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좌담회] 한국, 적극적 투자·M&A 통한 선순환이 필요에서 이어집니다.
중국 게임사, 이미 한국을 뛰어넘어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해서는 상상을 넘은 높은 평가가 나왔다. 이미 한국 게임 수준을 따라잡은지 오래라는 것. 하지만 여전히 창조적인 면에서는 한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좀 더 높은 단계로 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고 평했다.
김: 요즘은 반대로 일본, 중국 회사가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쪽을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 전 거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봐요. 외국자본이 들어온다는 것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인정하는 것이니까요.
리: 중국 시장의 카피 문제는 어떤가요? 여전히 한국에는 위협적인가요?
박: 예전보다 카피가 심해진 것도 문제에요. PC게임은 카피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모바일 게임은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손쉽게 카피가 가능하거든요. 애니팡, 차차차, 윈드러너 등 국내 히트작과 유사한 게임들이 중국 차트에서도 상위권이에요. 근데 한국 게임을 퍼블리싱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카피 게임이에요.
X: 중국이 어느 정도냐 하면 하스스톤이 처음 나왔을 때 대학교 안의 동 하나를 빌려서 400명을 가둬놓고 일을 시켰어요. 그러니까 한달 반만에 똑같은 게임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박: 요즘 중국은 그냥 무섭습니다. 한국 개발자들이 빡세고 주말 없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중국 파트너들은 한국 개발자가 느리다고 그래요. 한국만큼 열심히 빡세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중국이 그것까지 가져간 거에요.
정: 중국이 커나가며 한국인만의 근면성실함이라는 엣지는 사라졌다고 봐요. PC 온라인 시장에서 가지고 있던 우월함도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며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2000년대 초중반에 그러했듯, 다시 한 번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창조적으로 시장을 열지 않으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정부는 밀어줘도 모자랄 판에 규제만 강화하며, 그런 역할을 핀란드 등에 넘겨주고 있죠.
박: 저는 한국이 여전히 트렌드세터 역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충 100개 게임이 나오면 95개는 비슷하지만, 5개 정도는 새롭거든요. 원래 혁신이란게 흔할 수가 없는 거고.. 반면 개발과 디자인, 기술적인 면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이미 앞섰다고 봐요. 워낙 인구가 많으니 서버 기술이야 진작에 앞서 있었고… 하지만 여전히 다양성에서 차이는 납니다. 작년에 중국게임 소싱하는 퍼블리셔 분께 들은 얘기인데, 중국 성도에 한국 구로디지털단지 같은 곳이 있는데, 모바일게임개발사만 600개가 넘게 있데요. 그런데 그 중에 300개는 COC 류를 만들고 있고, 200개는 몬스터길들이기 베끼고 있고…. 차이나조이 가면 볼거리가 드물어요. 하지만 지스타에선 이슈가 될만한 신작들이 항상 있잖아요?
정: 대표적으로 창의적인 게임으로 어디를 꼽으세요?
박: 다크 어벤저도 충분히 새롭고… 제가 투자한 회사라서 좀 그렇지만, 블레이드도 모바일은 자동전투가 아니면 망한다는 트렌드에 반해서 컨트롤형 액션 RPG의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다 생각해요. 헬로히어로도 TCG와 RPG를 잘 접목해서 모바일 RPG의 표준처럼 되었고요. 물론 이런 것도 중국이 금세 따라하겠지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게 한국 개발자의 힘이고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게임 개발자들의 능력
요즘 K가 붙으면 부끄러움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K-인력만큼은 세계에서 빛나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미국도, 중국도 한국의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이를 막고자 노력하는 기업이 드물다.
X: 그게… 실리콘밸리 가 보니 우리나라 개발자는 정말 슈퍼개발자에요. 미국 가서 일해보면 어떠냐면… 전체 개발자 역량이 0에서 100이라 하면, 우리 나라는 그래도 최소 30-40이상 되는 개발자들이 널려 있어요. 50-70 정도의 개발자를 손쉽게 구할 수 있지요. 가치가 좀 저평가된 상태에요. 근데 미국은 0-100, 그야말로 복불복이에요. 이조차도 사람이 없어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0-100 복권 뽑으려고 서로 못 데려가 안달이에요.
리: 한국 개발자들이 왜 그리 서러워하는지 이해가 가는군요.
X: 그래서 스타트업은 0-30 수준의 개발자를 70-80 수준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고 쓰거든요. 한국에 비해 속도는 무지 느린데, 또 캘리포니아 노동법을 적용 받아요. 거기에 자존심은 무지 세서, 일하면서 뭐 좀 침범하면, 특히 백인 잘못 건드리면 커뮤니티에 멍청한 퍼킹 아시안 개발자 새끼 이야기 나오거든요. 그런 상황이라 전세계 다른 스타트업이 우리나라 개발자 눈독 들이는 거겠죠.
정: 정말 한국인은 똑똑하고 실력 좋고 열정적이죠. 실력 면에서 중국이 많이 따라오긴 했는데, 아직도 열정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열심히는 해도 혼을 담지는 않지요.
X: 심지어 리모트 워크가 일상화되며, 미국 본진에서 한국 거주하는 개발자를 쓰는 경우도 많아요. 이름만 들으면 알 모 회사에서는 원래 인도인, 이태리인, 호주인, 한국인 등을 다 쓰다가, 6개월 안 돼서 한국인만 남겼어요.
박: 그 점은 참 좋습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 돈이 몰리는 거겠죠.
X: 한국 개발자가 정말 대단한 게… 최근 일어나는 글로벌 커넥션 고려해서 우리나라에만 고유하게 있는 개발 영역이 있어요. 웹에서 시작해 온라인 게임, 피처폰, 스마트폰까지 다 개발해본… 거기에 프론트엔드, 백엔드 다 되는, 심지어 C++로 서버 짤 수 있는 개발자가 전세계 한국밖에 없어요. 이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삼성, LG에서 개발자가 그만두게 될 때 다 울상인데, 지금 중국에서 다 데려가요. 아예 화웨이는 한국에 R&D 센터까지 지었잖아요? 중국까지 오는 것도 귀찮으니, 한국에서 다 받아주겠다는 거지요.
정: 한국이 이제 기술까지 조공하는 나라가 됐군요.
김: 뭐, 자본이 어느 나라 것이든 상관은 없다고 봐요. 그렇게 해서 고용이 늘어나면 그 나름대로 좋으니까요. 좋은 조건으로만 고용해주면 좋은 거죠. 그리고 한국에서 중국 회사 돈 받아서 일하다 나와서 또 한국에서 창업할 수도 있고요. 이미 자본시장은 완전히 글로벌화 됐는데, 중국, 일본, 미국 자본으로 왜 따지는지 이해가 안 돼요.
정말 자본에 국적이 없을까? 위기의 한국
자본에는 국적이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일류 인재들을 영입한 후 기술 등을 가져가고 내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은 개발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에 한국의 앞선 노하우를 전달해주는 꼴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X: 저도 돈에는 색깔이 없다고 보는 편이지만… 무조건 한국에 플러스가 될지는 의문이에요. 중국은 일찍부터 이렇게 돈으로 기술을 사오는 일을 해 왔거든요. 친구 중 중국의 유명 대기업에 감독직으로 간 친구가 있는데, 중국에 아예 집까지 하나 사주고, 가정부에, 중국어 가르치는 과외 선생까지 구해줬어요. 그런데 5년 뒤에 그 친구가 중국에 완전히 적응하자, 바로 해고했어요. 이미 그 밑에 중국인 어시스턴트는 친구가 하던 일을 완전히 배웠거든요.
리: 그래서 그 친구는 어떻게 됐지요?
X: 회사에서 사준 아파트 값이 두 배로 올라서 잘 살고 있습니다.
리: …….
박: 확실히 중국이 고연봉 불러서 기술 빼먹는 일은 적지 않죠. 그것 때문이라도 한국은 고급 기술자들을 좀 더 소중히 대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X: 지금 생각하면 모바일도 이제 시작 단계고… 곧 자본이 국적을 드러낼 때가 올 거라고 봐요. 한국기업이 한국에 하는 투자는 영속적이지만, 중국자본은 단물 뽑아먹고 떠날 수 있으니까요.
리: 그렇다면 역으로 해외로 한국기업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 그래서 저는 넥슨 같은 대기업이라면 지금 취해야 할 전략은 한국에서 치고 받고 인수 잘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그런 건 이미 주주가치 5조원에 다 반영돼 있으니, 아예 텐센트에 맞불을 놓을 정도로 과감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는 거죠. 중국을 텐센트가 다 먹었다고 하지만, 중국에는 의외로 텐센트 독재에 불만 가진 개발자와 회사가 많거든요. 그 독재에 끼이지 못한 회사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박: 글쎄요. 저는 중국 회사가 한국자본을 받을 이유는 별로 없어 보여요. 이미 중국 자본은 한국을 압도하고 있고, 미국 자본도 많이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넥슨도 텐센트에 목줄 잡힌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정: 확실히 돈만 가지고서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중국에는 돈을 뿌리는 땅부자도 넘치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시장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넓혀 갈 시기는 분명하다고 봅니다.
박: 장기적으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저도 게임회사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 한국의 상장회사들을 많이 돌아보는데… 시대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변하며 캐시카우는 떨어지고 수익성은 악화돼요. 구글만 해도 모바일 들어오며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판인데… 모바일이 정말 계륵이에요. 안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기에는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너무 적고…
한국 개발자, 호기일까, 위기일까?
모바일 게임의 사이즈가 커지며 과거 웹게임에서의 노하우가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대해 가장 경험이 많은 이들은 한국 개발자이며, 세계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한국 게임업계는 이들을 잡기 힘든 상황이다.
김: 우리 연대는 약간 친노동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데…
박: 헤어스타일도 그렇군요…
김: ……
박: 죄송합니다.
김: 그래서 이런 시장 상황에서 저는 개발자들의 생존에 관심이 많아요. 자본의 국적은 사라졌지만, 빼낼 거 빼내고 잘라버리는 상황 왔을 때 개발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국적과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
박: 단기적으로는 개발자에게 좋겠죠. 아직 한국에서 게임이 많이 나오는 건 그만큼 개발 역량이 따라준다는 겁니다. 10년 전 20대 위주 개발자가 그대로 올라가며 경력과 몸값이 올라가며 한국 회사에서는 부담으로 느끼는데, 역으로 외국 자본과 개발자에게는 기회이겠지요. 지금도 괜찮은 개발자 10명이면 그 회사는 30억에 팔립니다. 카카오나 라인이나 다 그런 인수에 적극적이에요. 당분간 개발자에게는 점점 좋은 시대가 올 것 같아요. 언제나 공급이 부족한 쪽이 갑이니까요. 더불어 2000년대 초중반 생긴 컴공, 전산 기피 현상도 땡큐죠.
김: 게다가 점점 개발자 수는 줄고 있으니… 저는 정확히는 양극화로 흐르고 있다고 봅니다.
X: 양극화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 아래쪽 끝자락조차도 남지 않아서… 그걸 보니 양극화보다 더 심해지는 게 아예 공급이 없고 완전 노령화로 흐르는 것이라고 봐요. 구글 같은 데 가면 정말 똑똑하고 잘난 엔지니어가 연봉 3억씩 받고 다니는데, 한국은 외국의 글로벌 거주에 비해 고급 개발자 대우가 박한 건 사실이라고 봐요.
김: 그런데 좋은 외국 회사 가려면 결국 영어…
정: 더러운 세상, 이제는 중국어도…
X: 실리콘밸리에서는 2년 전부터 영어 못하는 개발자 데리고 와서 통역까지 제공하며 면접을 보게 해요. 면접 볼 때 HR 펌 끼고 얘네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인터뷰 하다가 영어가 안 되면, 펌에 전화해서 통역 하나 부르고 그동안 칠판 코딩 열심히 시키는 식이죠. 영어 배우는 것보다 프로그래밍 배우는 게 훨씬 시간 많이 걸리니까요.
김: 난 왜 기획자가 됐을까… 흑흑…
X: 지금까지는 프로그래머들이 주로 이동하다가, 최근에는 한국 기획자, 아티스트들도 많이 건너가요.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퀄리티가 높거든요다. 도미넨스 워(dominanace war)라는 아트 관련 시상식이 있는데, 2D나 3D나 한국에서 매년 1-3위 가져가요. 온라인 기획은 아예 미국에 사람이 없으니 뽑아가고요. 부분유료화나, 대형 온라인 플랫폼 운영에 대해, 우리는 너무 많이 해봤고 프로세스를 알지만, 미국 개발자들은 온라인 쪽 기획, 개발 경험자가 거의 없거든요. 콘솔이나 최근 양산되는 소셜 쪽이 다수인데, 지금 모바일에 젤 필요한 건 온라인 기획자에요. e스킴이나, 운영 정책에 대해 이해를 가진 기획자가 미국에 거의 없어요.
정: 그렇긴 한데, 이런 현상도 그리 오래가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외국에서도 그 경험을 금방 전수받을 테니.
김: 저는 지금 모바일 플랫폼에도, 온라인 게임의 경험은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한 5년 정도는 가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앞선 경험이 있다고 봐서…
X: 항상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제일 빠르지요. 홍콩이 그다음 정도고, 그 다음 미국, 점점 퍼져서 유럽까지 가는 게 일반적이죠.
정: 항상 한국이 트렌드세팅에 빨랐고, 그 효과로 이익을 얻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5년 후 위해 무슨 준비 하고 있느냐에는 좀 약한 것 같아요. 이미 세계시장은 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빨라졌고, 인재들은 세계를 오가는데, 다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X: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렇게 어렵게 성공과 실패를 하며 사람들을 그만큼 트레이닝 시켜 왔는데… 이걸로 뭔가 모아서 못하고 여기저기 다 뺏기고… 정말 답답하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