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먹자.
나와 당신 사이, 자연스레 형식처럼 굳어버린 말. 정작 외식 한 번 하자니 주머니 사정이나 시간적 여유가 여의치 않아, 혹은 그렇게 친하지 않아 만나기 쉽지 않다.
오랜 전통과 멋이 있고 든든하면서도 저렴한 한 끼. 시간이 없어도 간편하게 함께 후루룩 들이켤 수 있는, 우리 고유의 특색 있는 면발을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잠시 짬 나는 시간, 굳이 여유를 부리지 않아도 추억이 깃든 집에서 면과 한 몸이 되어 사는 얘기 주고받다 보면 그것이야말로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국수는 추억과 면발이다, 시청 ‘유림면’
서울 3대 메밀 집으로 손꼽히는 ‘유림면’. 1962년부터 덕수궁 근처에서 변함없이 퀄리티 있는 면을 뽑아내는 곳이다. 매장은 1~2층으로 넓은 편이며, 오랜 시간 변치 않는 맛으로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을, 젊은 층에게는 오래된 멋을 선사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 인기 메뉴는 큼직한 어묵과 버섯, 반숙을 올려낸 ‘냄비우동’.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도민준이 사랑했던 냄비우동이 바로 이곳의 냄비우동이다. 메밀 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유림면의 대표 인기 메뉴가 우동인 이유는 수타면에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퍼지지 않는 면의 질감과 우동이 갖춰야 할 쫄깃함을 잃지 않아 호로록 넘어가는 면발이 사람들의 입맛을 당긴다. 치아가 안 좋으신 어르신들도 쉽게 드실 수 있을 정도. 국물도 일반 우동에 비해 유부 맛이 깊게 느껴지는 감칠맛을 자랑한다.
고소한 참기름과 깨, 양념장을 올려낸 ‘비빔메밀’도 인기 메뉴 중 하나. 오곡이 함유된 메밀면의 고소함이 매콤한 양념장과 잘 어우러진다.
식신의 TIP
-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 가격: 메밀국수 7,000원, 비빔메밀 8,000원, 냄비국수 7,000원, 온 메밀 7,000원
- 후기(식신 다 함께 쿵 차차): 면이 정말 통통해요. 냄비 면의 국물 맛도 제가 먹어본 국수는 아닌 것 같고… 우동도 아닌 것 같고… 계속 찾게 되는 맛이었어요. 제 친구는 비빔메밀 먹었는데 ㅠㅠ 아 쓰다 보니까 또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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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는 사골이다, 대학로 ‘혜화동 손칼국수’
혜화동 로터리를 지나 주민센터 진입 전 골목으로 들어서면 조그맣게 위치한 ‘혜화동 손칼국수’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칼국수 마니아들 사이에선 꼭 가봐야 하는 맛집으로 이미 입소문 난 곳이다.
대표 인기 메뉴는 역시 ‘손칼국수’ 사골의 깊고 풍부한 맛이 부드러운 면발과 만나 깊은 맛을 낸다. 손칼국수만큼 유명한 ‘간전’도 별미. 간전은 소의 간을 부친 전으로 생간보다는 덜 비리고, 익힌 간보다는 텁텁한 맛이 덜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간전과 함께 제공되는 양념깻잎의 향긋함이 간의 비릿함을 잡아주어, 쌈을 싸서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찬 바람이 부는 날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다. 외관의 모양새가 일반 가정집 같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식신의 TIP
- 영업시간: 월-목 12:00~21:00 (휴식 14:00~18:00), 금 12:00~14:00 (주말 휴무)
- 가격: 손칼국수 8,000원, 간전 16,000원, 빈대떡 8,000원, 수육 25,000원, 고추전 18,000원, 생선전 16,000원
- 후기(식신 난 너를 사랑해): 간전이 뭐지? 했는데 소간으로 만든 전이었어요. 간이라고 하면 순대에 돼지 간밖에 안 먹어봐서 궁금했는데, 순대처럼 오래 삶지 않아서인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어요. 국물을 먹자마자 어릴 때 할머니가 사골 푹 고아서 면 넣고 종종 해주셨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음식점 분위기도 그렇고 정말 집에서 먹는 것 같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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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는 고소함의 역사다, 청계천 ‘강산옥’
60년 전통의 콩국수&콩비지 전문점 ‘강산옥’은 몇 개의 테이블만 있는 조그마한 공간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이미 입소문 난 아주 구수한 맛을 자랑하는 곳이다.
대표 메뉴로는 ‘콩국수’와 ‘콩비지’가 있다. 콩비지는 고 식이 섬유,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강산옥의 콩국수는 콩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간단한 찬 몇 가지와 함께 제공되는 콩비지는 처음에는 고소한 본연의 맛을 즐기다 어느 정도 먹은 후에는 양념장을 넣어 먹으면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콩국수는 여름철에만 준비되며 오후 3시면 영업을 종료한다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해야 한다.
식신의 TIP
- 영업시간: 11:00~15:00, 일요일 휴무
- 가격대: 콩비지 백반 8,000원, 콩국수 7,500원
- 후기(식신 돌핀 팡팡): 충무로에서만 40년 넘게 자리 잡아 온 전통 있는 맛집! 몸에 좋은 백숙을 한 상 가득 1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즐길 수 있기에 복날에는 사람이 미어터질 정도다. 엄마 밥처럼 속이 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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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는 맛의 미학이다, 여의도 ‘진주집’
진주집은 국내산 콩 100%를 사용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여름철 별미 콩국수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곳. 여의도 백화점 지하에 위치해 근처 직장인들 점심 맛집으로 인기가 많다.
대표 메뉴는 ‘콩국수’. 진한 콩 국물이지만 소금 간을 알맞게 하여 콩의 비릿함을 없앴고, 어떤 고명도 들어 있지 않아 오롯이 면발과 콩 국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곳의 비법이다. 쌀쌀해지는 초겨울부터는 닭칼국수와 손만둣국도 많이 찾는다. 만두의 경우 만둣국을 비롯 접시 만두까지 직접 손으로 빚는다. 그래서인지 투박한 모양새가 눈에 띄지만 보기와 다르게 부드러운 만두피와 속을 갖추고 있다. 홈메이드 스타일의 익숙하면서도 건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평일 점심시간대는 근처 직장인들로 붐비는 편으로 오후 2시 이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식신의 TIP
- 영업시간: 평일 10:00~20:00, 토요일 10:00~19:00, 일요일 휴무
- 가격대: 콩국수 9,500원, 비빔국수 8,000원, 닭칼국수 7,000원, 접시 만두 8,000원, 손 만둣국 8,000원
- 후기(식신 돌핀 팡팡) : 저 진주집 별 5개 줄 거예요. 나만 알고 싶은 맛집^^ 나만의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콩국수집! 진짜 강추. 사실 나만 알고 싶은 맛 집이에요! 라고 말하면서도 평가를 남기는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제일 늦게 안 것 같아요ㅠ 이런 콩국수는 처음 먹어봤어요. 진짜 면이 엄청 찰지고, 국물도 엄청 진해요. 진짜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진해요. 김치도 얼마나 아삭하고 맛있는지 같이 먹으면 세상 다 가진 기분이랍니다. 엄마랑 또 올 거예요ㅠㅠㅠㅠ 콩국수는 여름에만 별미가 아니라 겨울에도 별미입니다. 겨울에도 콩국수 하니까 먹으러 가세요. 한강 공원 구경 갔다가 콩국수 한 사발 하고 든든하게 집에 가세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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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전통과 멋이다, 충무로 ‘필동면옥’
얼마 전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구르망(35,000원 이하의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곳) 리스트에 오른 필동면옥. 1976년 의정부 평양면옥에서 시작하여 큰딸은 필동면옥, 둘째 딸은 을지면옥, 셋째 딸은 본가 평양면옥을 운영하며 대대손손 평양냉면 고유의 담백하고 깊은 맛을 전파 중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냉면. 투명한 면발은 가늘고 찰진 식감이 특징이며, 냉면은 북한 전통 방식 그대로 고춧가루가 솔솔 뿌려져 나온다. 보통 냉면이라 하면 살얼음과 시큼한 육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겐 낯설 수도 있는 맛이지만 겨자와 식초를 넣지 않고 10번 이상 씹고, 들이키며 맛을 음미하다 보면 평양냉면 특유의 구수한 참맛을 알 수 있다.
다소 추워진 날씨에 냉면이 부담스럽다면 겨울을 위해 준비된 따뜻한 온면과 함께 즐기면 좋다. 온면은 고기 육수와 참기름이 고소하게 어우러지는 맛이 특징이다. 면이 조금 퍼지는 느낌은 있지만 확실히 깊은 고기 육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냉면으로 양이 부족한 이들은 매장에서 직접 빚는 만두나 수육을 추가해도 좋다.
식신의 TIP
-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 휴무)
- 가격: 냉면 10,000원, 온면 10,000원, 만두 10,000원, 수육(200g) 25,000원
- 후기(식신 RIvER): 사실 평양냉면 처음 먹어봤거든요. 국물 한 수저 떠서 먹었는데, 아니 제가 생각했던 그 시큼 새큼한 맛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너무 당황했어요. 근데 평양냉면은 고기로 육수를 내서 시큼 새큼한 맛을 낼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멍청이가 따로 없죠? 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처음 먹는 맛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괜찮던데요? 근데 평양냉면은 여러 번 먹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데요. 그래서 또 가보려고요. 그리고, 바깥이 너무 추워서 온면을 먹었는데 아 진짜 국물 맛 최고야ㅠㅠ 여기 옆 테이블 보니까 만둣국이랑 제육 시켜서 먹던데… 나중엔 만둣국을 먹어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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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