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이뤄도 쫓기기만 한다
‘정신일도면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주로 학교와 학원에서 들었다. 점수 잘 받으려면 집중하고 노력하라는 의미로 말이다. 입시에서 점수를 잘 받아서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게 내 중학생 시절 학생으로서의 목표였다.
당시 내가 살던 창원에는 중학생 수 대비 인문계 고등학생의 자릿수가 적어서 경쟁이 치열했다. 중학교에서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률을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 KPI)로 여겼다. 그런데 교사의 통제를 벗어나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할 것이라 여겼고, 학교에 남아 교사들의 감독하에 자율학습을 하도록 시켰다. 그러니까 교사들은 야근한 셈, 학생들은 감금당한 셈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오랫동안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그들의 인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오히려 반겼다.
야간자율학습을 함께 했던 나와 내 친구들은 그때부터 야근에 미리 익숙해졌을 것이다. 어떤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더 오랜 시간 동안 ‘노오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가족과의 대화, 자신을 돌보는 시간, 취미,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노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이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들어가면, 대학 때는 취업만 되면, 신입 때는 시간만 좀 지나면 여유 있게 살 것 같은 희망을 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이 되어도 계속해서 쫓기는 삶을 살아간다.
긴장 후에는 이완이 필요하다
부신이라는 기관에서는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티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람을 각성시키는 작용을 한다. 예를 들면 포식자가 나타나거나 불이 났을 때 말이다. 그 순간에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긴장 모드에 들어간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나면 코티졸 수치는 낮아지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이완 모드에 들어간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는 지속적으로 코티졸을 분비한다. 피지가 늘어나고, 지방이 쌓이고, 근육은 줄어들고, 감정은 우울해진다. 부신이 코티졸을 쥐어짜면서 버티다가, 쥐어짜도 안 나오거나, 쥐어짜도 안 될 정도가 될 수 있다. 이를 ‘부신피로증후군’이라고 한다. 무기력증, 번아웃, 허증 모두 비슷한 상태를 지칭한다.
긴장 후에는 이완이 필요하다. 이완을 통해 회복되어야 다시 긴장할 수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장담하는데, 중학교 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지 않았다면 학생들의 성적도 더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회는 긴장을 권유한다. 밤새워서 일할수록, 밤새워서 공부할수록, 밤새워서 접대할수록 훌륭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이 근거가 되고 롤모델로 여겨진다. 물론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할 확률보다 과로로 쓰러질 확률이 더 높다. 성공한다고 해서 과로로 쓰러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원문: 권용현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