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원.
2016년 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예상 거래액이다. 1,000만 원이 넘어가면 감이 잘 안 잡히는 나로서는 그냥 그런갑다…하게 되는데 사실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다. 게다가 매년 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다는데, 그래서일까, 온라인 쇼핑몰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신생 쇼핑몰이 매일 생겨나고 있어 통계청에서도 정확히 집계된 수가 없다고 한다. 한 호스팅 사를 통해 구축된 쇼핑몰만 약 100만 개라고 하니, 전체 집계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쇼핑몰이 많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공급자가 갈수록 많아지니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가성비 좋은 상품을 바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쇼핑몰 운영자는 괴롭다. 나름 획기적인 신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패기 넘치게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지만, 쇼핑몰 운영은 제품과는 별개의 문제다. 제품만 가지고 승부 보기엔 당신을 대체할 경쟁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쇼핑몰 운영자들은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마케팅 비용 출혈도 상당하다. 이것은 비단 온라인 유통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체 산업을 통틀어 디지털광고비(PC+Mobile)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마케팅 비용이 한 달 최대 5,000억 원에 달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오픈마켓이 아닌 일반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영업 이익의 평균 82%를 광고비에 집행한다.
‘억’ 소리 나는 광고비
소위 ‘잘 나가는 쇼핑몰’도 매월 억대 규모의 비용을 광고비로 쓰는데, 신생 쇼핑몰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브랜드 홍보와 상품 노출이 이루어져야 판매를 할 수 있기에 온갖 마케팅 기법과 광고 수단에 대해 공부하고 신규고객 유치에 힘을 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공부하고 돈 들여서 진행한 광고로 끌어온 신규고객들이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아무리 많은 신규고객을 끌어와도 그들이 유료고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광고비 지출은 계속된다(처참한 ROAS을 보고 오히려 전보다 더 쓸 수도…). 프로모션 베네핏만 향위하고 떠나는 ‘체리피커’들에게 돈은 돈대로 쓰고 있는데 유료고객도 확보하지 못하고 매출도 나오지 않는 너무나 슬픈 상황.
그들의 초점은 단골고객에게 맞춰져 있다. 실제로 단골고객이 발생시키는 매출은 신규고객에 비해 상당히 높다. 신규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확률은 5–20%이지만, 기존고객의 경우 확률이 60–70%까지 올라가기 때문. 그뿐 아니라 단골고객으로 전환될 경우 처음 방문해서 브랜드에 대해 잘 몰랐을 당시 지출했던 것보다 최대 10배 높은 금액을 지출한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이 생겨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 WTP)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명 화장품 리테일러 세포라(Sephora)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포라의 전체 매출의 80%는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한 단골고객에게서 발생한다. 잘 나가는 쇼핑몰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에 타깃을 달리 잡는 것이다.
신규고객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골고객으로의 전환
자, 그렇다면 우리의 고민은 명확해진다. 어떻게 해야 단골을 만들 수 있을까? UI/UX를 조금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꾸거나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 혹은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 답일까?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온라인 마케팅은 신규고객 유치와 상품 노출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단골을 만드는 전략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전략을 찾아보자.
얼마 전 부산에 놀러 갔다가 부산하면 회 아니겠냐며 광안대교 근처 활어회 직판장으로 향했다. 서울 촌사람이라 바가지 씌워도 모를 것 같아서 로컬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입구에서부터 치열한 호객행위를 제치고 도도하게 그 가게로 직진했다. 무시무시한 크기의 칼을 들고 있던 주인아주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바로 “누구 소개받고 왔드나”라고 물으셨다. 친구 이름을 말하니 누군지 알겠다며 서비스까지 인심 좋게 얹어주셨다. 서울에 한강 치맥이 있다면 부산에는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먹는 회가 있다며 깔고 앉을 신문지와 젓가락, 간장, 생수까지 챙겨주시더라. 단골고객들 소개받고 오는 사람들은 특별히 신경 써주신다는데, 직판장 안 50여 개 되는 가게 중 유난히 그곳만 붐비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블로그가 뭔지도 잘 모르시는 아주머니의 유일한 전략은 단골 손님과의 친밀한 관계, 그리고 그들에 의한 입소문이었다.
단골 만드는 전략, 고객 안에 답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쿠팡맨 후기다. 온라인 쇼핑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주기 위해 쿠팡이 선택한 전략은 ‘더 나은 고객 서비스’였다. 로켓배송과 더불어, 쿠팡맨은 고객이 묻지 않아도 상품이 언제 도착할 예정인지, 부재중일 시 어디에 보관 했는지 등을 문자로 알려 준다. 심지어 몹시 친절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제는 쿠팡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친절한 쿠팡맨으로 하여금 그동안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고객과 소통하는 ‘감성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도를 높였다. 고객이 궁금해하기 전에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는 유례 없는 택배기사를 경험한 고객들은 감동했다.
한 고객은 ‘아이가 자고 있으니 초인종 누르지 말고 노크해달라고 했는데 쿠팡맨이 벨을 꾸며주고 갔다’며 감동 후기를 전했다. 이러한 ‘쿠팡맨 감동 후기’가 온라인커뮤니티에 하나둘씩 쌓였고, 특히 자녀를 둔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 입소문났다. 후기를 읽고 쿠팡을 이용해보고 싶다거나 앞으로 더 애용해야겠다는 내용의 댓글들도 달렸다. ‘더 나은 고객 서비스’에 감동한 고객들이 단골고객으로 전환했고, 덤으로 알아서 홍보해주는 효과까지 얻었다. 2015년 소셜커머스 주 이용자의 브랜드 로열티 조사에서 쿠팡은 52.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발 브랜드 자포스(Zappos)는 단골고객 확보를 위해 환불 기간을 1년으로 늘려 2009년 수익($1.2bn)을 20% 가까이 올렸다. 당시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20%는 굉장한 숫자다. 이제 막 시작한 신생 쇼핑몰들에게는 조금 익스트림한 사례일 수 있으나, 단골고객 확보와 지속적인 매출증대를 위해 지금 당장 고객에게 투자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나은 고객 서비스와 소통을 통한 유대관계 형성은 단골고객 확보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86%의 소비자는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25% 이상의 금액을 추가로 지출할 용의가 있고, 87%는 자신이 경험한 좋은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 친구나 지인에게 공유한다. 23%는 10명 이상의 지인에게 공유하고 30%는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고 하니, 쿠팡맨의 감동 후기가 여러 커뮤니티에 게시된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북미는 ‘대화형 커머스’가 대세
북미에서는 이러한 고객 서비스 개선과 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객과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주로 택하는 전략은 고객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라이브 채팅. 고객이 불편한 점이 있을 때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추천을 비롯한 일상 대화도 하는 인격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 창구로 쓰고 있다. 고객 응대 라이브 채팅 서비스인 인터콤(Intercom)을 도입해 고객과 대화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은 13,000개에 달했고,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 고객과 소통하는 브랜드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이러한 브랜드와 고객 간의 빈번한 대화에서 ‘대화형 커머스’라는 개념이 파생될 정도다. 해시태그의 창시자 크리스 메시나(Chris Messina)는 ‘2016년은 대화형 커머스의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가 가기 전 브랜드와 소비자가 채팅 인터페이스로 소통하는 게 보편화 되리라고 전망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지만 앞서 말한 소통과 유대관계 형성과는 거리가 있다. 다음 글에서는 국내의 대화형 커머스에 대해 다뤄보겠다.
앞서 말했듯이 단골고객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마케팅은 아직 시작 단계이고 ‘무조건 먹히는’ 전략 또한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체리피커들만 끌어오는 마케팅과 무분별한 광고비 출혈 경쟁은 절대 윈-윈 시나리오가 될 수 없다. 만약 당신의 광고비와 고객들이 밑 빠진 독에 붓는 물마냥 빠져나가고 있다면 마케팅 전략을 바꿔보길. 고객 한 명 한 명과의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다 보면 단골고객은 늘어날 것이고, 당신의 지표 또한 참담한 모양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체리피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단골’이 되었다.
원문: Dawn의 med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