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ㅍㅍㅅㅅ에서 게임 관련 좌담회를 진행하게 됐다. 당일날까지 참석자가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어쨌든 4시간 동안 주구장창 떠들며 커피숍 손님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여 A4 50장의 좌담회 회의록이 탄생했다. 마약쟁이들, 아니… 한국 게임업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이를 공유한다. 총 4편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1편은 주로 투자, M&A 이슈를 다뤘다.
좌담회 참석자
리승환: 사회를 맡았으나, 나머지 4인이 지들끼리 떠들며 병풍이 되어버린 ㅍㅍㅅㅅ 발행인. 야겜으로 일본어를 익힌 훌륭한 글로벌 인재.
김종득: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모자만 쓰면 동안이지만 머리가 벗겨지며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상태다.
박영호: 한국투자파트너스 심사역. 개발자로 10년 가까이 일했으나, 이러다 야근에 망할 것 같아 투자 쪽으로 말을 갈아탔다. 그리고 코딩 대신 술접대로 야근 중이라 한다.
정주용: 모 대기업 해외 투자 담당. 먹고 살기 위해 언론사, 증권사, 벤처투자사를 전전하며 한국과 중국을 전전했다. 그 결과 무엇으로 어디에서 돈을 벌어도 와이프 지갑으로 빠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용의자 X: 신상을 밝혀지지 않기를 원한 남자. 게임 개발, 경영 등 다양한 일을 했으며 실리콘밸리에도 진출한 바 있다. 가명은 용의자 X이지만 헌신할 여자는 없다고 한다.
해외 상장, 좋게도 나쁘게도 볼 필요가 없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해외 상장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 없으며, 부수적 이슈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자금 조달을 위해서 가장 최적의 시장을 찾는 것은 기업의 자유이지만, 오히려 한국 시장이 자금 조달에 있어서는 매력적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라인과 넥슨의 일본 상장부터 시작해 보죠.
박: 일단 라인은 일본 회사라 볼 수 있겠죠. 네이버 지분이 100%지만, 90% 이상의 매출이 일본에서 일어나니, 일본에서 상장하기로 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넥슨이 일본으로 간 것은 좀 실수라고 봐요. 세계적으로 게임기업의 PER 젤 높은 데가 한국 코스닥이에요. 나스닥도 플랫폼 기업이나 고평가지, 게임 섹터는 저평가거든요.
정: 코스피도 IT 분야에서 좀 그런 면이 있지요. 현 상태에서 NHN의 PER는 35인 텐센트보다 더 높습니다.
김: 더 좋은 이익을 뽑을만한 곳으로 상장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회사 국적이 아주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X: 그런데 넥슨의 일본 상장은 넥슨의 원류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어요. 왜냐면 넥슨 창업한 사람들이 회사를 만들며 한 이야기가 “지금 콘솔의 닌텐도를 대신해서 10년, 20년 뒤 우리가 게임 업계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동경했던 일본의 게임 시장에 상장해서 우리가 옳았다는 걸 보여주겠다.” 이게 넥슨 만든 사람들의 꿈이었거든요. 게임 종주국에 상장해서 결과 내겠다는 거죠.
박: 이거 무슨 박찬호의 미국 진출 같은 스토리로군요.
X: 이명박 대통령도 NDS 두고 “닌텐도 같은 거 만들어 봐라”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정작 넥슨 시가총액이 닌텐도 시가총액 역전까지 했으니, 김정주 회장 입장에서는 짜릿했겠죠. 또 넥슨 상장 전부터 손정의 밑에서 수하했다는 David Lee가 넥슨 재팬의 대표로 와서 넥슨 상장에 일조를 했었죠.
김: 일본 회사라 할 게 아니라 일종의 도전차원에서 진출한 건데… 다만 일본 상장의 효과 자체는 물음표가 남네요…
정: 이유가 무엇이든, 저는 중국의 알리바바가 미국 상장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박수 쳐주는데, 왜 국내 기업에는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어요. 알리바바는 사실 홍콩에 IPO한 것을 상장폐지까지 한 건데 칭찬하고, 넥슨이나 라인 욕하는 건 좀 아니다 싶네요.
김: 그러고 보니 한국의 그라비티도 미국에 상장한 적이 있었죠. 지금은 바닥을 찍고 있지만, 그래도 멋진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한국 투자사는 게임 투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투자는 여전히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투자 검토가 빡빡한 건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점점 창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재투자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지며, 투자환경은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 개발사 입장에서 보면 카피 게임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점점 투자가 소극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개발사들도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거 하려면 부담이 커요. 눈에 띄기라도 쉬우면 모르겠는데, 그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투자사가 새로운 걸 보고도 새로우니까 투자하겠다기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박: 투자자마다 생각이 다른데, 저 같은 경우는 새로운 쪽에 투자하는 걸 선호하고, 해오기도 했어요. 실패할 경우는 경험이 남고, 성공할 경우에는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남들 다 만들고 있는 비슷한 게임 들고 오면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요. 사람이나 자금으로 차별화할 게 아니라면 시장을 보는 관점이라도 달라야 투자할 이유가 있죠.
김: 박영호 팀장님은 꽤 오랫동안 일한 개발자 출신 VC라서 그럴 거에요. 아무리 게임 전문으로 투자하는 분들이라 해도, 정작 게임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경우는 드물어요. 재무 쪽은 전문적이지만, 게임 쪽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정: 예전에 데브시스터즈 투자를 검토한 적이 있는데, 제가 초기에 투자하자고 회사에 그렇게 이야기해도 투자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사실 투자제안서에 있던 게임은 낚시 등 카피 게임 위주였어요. 그게 다 망하고 간신히 쿠키런으로 대역전한 거죠. 결국 투자자들은 냉정하게 본 거였어요. 망했다고 생각한 게임이 망했으니까. 하지만 저는 회사의 DNA, 경영자의 영혼을 보고서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이런 쪽에서 확실히 약한 것 같아요. 유형적인 면 외에도 무형적인 면도 볼 필요가 있다고 보거든요.
X: 제가 실리콘밸리 생활을 좀 해봤는데, 막상 가서 겪어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너무 다르더라고요. 실제 실리콘밸리 안에서 보니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투자자가 워낙 많아서 적극적으로 피치하고 세일즈하고 하지만… 동시에 “20마일 룰”이라고, 모든 투자는 스탠포드 주변 학교만 투자한다는 말도 있어요. 요즘은 이것도 너무 멀다고 “8마일 룰”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죠.
박: 한국도 그래요. 투자할 때 사람을 본다는 게 인맥에 학벌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정: 그게 확률적으로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X: 샌프란시스코 사우스베이 쪽에서 투자하는 분의 경우, 투자한 업체가 들어오면 사무실을 사우스베이에 내줘요. 투자 목적으로 돈도 대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사우스베이에 들어왔다 투자한 회사가 잘 되고 하면, 그거 보고 건물값 오르고 사람 들어오고… 이런 부가 이익까지 따르거든요.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좋아보이지만 뒷면에서는 우리보다 더 정교화된 알고리즘이 있는 거지요.
박: 솔직히 한국은 투자자가 그저 돈만 뽑으려 하고, 실리콘밸리는 다르다 하는데… 실리콘밸리가 훨씬 빡세요. 거기 계약서 보면 200페이지 정도 됩니다. 우리는 그 10분의 1 수준이에요. 어떻게든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려다 보니 계약서가 길어진 거죠. 대신 그만큼 심사역들의 전문성도 높습니다. 금융 출신보다 사업경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지요.
정: 저는 사업경험이나 시야 문제도 점차 해결될 거라고 봐요. 이미 한국 VC들의 수준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높아졌거든요. 저는 김범수 의장님이 시작하고 임지훈 대표가 운영하는 케이큐브 같은 곳이 좋은 사례라 생각해요. 투자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잘 하고, 외부에 어필도 해주고… 올드패션한 투자기업은 오래 가기 힘들 거라고 봐요.
박: 저도 장병규, 김범수처럼 성공한 사업가분들이 투자계에 진출하는 게 좋다고 봐요.
정: 중국 IT가 빠르게 성장하는 이면에는, 이미 이런 시스템이 확립돼 있는 게 크다고 봅니다. 샤오미로 유명해진 레이쥔도 킹소프트로 큰 돈을 벌고, 샤오미에 투자했다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아예 얹힌 거잖아요. 구글 차이나의 리카이푸도 창신공장이라는 대형 빌딩을 마련하고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을 끌어왔어요. 한국도 이제 이런 싹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김: 확실히 아쉬운 게 한국 게임업계는 엑시트한 기업가가 나중에 업계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박: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게임 코파운더인 문태식 대표님은 정말 천사로 유명해요.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인 지 고민하기보다,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열정을 보고 벌었던 돈 대부분을 게임스타트업에 투자했어요. 게임으로 번 돈이니 게임에 쓰고 싶다고 하신 말씀에 감동 받았었죠…
리: 얼마 전에는 벤처 1세대로 꼽히는 김범수(다음카카오), 김정주(넥슨), 이해진(네이버), 이재웅(다음), 김택진(NC), 이 5명이 함께 벤처 자선 프로젝트도 시작했지요. 앞으로는 이런 움직임도 커질 것 같아요.
한국 대형 게임 업계, 거시적 투자의 관점이 필요
텐센트는 단지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모바일업계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게임회사를 넘어, 금융-투자적인 관점이 요구되고 있다.
리: 저는 한국 시장이 못 크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이라서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블리자드 같은 회사도 미국이니까 가능한 것 아닐까요?
김: 브랜드 영향이 크죠. 블리자드도 하나의 브랜드를 정립하면 후속타로 그 브랜드를 쭉 이어가요. 모바일에서 앵그리 버드도, 슈퍼셀도, 뭐가 나와도 브랜드가 세워지면, 그 주목을 최대한 끌고가려 노력하죠. 한국이 그점은 좀 약한 것 같아요.
X: 블리자드는 이런 고객 세그먼트도 잘 이해하고 있어요. 하스스톤 막 나왔을 때 블리자드 친구들에게 신나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게임도 잘 만들었으니 이제 모바일에서도 짱 먹겠다고. 그런데 아쉬움이 있는 말투더군요. “모바일에 블리자드의 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아직은 성적이 그리 좋지 않지만, 서서히 올라가겠죠. 애초에 북미 모바일 게임 차트를 보면 자국 게임이 얼마 없어요. 게임 오브 워 정도 제외하면 다 유럽, 일본 게임이죠.
리: 한국 게임은 없나요?
박: 서머너즈워가 북미에서 50위 안쪽일 거에요. 한국으로 따지면 매출액 10위권? 그래도 시장이 크니까, 글로벌하게 하루 10억씩 번다는 얘기도 들리죠. 사실 한국이 인구 규모 대비 게임 시장이 굉장히 커요. 2014년 1Q를 보면 텐센트 총 매출과 카카오의 모바일게임 총 매출이 비슷하거든요. 한국이 정말 작지만 큰 시장이죠. 반대로 보면 텐센트 매출은 아직도 초기단계이고 앞으로 몇 배는 더 커야 한다는 얘기죠.
리: 텐센트 주식 사야겠네요(…)
정: 저도 이미 가지고 있어서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앞으로 중국 게임 시장은 계속 클 거고, 아직 돈으로 만드는 방법이 잘 정착되지 않아서… 알리바바는 모바일에서 텐센트에 밀린 상태라, 시장성에서 한 수 아래라고 봐요.
X: 전세계적으로 제일 열심히 뒷돈 대는 회사가 둘 있어요. 한 사람은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 또 한사람은 남아공의 나스퍼스죠. 둘 다 어마어마하게 기업 가치를 올리고 있어요. 텐센트의 최대주주가 바로 나스퍼스인데, 그것 때문이라도 텐센트는 더 성장할 거라고 봐요. 이미 전세계 게임매출 1위가 텐센트이기도 하고…
정: 나스퍼스가 정말 무서운 건 손정의와 달리 뒤에서 조용히 손을 대죠. 현재 나스퍼스의 주당 단가는 텐센트보다 싸요. 사실상 텐센트가 주요 모델인데도 말이죠. 텐센트가 놀라운 것은, 그 나스퍼스의 전략 그대로 글로벌 M&A를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카카오에 투자한 것 역시 그와 비슷한 전략이겠죠. 2대주주로 조용히 얹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요. LOL의 라이엇 게임즈는 아예 통째로 인수해 버리기도 했고…
김: 그때 넥슨하고 인수전이 붙었죠. 그런데 넥슨이 좀 늦었죠.
한국 게임업계, 적극적 M&A와 금융 사업자로의 관점이 필요
한국 게임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M&A가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느리다. 더 적극적인 투자와 M&A가 있어야,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업계의 트렌드를 가져갈 수 있다.
리: 한국 게임회사가 해외 게임을 인수한 사례가 많나요?
김: 사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산업군과 다르게 게임업계에서의 M&A는 적지 않아요. 그런데 정말 필요한 인수는 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한국 게임회사들끼리 인수 쟁탈전에 뛰어들면 그사이에 인수가가 막 높아지거든요. 인수는 아니지만 워크래프트3 나올 때 유통권 비딩과도 비슷할 수 있겠죠. 뛰어드는 회사가 많다 보면, 게임회사가 자기 가치를 깨닫고 직접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M&A도 비슷하게 그렇게 힘만 빼고 인수는 못 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박: 방송사들의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문화 차이 등도 있고 인해 해외 기업의 인수는 쉽지 않은 면이 있어요.
리: 넥슨의 네오플 인수는 어떻게 보세요?
김: 오히려 네오플이 이례적인 M&A 성공 사례죠. 사실 그전부터 넥슨과 네오플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온 회사이기도 하고… 이제는 포텐셜 볼 타겟을 넓혀서 될만한 회사를 다양하게 인수하는 게 더 좋다고 봐요.
X: 넥슨에서 매각으로 쓴 돈을 회수하는데 2년밖에 안 걸렸어요. 어차피 허민 대표는 건물로 돈 많이 벌어서 크게 신경 안 쓸 겁니다. 또 성공한 덕후로서의 인생 끝판왕도 보여주고 있고…
박: 사실 네오플이 싸다는 건 결과론일 수 있어요. 당시 3000억원 규모 M&A였다고 들었는데 지금 던전앤파이터의 매출을 보면 싸게 보일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인수 당시만 해도 상장사 PER 기준보다 높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쳐 준 파격적인 벨류에이션이었거든요. 모바일 시대로 오면서 과거보다 M&A 건수는 늘고 있지만, 재능인수 성격이거나 잠재력 있는 초기 개발사를 50억 언더 벨류에 인수하는 작은 M&A가 대부분이지, 과거 PC시절처럼 성과가 확인된 기업들을 통크게 인수하고 인수자의 능력으로 회사 규모를 더 키우는 선순환 사례는 찾기 힘들어요.
X: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넥슨은 자체 게임으로 대박을 낸 예는 과거 두 작품 뿐입니다. 나는 바람의 나라, 또 하나는 카트라이더. 넥슨을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건 8할이 M&A입니다. 2000년 이후를 살펴보면 넥슨의 젖줄은 위젯 인수를 통한 메이플 스토리, 네오플 인수를 통한 던전 앤 파이터, 게임하이 인수를 통한 서든어택이 전부지요. 물론 마비노기 등 자체개발능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리: 피인수 회사는 좋아해야 할까요?
정: 저는 긍정적이라고 봐요.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어도 퍼블리싱 능력이 중요하니까요. 현재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스파이어도 결국 네오위즈 통해서 텐센트로 진입했고, 던전 앤 파이터도 넥슨을 통한 케이스지요.
X: 장기적으로 보면… 최근 5년 내, M&A는 아시아 시장이 규모가 제일 큽니다. 그 중 중요한 몇 가지 딜은 넥슨에 의해 성사되었죠.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향후 글로벌 M&A는 피할 수 없는 전략이 될 겁니다. 특히 넥슨은 EA 출신의 오웬 마호니를 대표로 영입하며 서구시장에 Free to play라는 모델을 정착시키고, 최근에는 클리프 블래진스키, 브라이언 레이놀즈 등 서구 네임드 개발자들에게 투자하는 등 발을 넓혀가고 있지요.
박: 네오플, 게임하이 사례처럼, 파격적인 벨류에이션에 인수를 했지만 그 후에 회사를 더 크게 키워서 오히려 너무 싸게 산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성공적인 M&A가 모바일에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오히려 성과가 어느 정도 나는 회사들은 M&A가 더 힘들어요. 회사가 어려우면 싸게라도 팔텐데, 모바일게임이 하나 떠서 월 매출이 50억 정도 나온다고 치면 개발사들은 천억 이상 밸류의 Exit을 꿈꾸겠지만 인수자 쪽에서는 수백억 가치를 처주는데도 인색한 거죠. 수명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모바일게임 하나 가진 회사를 비싸게 사고 싶지 않은 거 같아요.
리: 사실 불안하긴 하겠지요. 막말로 퍼즐 게임 만들 테니 몇백억에 사라고 하면;;;
박: 하지만 만약에 선데이토즈나 데브시스터즈 같은 회사를 상장전에 천억정도 기업가치에 M&A 했으면 어땠을까요? 두 회사 모두 지금은 5천억이 넘는 큰 회사로 성장했어요. 충성도 높은 IP와 수백만의 DAU는 덤이고요. 국내 대기업들이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어요. 다행인 것은 M&A에 대한 인식 자체는 많이 긍정적이 된 것 같아요. 창업자분들이 M&A를 먹힌다고 생각하거나 과도하게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고, 적정한 시점에 Exit을 하는 것을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X: 그렇죠. 노정석 대표 같은 롤모델도 생겼고… 평생직장처럼 평생기업이라는 개념은 이미 없어졌다고 봐야죠.
정: 한국이 외국 회사를 사건, 외국이 한국 회사를 사건 시너지는 분명하다고 봐요. 자기들 로컬 시장의 한계를 손쉽게 뛰어넘을 수가 있거든요. 지금은 전환기라 워낙 위험해서 몸사리는 분위기인데, 이럴 때일수록 크게 지르면서 과감하게 인수합병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 설사 당장 가지고 있는 게임이 히트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게이머들의 절반이라도 다른 게임으로 몰아줄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적이겠지요.
X: 최근 텐센트가 다른 데서 안 하는 투자를 시작했는데, 바로 지적재산권이에요 텐센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투자한 건 단순히 2대주주 전략이 아니에요. 최근 중국에서 나온 게임 중 인기를 끄는 게임이 있는데, 캐릭터 전체가 블리자드 캐릭터의 표절이에요.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완전한 표절이니까 당장 고소해도 이상하지 않거든요. 이걸 텐센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돈을 꽂으며 가볍게 문제를 해결한 거죠.
박: 맞아요. 사실 중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텐센트와 잘 엮으면 다 해결돼요. 그만큼 엄청난 공룡이 된 거죠. 이미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를 넘을 정도에요.
정: 텐센트의 투자는 단순히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전략적 측면인 게 정말 대단하죠. 그걸 또 제대로 지분율도 안 뜨게 조용히 처리하지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을 살때도 그들의 모회사 비방디 스튜디오와 조용히 접촉했어요. Management buy out 방식으로 지분 참여했는데, 기존 경영진이 쩐주로부터 경영권을 산 것이죠. 기존 경영진이 자금이 부족할 때 들어간 방식으로 STX 강회장이 성공한 방식도 이와 유사해요. 재무투자처럼 들어갔지만 결국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넓은 시야를 보여주죠.
한국 게임 M&A 시장의 문제점
한국의 M&A 성과는 해외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다. 이유는 M&A 문화 자체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기업 특유의 중소기업 죽이기 문화, 또 낮은 가치 평가는 현재 한국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에 장애물이었다.
리: 정작 한국 게임은 투자를 통해 이익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건가요?
김: 크게는 못 벌어도 본전 이상 했다고 들었어요. 특히 NC는 미국 게임 회사에 투자를 잘했죠. 특히 길드워2의 아레나넷이나 와일드스타를 낸 카빈 스튜디오도 좋구요. 오히려 미국 회사 투자를 잘 못한 건 넥슨이라고 봐요.
박: NHN도 야심차게 중국 회사를 인수해서 중국 진출은 했는데, 몇 년 만에 반토막에 팔고 철수한 안좋은 추억이 있어요.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는 큰 성공 사례가 없는 것 같아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있겠지만, LG가 웹 OS를 인수한 후 성과물이 없는 것처럼, 타문화권의 회사와 사람들을 인수 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든요.
X: 한국은 M&A를 할 때, 항상 순이익 8배를 거의 기본으로 봐요. 순이익이 적다고 해도 미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면 질러야 하는데, 이를 위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죠. 지금까지 한국의 성공이 다 분명한 오너십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삼성 철학이 깔려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인데… 실제 큰 인수 건에는 삼성 출신들이 많거든요. 제조업이야 누구보다 잘해 왔지만, 소프트웨어 시장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보수적인 가치 판단이 많이 들어가죠.
김: 특히 삼성이 M&A에 인색한 게, 그간 작은회사의 제품이 좋으면 경쟁제품 만들고 죽여버리는 전략을 써왔거든요. M&A 자체야 가능하지만, 그냥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너무 쉽게 보는 그런 문화가 만연해 있어요. 키워서 같이 가자는, 투자해서 가는 개념이 없었죠.
정: 사실 미국이라고 그리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페북이 스냅챗에 대해서 똑같은 전략을 썼거든요. 같은 서비스 만든다고 반협박 했지만 먹히지 않은 것뿐이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스냅챗처럼 무시해버리고 자기 사업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아요. 한국은 그만큼 산업 전체가 취약하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한국 오너들은 다 51% 이상의 지분을 원해요. 같이 가고 키우려하지 않죠. 텐센트의 2대주주 전략, 은근히 같이 가며 빨아먹는 대승적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없어요.
박: 아쉽게도 아직 한국이 M&A 경험이 많이 부족해요… 그래도 전 낙관적으로 봐요. 특히 인터넷 게임 섹터는 점점 M&A 건수도 늘고 있고, 네이버, 넥슨 등 글로벌 시장에 잘 적응한 회사들이 글로벌 M&A 성공사례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X: 넥슨은 애초에 조금 EA 같은 모델이었으나, EA가 표류하고 있는 입장에선 롤모델을 잃은 상태입니다. EA 자체가 실적에 있어서도 조금은 고전하고 있죠.
정: 저는 종종 EA랑 한국 회사랑 합치면 어떨까 해요. EA는 아이디어와 제품 자체는 좋은데, 업데이트 속도가 너무 느려요. 뭐 하나 바뀌려면 1년은 기다려야 되잖아요. 한국사람은 3개월에 한 번은 업데이트 안 하면 난리가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