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JTBC ‘뉴스룸’의 토론에 참여했던 이재명 시장의 “법인세를 8%만 인상하면…” 발언에 대해서 부연하는 바를 정리하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법인세만 인상하면 몇조를 더 거둘 수 있다는데, 그거 하겠다는 사람을 왜 그렇게 놀리는가?
이에 대한 답변입니다.
A.
제일 기본적인 의문은 법인세를 왜 안 올리느냐는 문제입니다. 이걸 아주 간단하게 ‘신자유주의 때문’ 또는 ‘새누리당 놈들 때문’이라고 답하면 아주 간단하기는 한데요, 실제로는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는 점점 인하추세를 타고 있는 것이 아주 분명합니다. 우리만 법인세를 깎아준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지간한 국가가 다 그렇습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기간 동안에 OECD 국가들 중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4개국에 불과하고, 인하한 국가는 13개국입니다. 그대로 유지한 국가는 17개국이고요. 08년 위기 이후 국가재정이 말라서 다들 고생이라는데, 법인세를 올린 국가가 극소수라는 점은 좀 이상하다는 의문을 품기에 충분합니다. 그래서 OECD 평균 법인세 변화율은 08년 23.9%에서 12년 23.3%로 0.6%가 낮아졌습니다.
B.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얼마나 낮은가도 문제입니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어떻다느니, 애플이 얼마라느니 등등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근데 이게 회계사분들도 겁을 많이 주는 엄청나게 복잡한 세율의 문제라고 합니다. 법 중에서도 세법이 젤 어렵고, 그중에서도 법인세법이 가장 어렵다고들 하십니다.
어쨌건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최고 22%입니다. 이는 2000년 28%에서 무려 6%나 줄어든 것입니다.
그럼 OECD 평균은 어떨까요? 2000년 30.2%에서 2012년 23.3%로 6.9%가 낮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22%, OECD 평균은 23.3%이며, 하락한 값은 OECD 평균이 더 낮습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전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그래서 애플은 미국 세금 내기 싫어서 돈을 전부 아일랜드니 어디니 하는 조세회피처에 쌓아두고 있고, 트럼프는 세금 깎아줄테니깐 미국으로 가지고 오라고 회유 및 협박을 하는 참입니다. 미국의 실효세율이 더 높긴 하겠지만, 그래서 미국 기업들이 고분고분하게 그 세금 다 내는 것은 아닙니다.
C.
게다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최저세율(과세표준 2억 이하)은 10%입니다만, 다른 나라의 법인세 최저세율은 장난도 없고 자비도 없습니다. OECD 법인세 최저세율 평균은 무려 17.1%입니다. (누진세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11개국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단일세율) (스페인 25%, 영국 20%, 일본 18%, 미국 15%, 프랑스 15%)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에 대한 자비심은 우리나라가 가장 큽니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의 가혹함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크다는 말이 되기도 하겠네요.
D.
그래서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많이 거두고 있느냐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많이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0년 기준으로 3.5%이며, 이는 OECD 국가 중에서 5위의 기록입니다. (세계에서 법인세의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들 중에 하나입니다. OECD 평균은 2.9% )
다른 나라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낮은 데 비해서, 법인세의 GDP 비중이 이만큼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상당히 많이 걷고 있다는 말입니다.
E.
그럼 여기서 나오는 수치상의 의문점을 다시 한번 정리해 봅시다.
- 왜 세계는 점점 법인세를 낮추고만 있는가?
- 다른 나라는 그래도, 우리는 올릴 수도 있지 않은가?
- 법인세율이 낮다는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이 저렇게 높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
우리나라 법인세는 면세가 많아서 기업부담이 크지 않다던데? 이런 의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F.
그러면 하나씩 의문을 풀어보죠.
1. 왜 세계는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서냐 하면… 그건 세계가 세계화되어서 그렇습니다. 세금 좀 더 싼 나라로 기업들이 회사를 옮겨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그렇게 세고 아일랜드 법인세가 거의 무료라면,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점점 회사를 아일랜드로 옮겨가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게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유럽에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일랜드가 법인세율 낮다고 다른 나라에 막 까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금 깎아줘도 삼성전자 현대차가 본사를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론이 있습니다만, 기업 전부를 다 옮겨갈 필요는 없습니다. 해외공장의 비중을 높이고 해외에서 비용을 많이 쓰는 방식을 쓴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세금부담을 줄이려는 인센티브를 법인세가 주게 됩니다. 그 결과 아주 당연하게도 국내의 고용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될 것입니다.
기업은 점점 세계화되고 있으니 이런 일이 점점 쉬워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본사를 유지하는 것에서 오는 비용과 효과를 비교해 봐서, 비용이 커진다면 본사를 유지하지 않는 쪽으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2. 다른 나라야 그렇거나 말거나. 억지로 본사 못 옮기도록 하고 법인세를 올리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인세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법인세의 ‘조세귀착’의 문제입니다.
법인은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사람이 아닙니다.” 법인은 거래의 편리를 위해 사람이나 재산의 집합에 대해 법인격을 부여한 것이며, 이에 대해 민법상 의제설과 실재설의 학설대립이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법인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돈은 사람이 냅니다. 그럼 법인이 내는 법인세는 누구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느냐의 본질적인 질문이 남게 됩니다.
거기서 아주 치열한 경제학적 질문이 남습니다. 법인세는 ‘사용자 측’이 많이 내는가? ‘노동자 측’이 많이 내는가? 여기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온갖 실측들을 위한 조사들이 이루어집니다. 지금까지 대략적인 결론으로는 오히려 노동자 측의 비용부담이 더 크다는 쪽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하버드의 결과로는 노측이 약 60%를 넘는다고 나오네요.
결국 법인세는 기업이 내고 그 외에 사람들은 무관하다는 상식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인세 많이 내면, 결국 거기 다니는 사람들과 그 회사 물건 사주는 소비자들도 부담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시원하게 법인세를 못 올립니다.
3.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비중이 꽤 높은 이유도 있습니다. 법인세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고 돈이 남았을 때 내는 세금입니다. 적자 내면 세율이 90%라도 한푼도 안냅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비중이 높다는 말은 기업들의 수익이 높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대기업들에서 나옵니다.
이것은 순환논법 비슷한데, 사실은 순환은 아니고 인과가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법인세를 많이 부담하는데, 이는 대기업들이 돈을 많이 남기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이 많이 남기는 것은 이 회사들의 국가 경제에서의 비중이 높기 때문인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이들이 세계적인 대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 회사는 대부분 자본투자 중심 기업이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낮고, 회사가 회수해 가는 비중이 높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돈을 많이 남길 수 있고, 그래서 법인세를 많이 냅니다. 법인세를 적게 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4. 면세도 많습니다만, 그건 투자에 대한 공제가 대부분입니다. 투자를 많이 하니, 세금을 깎아 주는 것입니다. 결국 이 말은 고용(또는 연구개발)을 늘리니깐 세금을 깎아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센티브가 확실하지요.
G.
이재명 시장 말을 깐 이유는?
- 일부 극소수 대기업만 세금 올린다 → 지금도 일부 극소수 대기업들이 대부분의 법인세를 내고 있습니다.
- 8%만 올리면 된다 → 22%에서 8%를 더하면 30%인데, 그럼 우리나라가 법인세율 최상위권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만큼 세금액수도 늘어날까요? 아마 다 도망가려고 난리 치지 않겠습니까?
- 면세만 줄이면 된다 → 면세에 대한 인센티브도 날아간다는 말입니다. 그럼 고용이나 연구개발로 인한 장기성장도 상당 부분 포기한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게 법인세 올리면 일부 재벌만 돈 내느라 힘들고 대다수 서민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뭐 이렇게 순진한 분이 계시는지….
원문 : 하승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