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을 못 하는데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적을 만들지 않습니다. 적을 만들면 일 못 하는 자신에게 역공할 것을 알기 때문이죠.
일 못 하는데 정치적인 사람은 적절한 동지를 만듭니다. 일종의 공범이죠. 공범은 어느 순간 조직의 체계를 망치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일 못 하는 부하 직원이나 다른 부서의 마음을 얻죠. 그러면서 느슨한 분위기가 조직 내부에 퍼져갑니다. 그래서 공범을 만드는 사람을 찾아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이냐구요?
대표적인 것이 보고서를 보고서화 시키는 사람입니다. 혹은 점검을 점검화 시키는 사람이죠. 더 위 부서에 보고해야 하거나 실태를 알려야 할 때, 중간관리자인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싫으니까 아예 아래 실무자들과 입을 맞춰 버립니다.
이는 실제 실적과 상관없이 단순 실적 보고나 보고서 자체에만 연연하는 기업 문화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 번만 눈길을 피하면 넘어갈 수 있다는 문화가 생겨나게 되고, 이는 점차 자신이 월급 받으면서 해야 할 일을 사문화시켜버립니다. 이 분위기가 주변으로 퍼지고 퍼지게 되죠. 결국 보고는 ‘보고를 위한 보고’로 전락하게 되며, 진정한 문제는 아무에게도 드러나지 않는 아주 나이스한 기업 문화가 정착되어 버리는 것이죠.
말은 하되 진정한 문제는 말하지 않습니다. 잘 된다 하더라도 방법은 공유하지 않습니다. 이런 유착 관계는 수평적인 밸류체인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사내에서 사업부와 특수 밸류체인 조직 간에 공급자-수요자의 권력관계가 형성되면, 이 부서들은 잘 보이기 위해 상위 경영진에게 문제를 이야기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공연하게 뒤를 봐주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관리하는 사업부와 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밸류체인 간에 이해관계가 있기에 이런 유착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문제점은 처음에는 해당 조직들의 리더가 갖고 있다가, 곧 실무자들의 업무 방식에 스며들게 되죠. 그때가 되면 조직의 모든 사람들을 바꾸지 않는 이상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유착과 형식 중심으로 죽어가는 조직을 막기 위해서는 캐주얼하게, 불시적으로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구속적 밸류체인의 틀을 끊는 일이 필요하죠.
1. 캐주얼하게, 불시적으로
보고회를 만드는 일이 있다고 합시다. 진정한 문제는 준비하는 과정 동안 드러났다가, 정작 보고회가 되면 수면 아래로 사라지게 됩니다. 중간 관리자들이 겁을 먹고 ‘진짜 문제’가 위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없애버리기 때문이죠. 부하직원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지, 이를 당당하게 말하는 중간관리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은 모든 걸 거창하게 준비하는 형식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보고든 만남이든,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 모든 일에 필요 이상의 룰을 형식적으로 정하면 안 됩니다. 항상 만나서 이야기하고 고민을 들어주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상위 리더가 얼마나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이 캐주얼 문화의 핵심일 수 있겠네요.
2. 격려하는 문화
잘못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을 기피하면 안 됩니다. 인사 정책의 방향이나 회의 문화는 새로운 기회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지, 기존에 했던 일들에 대해 신상필벌 중심으로 잘못만 찾아내려 한다면 직원 모두 평균에 수렴하거나 기존에 검증된 일만 하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할 동력이 줄어듭니다. ‘안전빵’인 일만 맡아 하려 하죠.
작은 일에도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 반대는 아예 없는 편이 낫습니다.
3. 구속적 밸류체인의 틀을 끊기
구속적 밸류체인 관계도 없애야 합니다. 기업의 탁월한 핵심 역량이 아니라면, 복수의 사용자가 복수의 공급자에게 접근해서 일을 꾸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단일화된 밸류체인이 무한한 힘을 갖고 있는 방식은 사업을 도태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사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자문이나 기술적 실무에 대해 외부로 기회를 열어두어야 합니다. 이는 정당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특별한 보고가 없더라도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할 것입니다.
원문 :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