼 키우는 것도 불법인가? 개 사육 농장으로 등록되어 관련 보조금도 다 받는다.
Q2. 먹는 개와 키우는 개는 따로 있지 않다?
A2. 예전처럼 떠돌거나 길을 잃은 개를 붙잡거나 마당의 개를 훔치는 경우가 여전히 상당수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어떻게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겠나? 당연히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들이 많다. 농가에서 기르는 개들은 고기가 맛있게 자체적으로 육종을 한 것이고, 이네들끼리 교배를 해서 새끼를 받는다.
Q3. 길러지는 동안 고문당하고 산 채로 가죽을 벗기는 등 도축과정이 잔인하다?
A3. 고문을 왜 하는가? 건강하게 잘 키워서 출하해야 하는데. 개가 가축으로 지정되지 않아 피가 하수로 무분별하게 흘러들어가는 것이 폐수법에 저촉될 뿐 도축에 있어 다른 규정이 없다. 주로 모란시장으로 판매되어 거기서 도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련의 과정들은 닭 잡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Q4. 광견병 테스트나 항생제 사용 등에 관한 규제가 없다?
A4. 역시나 가축으로 지정되지 않은터라 엄밀히 정해진 규정은 없지만, 광견병 등의 백신은 알아서 다 맞춘다. 개를 잘 키워 판매해야 하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백신은 예방 차원에서 이것저것 쓰지만, 항생제는 거의 쓰지 않는다.
Q5. 정상적인 사료가 아니라 음식물쓰레기만 먹인다?
A5. 다 다르다. 나 같은 경우 닭 농장에서 폐계를 받아오거나 가공공장에서 등급 낮은 닭고기나 닭뼈를 가져와서 먹이지만, 짬밥을 수거해서 먹이는 농장도 있고, 닭내장이나 돼지고기를 먹이는 농장도 있다. 먹이는 하루에 한 번 적당량 준다. 그런데 이 적당량이 어렵다. 개가 뚱뚱하면 기름이 껴서 팔리질 않고, 덜주면 서로 싸우다 죽이기도 한다.
Q6. 물을 따로 주지 않는다?
A6. 그렇다. 사료에 섞어서 준다.
Q7. 잘 짖기 때문에 고막을 파열시킨다?
A7. (이건 깜빡하고 물어보질 못했다. 하지만 방문했을 때 짖는 녀석들은 끝까지 짖고 사진 속의 개처럼 순한 녀석들은 가까이가도 짖질 않았다.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일단 사실이라고 해두자.)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틀린 것도 있지만, 맞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농민과의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듯이 반대론자의 주장이 합당할 수 있는 부분은 – 믿을 수 없는 도축과정, 사료, 식용수, 고막 파열 등 – 개가 가축으로 지정되지 않아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임을 알 수 있다.
개를 먹는 문화를 완전히 없앨 방법이 없는 이상 AskAKorean 님의 말대로 <축산물가공처리법>을 개정하여 개를 가축으로 등록하고, 사육부터 가공, 유통까지 관련 법규를 만들어 관리를 하는 편이 “육견들의 삶에 더 도움”이 됨은 자명해보인다.
억지 주장을 제외하곤 개 식용 반대론자들의 주요 논조는 사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육견의 사육 환경이 그들의 주장하는만큼 열악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가축으로 지정되어 여러 규제를 받고 있는 소, 돼지, 닭의 사육 환경보다 개의 사육 환경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폐사로 알아보는 사육 환경의 척도
앞서 언급한 반대론자들의 여러 주장보다 동물의 사육 환경의 열악한 정도를 가장 적절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척도는 바로 폐사이다. 축종마다 병, 온도 변화 등에 대한 저항성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은 자라는 환경이 열악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에 쉽게 걸려 항생제를 엄청 써대더라도 많이 죽는다. 딱히 동물을 때리거나 고문을 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일하느라 바쁜데 왜 고문을 하냐…)
통계청의 2012년 가축동향에 따르면 폐사율은 한우/육우 6.49%, 돼지 9.6%이다. 닭은 전수조사가 불가능에 가깝다보니 폐사를 모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여간 엄청 죽어댄다. (개인적으로 돼지의 폐사율은 좀 의심스럽다. 만나 본 양돈인들 대부분이 정확한 폐사율을 숨기고, 솔직하게 말하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목표’가 10%라고 이야기했던 걸 떠올려보면 말이다. 물론 엄청 잘키우는 사람도 많지만…)
하지만 개 사육 농민에게 물어보니, 개의 경우 폐사 자체가 드물고, 폐사의 주 원인도 병이 아니라 서로 싸우는 것이라 한다. 물론 가축이 아니다보니 관련해 정확한 통계가 없다. 이 역시 가축으로 지정시 얻게 될 장점이다.
사실 농민에게 질문하기도 전에 개의 폐사율이 낮을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유는 비록 철제 케이스 안에 가둬놓았지만 소처럼 오픈된 공간에서 개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축은 똥을 싼다. 이 엄청난 양의 똥을 자주 치워주기가 힘들다. 이는 모든 축종, 농가에 적용된다. 인터뷰한 농가의 경우 1년에 2,3번 치워준다고 한다. 똥이 분해되면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유독가스가 나온다. 이런 유독가스를 계속 흡입하면 자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쉬 병이 걸린다. 닫힌 공간에서 환기가 완벽하지 않으면 유독가스가 축사 안에 쌓인다. 돼지, 닭, 오리의 폐사율이 높은 이유다.
오픈된 공간에서 크는 동물들도 밑에 쌓인 자신의 똥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를 흡입하지만 공기 중으로 흩어져 그 농도가 훨씬 옅다. 또한 소는 자신이 싼 똥을 밟고 다니지만, 개의 경우 위에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철창이 공중에 떠있어 피부병의 염려도 덜하다.
개를 가축으로 지정하는 것 외에 필요한 것
먼저 규제의 적합성과 엄밀성이 필요하다. 개의 사육환경이 이미 가축으로 지정된 소, 돼지, 닭보다 낫다는 말이 개를 가축으로 지정하자는 걸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역시 개를 가축으로 지정하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지지한다. 다만, 법 개정을 함으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진정 동물복지에 신경을 쓴다면 규제를 새로 만들 때도 고심을 하고 만든 이후에도 엄밀히 지켜지는지 감시를 해야할 것이다.
이는 또한 개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기존의 가축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미 규제가 있지만, 그 규제란 것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거나 엄밀히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개를 가축으로 지정하는 것에 지지를 하면서, 또다른 층위의 문제를 생각해봐야한다. 바로 농가 생존의 문제이다. 개는 가축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축종에 비해 키우는 것이 크게 어렵지도 않고 가격도 안정적이다. 개는 10~12개월 키워 출하하니 엄청 오래 걸리는 편도 아니다.
엄격한 규제가 생기더라도 계속 개를 키울거라 말하던 농민도 한국산보다 1/4 이상 더 싼 중국산이 들어오면 한국 농가는 다 망할게 분명하고 그럴 경우 자기도 농장을 접을거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외국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에 가축으로 지정할 일은 없다고 봐요. 공식적으로 제도를 바꾸면 안그래도 개 식용 국가로 유명한 상황인데 외국에서 들고 일어날 거 아니예요? 예전에 아시안게임, 올림픽 열 때도 외국에서 한국은 개 먹으니까 참석 안한다고 그래서 국가에서 얼마나 탄압을 했는데. 그 때 개값이 폭락을 했죠. 폭락을. 중국도 개 먹어도 찍소리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만만하잖아요.”
동물보호 단체, 그리고 소비자가 해야 할 일
여러 농장을 다니며 현장의 상황을 알게 되니, 허황되고 왜곡된 주장을 일삼으며 개 식용에만 무작정 반대하는 (일부)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을 보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와 고양이만 동물이고, 소, 돼지, 닭은 동물이 아닌가? 가축과 동물은 다른가? 그럴거면 동물보호가 아니라 ‘애완’동물보호라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그러냐 싶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어차피 잡아먹으려고 키우고 죽이는데, 키우는 과정이나 죽이는 방식이 잔인하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열악한 사육환경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그렇게 자란 가축은 맛이 떨어지는 질 낮은 먹거리가 됨으로써 인간에게도 피해를 준다.
‘애완동물’ 뿐 아니라 ‘동물’을 진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이런 상황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 소비자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규제가 있든 없든 생산자들이 좀 더 나은 수준의 사육환경을 준수할 수 밖에 없도록 소비자들이 요구하게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