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느 직장이든 한 명 정도는 있다는 괴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괴물은 실력에 비해 권위의식이 많고, 공정함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좇으며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닥달을 주업으로 하는 한량 또는 일 중독자입니다. 괴물은 보통 직장 내 요직에 자리하고 있으며, 위 사람과 아래 사람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위 사람에게는 보통 회사를 구할 차기 인재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아래 사람은 절대 더 높은 자리에 가면 안 될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이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만으로 주변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괴물은 보통 직장 내 생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이용하여 더 무서운 괴물로 변하곤 합니다. 회사에서는 일 못 하고 태도가 나쁜 사람에게 C 평가를 내리지만, 실제 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C 평가를 받지 않습니다.
그는 그래서 괴물입니다. 그는 평판과 친분을 이용하여 회사에서 자리를 만들어 나갑니다.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숨길 수 없는 권력욕과 물질에 대한 욕망이 나이가 들수록 겉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괴물은 어떻게 생겨날까요?
이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스스로 기존 괴물을 혐오하든, 빠른 성공의 방법으로 인식하든 걸어가는 길은 기존 괴물이 열어젖힌 성공의 길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말은 뭐라고 하든 행동과 선택은 기존 괴물과 유사합니다. 이는 본능적인 선택입니다.
1. 몸소 증명하는 충성의 가치
괴물의 싹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충성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 로열티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문제는 로열티의 모양입니다.
회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회사가 가는 방향에 맹목적으로 YES만 외치는 사람일까요? 위 사람이 어떤 지시를 내리든 빠른 일 처리로 든든한 수족이 되어주는 것만이 비싼 인건비를 주고 그 사람의 전인격적 능력을 계약한 기업의 본마음은 아닐 것입니다.
회사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부정과 비리는 판단을 상실한 실행에서 벌어질 때가 많습니다. 낮은 직급이지만 얼마든지 자신의 본성과는 다르게 부패에 가담할 수 있습니다. 부패한 기업은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하며, 그런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외면받고 무너지는 것이 수순입니다.
충성된 괴물은 더 빨리, 더 센 행동으로 상사의 명령을 해치웁니다. 절대 토를 달지 않습니다. 인간의 본성상 누군가가 나에게 토를 다는 것은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괴물은 조직 내에서 상사의 지시를 모두 따르며 인정받는 것으로 조용히 부정의 크기를 키웁니다.
2. 조기승진
이런 사람에게 조직은 빠른 승진을 제안합니다. 자신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을 회사는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러나 여러 판단으로 옳지 않은 것이라면, 이는 사업의 존폐여부를 더욱 가속화하게 될 것입니다.
빠른 승진은 괴물이 조직 내에서 주목받게 만듭니다.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받는 프로그램에 해당되거나 성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로 옮겨놓습니다. 혹은 더 높은 상사의 눈에 띄어서 상사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그 자리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 일종의 후광효과가 조직 내에서 작용하는 그런 자리죠.
이렇게 괴물의 능력은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합니다. 조직의 안팎에서 믿고 맡기는 경우가 생기면서 괴물에 대한 태도와 자질은 뻥튀기되기 시작합니다.
3. 자기착각
겸손한 사람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가야 할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자신이 획득한 권한을 활용해서 과거 괴물들이 벌여 놓은 만연한 문화를 갈아엎고 새로운 비전과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괴물은 다릅니다. 아직 더 높은 곳을 향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더 빠른 승진과 더 큰 자리에 대한 갈망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게 만듭니다. 오히려 자기 착각이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정보에 귀를 닫고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믿는 과거의 습관들을 확대 재생산합니다.
아래 직원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사업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도 자신이 일했던 방식으로 강요하면서 조직 내에는 창의성이 사라지고 디테일한 것만 ‘쪼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물론 이런 것에 순응하면서 더 잘하려고 애쓰는 다음 괴물이 점차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4. 내부경쟁
괴물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괴물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곳에서 자라나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괴물을 만납니다. 필연적으로 내부 경쟁이 벌어집니다.
선의의 경쟁이라면 조직 전체에 좋은 일입니다. 정당한 전략으로 서로의 사업이 서로 발전되면 선의의 경쟁은 기업과 개인을 모두 성장시킵니다. 하지만 괴물들의 싸움은 이런 부류가 아닙니다. 누가 더 윗사람에게 잘 보일까 하는 충성 경쟁, 기존 괴물들이 걸었던 전략과 방법을 답습하는 수준의 행동들만 벌어집니다.
이 내부 경쟁은 기업 전체의 시야가 조직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하게 만듭니다. 필요 이상의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촉발하죠. 경쟁은 언로를 차단시키기도 합니다. 위에 올라가는 현장의 정보가 순수한 현장의 정보가 아닌 다른 괴물의 조직보다 더 우호적인 정보만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사업을 바르게 판단할 근거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조직 내에 강력한 모니터링 조직이 없는 한 이런 내부 권력 투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됩니다.
5. 생존
이러면 사업은 잘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독점이나 국가적 비호를 받는 사업이 아니라면 내부 경쟁력이 약화됩니다. 실적은 결국 나빠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구조조정의 당연한 논리로 나오게 됩니다.
괴물은 이 상황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먼저 살아 나오려고 먼저 얻은 정보를 토대로 미리 살길을 마련합니다. 괴물은 생존이 자신의 유일한 목적이기에 후배를 내치고 함께 일하는 회사들을 내칩니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자리로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조직은 망하고 꿈이 있는 직원들은 회사 밖으로 쏟아져 나오지만, 괴물은 교묘하게 책임을 후임자 혹은 아래 부서에게 전가하고 기존의 연줄과 친분을 이용해 살길을 만들어 냅니다. 계열사나 백오피스에 괴물은 그대로 존재할 확률이 높습니다.
어느 회사나 괴물은 만들어집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 괴물과 성공적인 리더는 비슷한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차이를 말해주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는 조직 내부의 에너지, 혹은 실적입니다. 그의 안에 내재된 동기가 조직을 위한 것인지 개인만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괴물이 조직을 장악하기 전에 실력 있는 사람이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제도가 절실할 따름입니다.
원문: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