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쇼핑한다. 안타깝게도 기업 입장에서는 한두 곳의 채널에서 모든 쇼핑이 이뤄질 때보다 고객 이해가 복잡해졌다. 고객 데이터가 퍼즐 조각처럼 여러 터치포인트(touchpoints)에 산재해있기 때문.
고객이 뭔가를 사고 문의할 때마다 여기저기 수많은 터치포인트에서 고객 데이터가 새로 생겨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백 수천 명의 고객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부분의 기업은 몸집이 커지면서 퍼즐 조각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데 이는 기업에 절대적으로 손해다.
흩어져있는 퍼즐 조각과 비즈니스의 상관관계
퍼즐 조각이 흩어져 기업이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마케팅 효과 측정이 불가능한 점(62%)이다. 고객에게 어떤 경로로 노출되었는지, 어느 디바이스에서노출 되었는지, 고객이 유도한 액션을 취했는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을 알 수 없다면 정확한 마케팅 효과 측정은 어렵다. 다음 마케팅 전략 또한 정확한 측정을 기반으로 수립된 것이 아니니 ‘실험’을 해볼 수밖에. 정확한 개선점을 찾지 못한 채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격이다.
고객 경험을 개인화할 수 없다는 점(61%)도 문제다. 아무리 맞춤형 고객 경험을 통해 고객을 감동시키고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고 싶어도, 고객의 기본정보나 쇼핑패턴 등을 알지 못한다면 불가능하다. 화장품 웹사이트에 들어간 중년 남성에게 ‘24시간 지속되는 새빨간 틴트’를 홍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이 외에도 구매 여정에 대한 이해도 부족, 비효율적인 유료광고 등 부족한 고객정보가 비즈니스에 끼치는 악영향은 다양하다.
고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은 앞서 말한 퍼즐 조각(고객 데이터)들을 모아서 하나의 그림, 즉 고객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완성해야 하는데, 완성된 하나의 그림을 ‘단일 고객 관점(Single View of Customer)’이라고 한다. 고객 A의 소비행위를 보고 A라고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불러올 수 있는 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고객 행동을 이해(33%)하게 된다. 어떤 마케팅 캠페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 종류는 어떤 것인지 등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뿐 아니라 매출 기여도와 WTP(Willingness To Pay)에 따른 중요고객을 식별할 수 있게 되고, 그들만을 타겟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중요한 고객에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야말로 스마트한 마케팅의 핵심!
고객을 이해하게 되면 인게이지먼트(20%)도 가능해진다. 여러 채널에 걸친 고객의 쇼핑 패턴을 파악하고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품을 제안하며 먼저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행동 이해와 분석이 정교할수록 인게이지먼트가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부족한 정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마케팅 효과 측정이 불가능한 점인데, 고객을 이해하게 되면 마케팅 또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26%). 어떤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52%는 일반적인 광고 메세지를 ‘스팸성’으로 인식하며, 46%는 이러한 광고를 자신과 ‘상관없는’ 정보라고 인지한다. 이것이 바로 고객을 이해하지 않은 채로 표준화해 진행하는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의 결과다. 상관없는 스팸성 광고로 취급되고 차단될 마케팅에 계속 투자하는 격.
단일 고객 관점을 갖게 되면 고객이 무엇에 반응할지,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지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브랜드 로열티 증가, 효율화와 혁신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객에 대한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기업의 매출은 그렇지 않은 경쟁사 대비 2–3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단일 고객 관점을 통해 고객을 잘 알게 되는 것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뜻. 실제로 74%의 소비자는 맞춤형 마케팅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며, 웹사이트의 구매 여정을 개인화하는 브랜드의 경우 평균 19% 정도의 매출 증가를 경험한다고 한다.
단일 고객 관점 성공사례
단일 고객 관점을 도입한 후 위와 같은 효과를 얻은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 호주에서 가장 큰 여성의류 리테일러인 스페셜리티 패션 그룹(Speciality Fashion Group, SFG)은 실시간 리포팅과 고객별 소비행태 분석을 통해 온·오프라인 매장의 데이터를 통합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매장 데이터를 단일 고객 관점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고객별로 분석하고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모든 채널에서 크로스셀(cross-sell)과 업셀(up-sell)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별로 분석된 리포트는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애자일 마케팅(agile marketing)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하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들이 얻은 인사이트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온·오프라인에서 쇼핑하는 고객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하는 고객보다 약 2.6배의 가치를 지닌다고.
SFG가 단일 고객 관점을 갖게 된 후로 생긴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이메일 마케팅이다. 고객별로 관심 있어 하는 상품군과 소비 행동 패턴 분석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메일 광고의 ROI는 최대 2,200%를 달성한 바 있으며, 이메일 오픈율과 상세페이지로 랜딩되는 비율은 경쟁사 대비 각각 12%, 44% 높아졌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매출 기여도는 45.7%로 증가, 기존 32.4%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성장하였다. (이메일 광고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고객이 구매하는 경우) 또한 기존에는 하나의 이메일 광고를 제작하는데 평균 24시간이 소요됐으나, 단일 고객 관점 도입 이후로는 2시간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모든 채널에서의 터치포인트를 분석하고 중요고객을 타겟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결과, SFG는 온라인 퍼블리싱 네트워크 리테일 터치포인트에서 주관한 Customer Engagement Award를 두 차례나 수상하게 되었다고.
손쉽게 브랜딩까지 구축한 대형 화장품 회사
화장품 제조사인 클라린스에서 온·오프라인 매장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단일 고객 관점을 갖기 위해 세운 전략은 클럽 클라린스(Club Clarins)다.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의 UPC 바코드를 클럽 클라린스 웹사이트에 입력해 자신의 구매 히스토리를 제공한다. 제공하는 즉시 자동으로 클럽 클라린스의 ‘VIP’가 되는데, 금액과 상관없이 모두 ‘VIP 혜택’이 주어진다. 구매내역을 트랙킹하고, 클럽 클라린스 포인트를 이용해 쇼핑하거나 VIP만을 위해 만들어진 샘플 세트를 받아볼 수도 있다. 이로써 클라린스는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고객의 구매 히스토리를 알게 된 것이고 고객별 소비패턴 분석도 가능해진 것. 하이엔드 화장품 시장에 포지셔닝한 클라린스가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스러움(exclusivity)을 강조해 세운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많은 고객이 클럽 클라린스에 구매 히스토리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구매금액 1달러당 10포인트를 주고 적립된 포인트는 클럽 클라린스 웹사이트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했다.
단일 고객 관점의 또 다른 베네핏, 업무 효율화
영국의 이동통신 업체인 보다폰(Vodafone)은 단일 고객 관점을 통해 업무를 효율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폰은 B2B 영업에서 성장세를 보였는데, 보유 고객사가 늘어남에 따라 고객서비스 또한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보다폰은 실시간으로 고객 정보를 업로드하고 수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전사적으로 도입해 단일 고객 관점을 갖게 되었고, 고객서비스의 최전방에 있는 콜센터 직원의 생산성(agent productivity)을 40% 향상시켰다. 그뿐 아니라 고객 응대 평균 소요시간을 6분에서 2분으로 66% 이상 감소시켜 고객 유지와 로열티 또한 개선한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로 남아프리카의 은행 네드뱅크(Nedbank)는 고객에게 “Ask Once” 시스템을 약속했다고 한다. 고객이 한 번만 말해도 되게끔 한 고객당 한 명의 CS 직원이 배정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응대하는 것.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고려해 볼만한 시스템인 듯하다.
성공사례로 든 기업 모두 단일 고객 관점을 갖게 된 후로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가 풍부해졌으며 이는 비즈니스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답했다. 기업에게 중요한 고객이 누구이고 가장 최근에 구입한 내역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점이 무엇인지,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어떤 마케팅 캠페인에 반응하는지,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준 고객들이 실제로 더 많이 더 자주 구매하는지 등의 질문에 더 이상 난처해 하지 않고 바로 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가진 기업은 경쟁사 대비 어드밴티지가 있을 수밖에!
하루하루가 전쟁인 기업 오너와 운영자들에게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시스템화하는 등의 일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제품만 가지고 승부하기엔 당신을 대체할 경쟁자가 많아도 너무 많고,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이 아닌 고객에게 집중할 때 생기는 법. 지금 단일 고객 관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기업의 몸집을 키우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나중에는 모아야 할 데이터만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손댈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의 나를 믿지 말고 오늘부터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
원문: Dawn의 Med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