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과 가로수길의 유명 맛집 중에서 ‘부첼라’라는 곳이 있다. 아마 그쪽 일대에 종종 놀러 가본 사람이라면 가보진 못했어도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유명 맛집 정도가 아니라 가로수길을 대표하는 맛집 중 하나가 바로 부첼라다.
이곳의 핵심 메뉴는 납작 네모난 이탈리아 빵인 치아바타로 만드는 치아바타 샌드위치다. 사람들이 샌드위치 등에서 간과하기 쉬운 게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빵의 식감이다. 빵이 맛있으면 내용물이 어지간하게 망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맛있다.
부첼라는 직접 만들고 구운 치아바타가 정말 쫄깃하고 맛있는 데다 신선하기로 유명한데 이것이 이 부첼라의 핵심이다. 치아바타 자체가 정말 맛이 있기 때문에 이 치아바타 샌드위치가 다른 곳에선 먹어볼 수 없는 맛있는 샌드위치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매장 들어가면 굽고 남은 치아바타 덩어리를 먹어볼 수 있게 해준다. 먹어본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더군다나 갓 구워낸 치아바타라 정말 더 맛있다.
타이밍도 굉장히 좋았다. 부첼라가 들어서던 시점은 유학과 어학연수를 경험한 세대가 늘어나면서 서양식 식단과 샌드위치가 익숙해지던 때이며 그 당시가 ‘브런치’란 단어가 사람들에게 자리 잡기 시작한 때였다. 그로 인해서 제대로 된 빵과 제대로 된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에 대한 수요가 스물스물 생기기 시작했다. 가로수길에 매장을 잡은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지금이야 온갖 가게들이 난립해서 매력이 없는 동네지만 그 당시만 해도 매력 있는 곳이었고 강남지역이란 특성상 부첼라의 샌드위치를 수요할 수요자들도 충분했다.
그 덕에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첼라는 가로수길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떠올랐고 2년도 안 되어 직영매장을 여의도와 도곡동에 내면서 확장을 했고 매일 유업이 부첼라의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추가로 삼청동과 청담동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 덕분에 부첼라의 오너는 원래부터도 잘 살았지만 부첼라를 통해 더 큰 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엔 다른 곳 얘기를 해보자. ‘카페 마마스’란 곳이 있다. 본점은 서소문 쪽, 중앙일보 건물의 고가도로 건너편에 있는 작은 가게다. 주요 메뉴는 바로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청포도 주스, 그리고 파니니로 만든 샌드위치인데 여긴 딱 아는 사람만 가는 숨겨진 가게였다. 사실 중앙일보 건물이 있는 서소문 지역은 지금도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고 어디 외부에서 찾아갈 만한 동네도 아니다. 딱 주변 직장인들이 조금씩 찾아갈 법한 그런 동네였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 정도로 유명한 가게는 아니었고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가게에 해당했다. 그래도 충실히 장사가 잘되어서 오픈 6년 만에 여의도에 두 번째 직영점을 차렸다. 사실 두 번째 오픈 시기는 시기로만 치자면 그닥 좋은 시즌은 못 되는 게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졌던 2008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마마스는 이때 말 그대로 ‘터졌다’. 이곳에서 파는 청포도 주스가 여의도에서 마마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그와 더불어 리코타 치즈 샐러드도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마마스의 전성기는 시작되었다. 삽시간에 소문을 타면서 2호점을 낸 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시청에 3호점이 들어섰다. 또 그로부터 1년도 되지 않아서 청계천에 새롭게 완공한 미래에섯 건물 1층에 새 지점이 들어섰고 그해 말에 강남점이 하나 더 오픈했다. 그다음 해인 2012년에 2개 지점이 들어섰고 2013년에도 2개의 지점이 새로 생겼으며 현재는 총 15개의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이 정도면 정말 성공했다 할 수 있다.
다시 부첼라 얘기로. 매일 유업에서 50%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부첼라에서 야심 차게 냈던 다른 매장들의 성과는 썩 좋지 않다. 자신만만하게 냈던 부첼라 여의도점, 청담점, 삼청동점은 사라졌다. 본점이야 여전히 장사가 잘되고 있지만 나머지 지점에서 장사가 되는 곳은 매봉과 부산 센텀시티점 정도인 듯하다.
매년 순손실을 억 단위로 기록하더니 결국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물론 본점은 여전히 잘되고 있으며 여전히 가로수길 대표 맛집 중의 하나다. 부첼라가 엄청나게 잘 될 때는 정말 엄청나게 대박을 칠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마마스나 부첼라나 둘 다 비슷한 컨셉이고 비슷한 사업이지만 어느 쪽은 계속 승승장구를 하고 있고 어느 쪽은 (상대적으로) 비실거리고 있다.
실패의 원인에 관한 말들은 많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건 매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부첼라가 자랑했던 치아바타의 맛 또한 하락하기 시작했단 것은 확실하다. 부첼라의 치아바타가 맛있을 수 있었던 것은 갓 구워낸 아주 신선한 빵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치아바타를 쉴 새 없이 구워내야 했고 그 덕에 신선도가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첼라의 다른 점포들은 이것이 악순환으로 작용했다. 매출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 치아바타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 부첼라를 방문한 사람들이 치아바타가 맛이 없다, 역시 본점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 점포의 매출이 더 하락한다. 결국 다른 매장의 들쭉날쭉한 퀄리티로 인해 ‘역시 부첼라는 본점’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된 셈이다.
혹자는 ‘이 가게는 신선한 재료가 많아서 잘되는 가게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음료 사업에서 ‘신선도’와 ‘품질’은 성공의 요인이 아닌 성공의 결과다. 잘 되기 때문에 신선한 것이고 잘 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것이다. 잘 되지 않는 집은 재료를 묵혀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히 신선도와 품질이 하락하게 되어있다. 말이 좋아서 ‘식재료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오래된 식재료를 폐기한다’지 그건 아예 폐기 식재료의 원가조차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호텔이나 아예 애초부터 돈이 많아서 취미로 식당하는 점주가 아닌 이상에야 불가능하다.
당장 집에서 냉장고에 있는 오래된 음식들 버리는 것도 돈 아까워서 부들부들하는데 그 보다 훨씬 많은 양을 폐기한다 생각해보자. 그건 엄청난 비용이다. 게다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거 그렇게 유지한다고 해서 그러한 노력이 언제 빛을 발하게 될진 아무도 알 수 없다. 빠른 시간 내에 알려진다면 다행이지만 운이 없다면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몇년 동안 그 손실을 감수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부첼라 마저 저랬다.
재미있는 일이다. 마마스나 부첼라나 둘 다 여의도에 지점을 냈고 둘 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한 곳은 크게 폭발한 반면 한 곳은 폐업을 했다.
요식업, 더 나아가서 사업이란 것이 이런 부분에서 정말 어렵다. 비슷한 컨셉에 비슷한 스타일이라도 어느 곳은 잘 되는데 어느 곳은 망한다. 성공한 이후에야 이러이러한 점 덕분에 성공했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조금만 뒤집어 보면 다른 집도 똑같이 했는데 성공 못 한 경우가 흔하다. 다만 그 집이 망하고 잊혀져서 이야깃거리가 못되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는 성공스토리를 사후편향이 만들어낸 동화로 보는 시각이고 그걸 진지하게 얘기하는 책을 불쏘시개 취급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나마 부첼라는 가로수길 본점이라도 장사가 잘된다. 사실 본점도 오픈 타이밍이 그때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가지긴 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나 그 타이밍을 잘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기간은 버텨내야 한다. 이게 힘들다.
이 문제 때문에 보통 대다수는 프렌차이즈 가맹의 길을 선택한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도 싫고 그저 본사의 지침만 이행하고 본사의 브랜드에 묻어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프렌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을 잘 챙기지 않는다.
결국 다들 그렇게 망해간다. 이래서 자영업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급여가 지급되는 직장에 들어가고자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기도 하고.
원문 : 김바비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