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의 공룡들이 2016년 4분기에 좋은 실적을 발표했는데, 애플도 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애플은 2016년 10월에서 12월 사이 784억 달러(작년 같은 분기 759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분기 실적으로 애플뿐 아니라 민간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약간 감소한 179억 달러(작년 같은 분기 18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애플의 수익을 주도한 것은 역시 아이폰이었습니다. 7,830만 대의 아이폰을 팔아서 역대 최대 판매를 갱신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일단 호실적을 주도한 것은 아이폰7 플러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모델별 판매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아이폰 대당 판매 가격이 691달러에서 695달러로 오른 것은 비싼 아이폰7 플러스의 판매가 늘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노트7 여파 등으로 인해서 안드로이드 패블릿 시장에 빈틈이 생겼던 것도 한 가지 이유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폰7과 7 플러스의 제조 단가 증가로 인해 순이익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별 매출은 아래와 같습니다.
- 미국: 320억 달러
- 유럽: 185억 달러
- 중국: 162억 달러
- 일본: 58억 달러
- 아시아 태평양: 59억 달러
놀라운 부분은 중국에서 매출이 12%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대신 미국에서 9%, 유럽에서 3%, 일본에서 20%,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8% 등 나머지 지역에서 고르게 증가했습니다. 아직 미국(북미) 부분 매출이 중국 매출의 2배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매출 감소가 커도 충분히 상쇄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은 중국 자체 브랜드의 성장이라는 부분이 크게 작용해서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해온 애플이 앞으로도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애플 내 제품별 매출을 보면 아이폰이 544억 달러로 매출의 2/3 이상을 차지합니다. 아이폰 쏠림 현상은 몇 년째 개선되지 않는데, 물론 이런 히트 상품이 있다는 것만으로 크게 성공한 건 맞지만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스티브 잡스 이후로 새로운 대박 흥행 아이템이 없다는 것이 애플의 가장 큰 고민일 것입니다.
한 가지 희망은 서비스 부분이 717억 달러로 크게 성장해 맥이나 아이패드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본래 애플은 음악, 앱 같은 서비스와 함께 사업을 키워나갔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아이폰7이 크게 성공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놀랍긴 하지만 3.5mm 오디오 잭이 더 이상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아이폰7의 성공은 아날로그 오디오 잭에서 디지털 단자로 넘어가는 큰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결국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많은 것과 비슷하게 우리가 3.5mm 아날로그 단자를 영원히 사용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