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륙은 오래전 다른 대륙과 분리되어 유대류 포유류를 비롯한 독특한 생물체가 독자적으로 진화한 장소였습니다. 지금도 코알라나 캥거루처럼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포유류가 서식하지만 4만 5,000년 전 호주 대륙은 지금보다 더 기이한 생명체가 활보했습니다. 여기에는 450kg에 달하는 거대 캥거루, 2톤의 육중한 웜뱃(wombat, 오소리와 비슷한 유대류, 현재 남아있는 것은 모두 작은 종류), 8m 길이의 거대 도마뱀, 180kg에 달하는 날지 못하는 새 등 아주 다양한 거대 동물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오랜 세월 호주 대륙에서 번성하다가 인류가 호주 대륙에 도착한 후 수천 년 사이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것이 기후 변화 때문인지 인간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호주 모나쉬대학과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연구자들은 해양 침전층을 조사해서 15만 년 사이 기후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 수많은 동물을 번성하게 만들었던 적절한 기후가 이들이 멸종할 당시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2006년, 인류에 의한 멸종 가설을 지지해온 콜로라도대학의 기퍼드 밀러(Gifford Miller) 교수는 아주 낮은 비율의 사냥으로도 본래 자연계에서 천적이 없고 먹이 사슬의 정점에 위치해 숫자가 매우 적은 대형 동물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2016년에 고대 호주에 살았던 대형 조류인 게니오르니스(Genyornis newtoni)의 멸종이 인간 때문이라는 증거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인간은 게니오르니스의 경우처럼 지속적으로 알을 먹거나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는 어린 개체를 사냥해 동물의 개체수를 크게 감소시켰을 것입니다. 그 결과 오랜 세월 살아왔던 거대 동물들이 사라지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이와 같은 일이 북남미 대륙에서도 생겼는지는 앞으로도 논쟁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프리카,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대형 동물이 다 멸종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인류와 함께 오랜 시간 진화할 시간이 있었다는 가설과 본래 사실 인류가 이 거대 생물의 멸종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주장이 옳을지, 빨리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이 연구 결과는 인류에 의한 멸종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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