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계 사상 현지에서 30억 불 (3조 6천억)을 벌어들인 최초의 영화사가 된 디즈니
사실 이 글은 지난달부터 써두었던 글입니다. 사실 조짐이 보였거든요. <로그원>만 4억 불 흥행이 된다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 전미 박스오피스 30억 불의 고지를 밟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지요. 사실 스튜디오 기준 한 해에 20억 불 이상 흥행을 기록한 회사는 워너 브라더스의 2009년(21억 불)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2015년(24억 불)이 유일했습니다.
1. 미국 영화시장은 성장하고 있는가 : 아니오, 디즈니만
미국 영화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사실 가장 고점을 찍은 2013년이 어찌 보면 미국 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해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15년에 반등을 한 것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쥬라기 월드>와 같은 메가톤급 흥행을 한 영화들이 있어서입니다. 그런 영화들이 동시에 등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 가정에서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13년을 기점으로 줄어든 것처럼,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 시장도 티켓 값을 올리는 일을 제외하면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즈니의 행보는 더욱 놀랍습니다. 사실 디즈니는 06년 픽사를 74억 불에, 09년 마블 스튜디오를 40억 불에, 12년 루카스 필름을 40억 불에 구매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IP(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 모른 저작권을 뜻함)를 가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사실 이 세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연간 두 편의 대작 마블 시리즈와 한편의 픽사 그리고 한편의 스타워즈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6년만 보더라도 이 3개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들, 즉 <도리를 찾아서>, <스타워즈 로그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이 영화들로만 미국에서 16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니까요. 그리고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주토피아>, <정글북>, <모아나> 등과 같은 영화를 제작해서 재미를 봤습니다.
올해 라인업도 비슷합니다. 두 편의 마블 시리즈가 준비 중이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2>(5/5), <토르 : 라그나로크>(11/3) 그리고 픽사의 <카 3>(6/16)가 대기 중이죠. 마지막으로 <스타워즈> 8편이 연말을 장식할 예정입니다. 이 4편의 영화로 20억 불 가까운 흥행을 낼 것으로 언론은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의 고유 IP인 <미녀와 야수> 실사판(3/17)과 오랜만에 돌아오지만 실패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캐리비안의 해적 : 데드맨 텔 노 테일즈>(5/26)가 개봉을 준비 중입니다. 한때는 이 영화들로 디즈니의 명성을 이어 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겠죠.
2. 디즈니의 활약상을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자면
2016년 작년에 미국 영화계에서 2억 불 이상 벌어들인 영화는 총 12편이고, 그중에서 디즈니가 7개(58%)가 기록하고 있습니다. 3억 불 이상 벌어들인 영화는 총 9편이고, 그중에서 디즈니가 5편을 차지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시장을 독식했다고 볼 수 있겠죠. 4억 불 이상 번 영화는 3편인데 모두 디즈니 영화입니다. 1위는 도리를 찾아서(4억 8천6백만 불), 2위는 개봉한 지 보름밖에 안 된 스타워즈 로그원(4억 4천만 불)
3위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4억 8백만 불)을 벌었으니 말 다 했습니다.
그럼 작년 다른 메이저 영화사들의 미국 내 실적을 살펴볼까요? 이들은 놀았을까요? 워너만 해도 디즈니와 같은 무기들이 있습니다. DC와 해리포터 월드, 레고를 가지고 있죠.
2016년 전체 2위(19억 불, 16.7%)를 기록한 워너는 DC와 해리포터(<신비한 동물사전>), 코너링 시리즈로 20억 불에 가까운 흥행을 다시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영화 25편을 개봉했죠. 15년부터 이어진 영화들을 포함하면 총 37편으로 편당 5천만 불이 안 되며, 인지도 있는 IP가 있는 영화를 제외하면 대개 저예산 영화 위주로 진행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 한국에서는 IPTV와 케이블로 개봉한 <어카운턴트>, <센트럴 인텔리전스> 등이 있습니다. 모두 저 예산으로 흥행하였죠.
17년에는 DC의 또 다른 흥행 넘버인 <원더우먼>(6/2), <저스티스 리그>(11/17)(이게 성공해야 워너의 미래도…), 레고 시리즈인 <배트맨>(2/10), <닌자고>(9/22)가 대기 중이며, 킹콩의 리부트인 <콩:뼈다귀의 섬>(3/24)이 개봉 예정 중입니다. 그리고 35년 만에 돌아오는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 대기 중이고요.
사실 올해 매출의 30% 이상을 DC 영화에서 기록했고, 내년에는 <배트맨>, <저스티스 리그>, <원더우먼>까지 3 대장 카드를 모두 쓰기 때문에 DC 의존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 전체 3위(14억 7천만 불, 12.9%)를 기록한 폭스입니다. 사실 4위인 유니버셜과 자리가 바뀌었어야 하는데 <데드풀>과 <레버넌트>가 살린 한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쿵푸 팬더>, <인디펜던스 데이>, <어쎄신 크리드>, <알빈과 슈퍼밴드>,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모두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데드풀 하나가 25% 매출을 벌어주었으니 말 다했지요. 2017년은 절치부심 끝에 자신들의 흥행 키워드를 가지고 다시 돌아옵니다. 20세기 폭스의 흥행 키워드는 마지막 울버린 시리즈인 <로건(3/3)>, <에일리언: 코버넌트 (5/19)>(과연 에일리언 시리즈는 제 2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요?), 혹성 탈출 3탄인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7/14)>, 그리고 한국에서 살린 시리즈인 <킹스맨 골든 서클(10/6)>이 복귀 예정입니다. 그 외에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보스 베이비>, <캡틴 언더팬츠> 등이 대기 중이고요.
그다음에 살펴볼 곳은 전체 4위(14억 불, 12.3%)를 기록한 유니버셜입니다. 유니버셜은 2015년 <분노의 질주 7>(3억 5천만 불), <쥬라기 월드>(6억 5천만 불), <미니언즈>(3억 3천만 불) 등과 같이 대성공한 시리즈와 <피치 퍼펙트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스트레이트 아우터 컴튼>과 같은 예상 밖의 히트작으로 24억 불이라는 어마어마한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16년에는 미진했습니다.
유일한 희망은 <일루미 네이션즈 엔터테인먼트>(미니언즈로 유명한)였죠. 이들의 신작인 <마이펫의 이중생활>(3억 6천만 불), <싱>(1억 5천만 불 12월 21일 개봉)이 선전을 해서 35% 이상의 매출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너무 힘을 뺐는지 <제이슨 본>(1억 6천만 불)을 제외하곤 1억 불이 넘는 영화가 없었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과 <싱>은 2편도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17년은 기대가 무척 큽니다. 일단 분노의 질주 8가 4월 14일 돌아옵니다.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전편에서 기록했는데 올해도 기대가 큽니다.
<50가지의 그림자 2>도 2월 10일에 개봉하고, 톰 크루즈와 리부트를 하는 <미이라>(6/9), 그리고 다시 한번 일루미 네이션즈의 저력을 보여줄 미니언즈 시리즈의 본편인 <슈퍼배드 3>가 6월 30일 여름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인 <피치 퍼펙트 3>가 12월 22일 연말을 꾸며줄 예정이고요.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지요. 하지만 2015년의 24억 불을 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2018년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쥬라기 월드 2>, <퍼시픽 림 2>, <마이펫의 이중생활 2> 등이 대기 중이고, 그 외에도 새로운 프랜차이즈들이 준비 중이지요.
3. 역시나 IP,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기에
2016년 흥행 Top 20를 돌아보면, 새로운 IP의 등장은 대부분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리고 일루미네이션즈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만든 저작물이지요. 나머지는 대부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IP를 활용한 작품들입니다.
이제는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듯합니다. 할리우드가 아시아에 투자하고 저작물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새로운 소재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지요.
올해 정말 많은 후속작들이 망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작품들은 여전히 잘 알려진 콘텐츠들을 재활용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디즈니는 앞으로도 디즈니 고유의 시스템으로 <모아나>, <주토피아>와 같은 작품들을 만들 것입니다. 새로운 IP를 발굴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것들을 유지하고 파이를 키우는 데에는 초기에 설명드린 3대장의 IP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아직 <스타워즈>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고, <마블>은 여전히 수많은 세계관과 캐릭터가 준비 중입니다. <픽사>는 후속작을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을 듣고 있는 작품들이 수없이 많지요.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디즈니가 올해 이룬 30억 불이라는 매출과 전 세계 80억 불 이상의 매출은 어쩌다 터진 만루 홈런이 아닌, 이제 시작에 불과한 느낌이 듭니다.
올해 마지막에는 어느 영화사가 웃게 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디즈니와 유니버셜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원문: Johan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