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사람을 대하는 태도
지금 봉건 사회로 돌아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시민 사회가 형성된 후 인권에 대해 교육하고 그를 전승하면서, 그간 획득하기 위해 일군 노력들을 헛되이 하면 안된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죠. 이런 의식은 국가 시스템을 이루는 외교, 군사, 경제, 정치 등의 시스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모태 역할을 해 왔습니다.
게임 <문명>을 보면, 어떤 통치 패러다임이 개발된 이후에야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들이 빌드업되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경영이 일견 기술 발달과 수요 창출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있는 기업 이념입니다.
기업을 이루는 경영철학의 혁신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기업 내에 있다고 해도, 이 기술은 기업을 이루는 인재를 터통해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를 다루는 경영 방향에 따라 실현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는 것이죠.
그래서 한 기업의 인재관, 특히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중요한 것입니다. 이는 일전에 썼던 아티클에서 오래 다닐 만한 직장을 판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임을 다룬 적 있습니다.
육체노동의 인재관, 감시와 계도
사람을 다루는 태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을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이냐’입니다. 인적자원을 계발하는 기업경영의 명제는 명확하지만 이것을 성취하는 방법은 지금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생산성이 결정되던 시기에는, 현장에서 최고의 효율을 올리는 육체 작업의 지침이 있었습니다. 이 지침에 따라 표준적인 방법론을 준행하고 이것을 지키는지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위 ‘왕도’가 있었던 것이죠. 지금도 건설현장이나 공장의 조립라인, 플랜트, 판매 서비스 현장에서는 의도한 육체작업을 표준적인 시간 내 활용하는지 정확히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내는 이들이 있을지언정 기존 것을 따르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탕아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설계나 R&D 부서의 역할인 것이죠. 따라서 이를 지키지 않는 직원은 가르치고 혼내고 압박하고, 따르지 않으면 축출합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측정이 중요하고 표준적인 매뉴얼이 중요합니다. 직원이 지키지 않으면 혼을 내야 하죠. 이런 인재관을 가지고 경영진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관료제의 두터운 범퍼를 세웠습니다.
노동 패러다임의 변화, 인재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하다
하지만 이제 기계와 전자, 통신이 발전했습니다. 기존에는 힘들게 획득했던 육체적 역량들이 이들의 도움으로 상당히 완화되었죠. 따라서 이런 ‘테일러식’ 직원 관리, 인재 양성의 패러다임은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에는 뻔했던 도전 수단이 이젠 너무나 다양해져 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기업은 살 길의 주제를 스스로 찾아 정해야 하는 도전을 받게 된 것입니다. 무엇이든 그것을 테스트하고 실현하는 비용이 극소화되면서 실험은 높이 평가받고 소비를 창조할 수 있는 시간적 우위를 공급자가 쥐게 된 것이죠. 그다음 단계의 재화를 먼저 고민하고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해서 준비할 시간이 확보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에서 외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수단을 선점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차기 사회적 변화에 수반될 컨텐츠, 그것을 실현시킬 기술적 단계에 대한 선점까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인재에 대한 이상적 기준도 변화했습니다. ‘표준화된 작업을 표준의 루트로 개선하며 표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잘 정하는 사람으로 변화한 것이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배경 속에서 기업 소유주보다는 개인 근로자의 권익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IT, 스타트업 업계 중심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에 수요 변화가 적은 필수 소비재 분야는 진척이 더딘 느낌이 있습니다) 인재를 바라보는 표준적 관점이 포스트모던한 사고력, 창의성 중심으로 변화하며 융합을 통한 기회의 실현으로 옮겨져 가야만 하는 것이죠.
직원을 타자화시키는 경영진, 부추기는 백오피스
이런 환경에서 인재는 더 이상 말투 하나, 복장 하나를 일일이 지적받을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새로운 융합과 창의성에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인재를 미워하고, 기존의 방식대로 ‘표준’을 정해주고 따르라는 기업의 태도입니다. 이것은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육체 노동 중심의 산업에서만 가능한 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경영진이 직원들을 ‘미워하는’, 즉 경영진이 직원을 다른 그룹으로 타자화하는 데 있습니다. 과거의 인재관을 가진 경영진이 실무자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들을 ‘계도할 필요가 있는 집단’ 정도로 여긴다는 거죠. 이런 긴밀한 조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기에 집단이 갈라지는 계기가 되는 겁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를 통해 실제로 나타납니다. 내부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알리는 방식, 업무 프로세스를 경청하고 개선하는 방식, 직원 채용 질문이나 복리후생이 증감하는 모습, 그리고 이와 관련된 소통 방식까지 직원들의 마음에 걸리는 모습으로 현실에 나타납니다. 자잘해 보이는 이런 점들에서 경영진은 더욱 보수적으로 변합니다. 백오피스의 과한 결정을 토대로 직원들을 밀어붙입니다.
하지만 우수한 직원일수록 이런 인재관을 먼저 알아차립니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창의성을 실현시키고 싶은 욕구 때문에 기업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런 일이 진행되면 경영진이 깨달아야 하지만, 보통은 망할 때까지 깨닫지 못하죠.
경영의 힘이 분권화되지 않을수록, 계획을 더 강하게 만들어 기존 패러다임을 강화시키는 백오피스들의 안일한 자기 생존의 욕구가 투영됩니다. 어떤 기술을 도모하고 어떤 시장에 탐을 내면 무슨 소용인가요. 그것을 실현할 인재는 떠나가고 있는데. 이런 배경 속에서 일이 제대로 될 턱이 있나요. 이런 조직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잘해 봐야 현상을 유지할 뿐입니다.
인풋을 변화시킬 경영진의 처리 프로세스 바꾸기
답은 명료합니다. 경영진의 인재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히 대화를 자주 하라거나 현장에 가서 들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풋을 아무리 많이 한다 해도 그것을 처리하는 프로세스가 과거와 같다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듣는다고 해도 말짱 도루묵입니다.
- “나는 잘 모르겠다.”
- “직원들을 믿겠다.”
- “인재는 관리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기존 패러다임을 강화하려 하는 백오피서를 축출해내는 동시에 변화된 인재관을 실현할 다양한 방법(바운더리를 정하되 개입하지 않는다. 성과를 확인하되 과정에 참견하지 않는다 등)을 통해 실현되어야 합니다. 기존처럼 말 한마디, 보고서 글자 하나하나에 사람이 쉽게 함부로 판단된다면, 누구도 ‘진짜 이야기’는 하지 않는 조용한 사무실이 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은 모두 하나여야 합니다.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지적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대신 토론하고, 설득하고, 같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유체이탈의 화법으로 경영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아래에서 일하기 싫어할 겁니다. 직원을 계도하겠다, 왕도를 가르치겠다 나오는 경영진의 과오가 딱 그것입니다.
어떤 컨셉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왕도도 존재하지 ㅇ낳습니다. 직원들의 목소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경영진도 자신이 누군가를 미워할 만큼 특출나지 않다는 사실을, 경영은 조직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게 바보처럼 유순한 이야기로 들린다고요? 한번 시도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원문 :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