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사람들은 규제개혁을 외친다. 하지만 언제나 규제개혁은 좌절되어 왔다. 규제란 언제나 아름답고 그럴듯한 명분과 신화에 기반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운전면허시험 강화다. 택시를 타도, 친구 차를 타도 모두가 쉬운 운전면허시험 때문에 도로가 개판이라고 한다. 그 주범으로 MB의 ‘운전면허 간소화’를 꼽는다.
2.
아래 그래프들은 도로교통안전공단 통합 DB의 교통사고 추이 그래프다. 면허 간소화 조치는 2010년, 2011년에 한 번씩 있었다. 그래프는 각각 전체 교통사고 추이, 10만 명당 교통사고,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다. (사망자 수는 우축)
2010, 2011년을 기점으로 교통사고가 늘었다고 볼만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교통사고 건수의 상승반전은 2013년에 보이고, 사망자 수는 완연한 감소세를 보인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사고율이 증가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통계와는 다르다.
‘운전면허 간소화=사고증가’는 허구다.
3.
경찰이 꼽은 문제는 ‘초보운전자 사고율 증가’다. 이상한 일이다. 도로주행이 아닌 T자 코스, 오르막 오르기, 좌우 회전이 추가된다 해서 정말 초보자 사고율이 낮아질까?
경찰이 꼽은 초보운전자 사고율 증가의 주원인은 전방 시야 제한과 장롱면허 문제다. 하지만 대부분 탈락자는 T자 코스와 오르막에서 나온다고 한다. T자 주행을 잘하면 초보자 사고가 줄어든다?
더군다나 이 시험들은 수십 년 경력자들조차 합격률이 18%에 불과하다는 자료도 있다. 이번 개편은 초보자 주행능력 강화보다 합격률 낮추기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
이번 개편으로 장내 기능이 어려워졌다. 90%를 상회하던 장내 기능의 합격률이 10%대로 낮아졌다. ‘이래야 맞지’, ‘잘한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그런데 경찰이 발표한 운전면허학원 수강료 자료에 따르면, 운전면허제도 개선 이후 학과시험은 1만2000원 저렴해졌으나 장내 기능시험 비용은 8만1000원에서 19만 원으로, 도로주행은 24만5000원에서 28만5000원으로 오르고 검정료도 1만 원 오른 8만 원이 됐다. 합격률이 10%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응시 때마다 내는 검정료 부담은 더 늘어난다. 총액은 42만 6,000원에서 57만 3,000원으로 무려 30% 이상 올랐다.
그런데 소리소문없이 운전면허 시험은 어려워졌다. 만약 경찰이 진지하게 사고율을 줄이려 했으면 다른 곳도 손볼 게 많다. 그런데 전 국민이 누구나 취득하는 면허의 취득비용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누구를 위한 (이른바) 개혁일까? 이 개혁을 통해 이득을 보는 주체는 운전면허학원밖에 없다.
5.
면허 시스템보다 그간 단속-계도강화, 도로교통개선, 신호 시스템 개선 등이 교통사고 감소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더 신빙성 있다. 그런데도 운전면허 탓이다. 면허 탓이라는 점을 백번 인정한다 해도, 차라리 도로주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국가기관으로 통합해서 교육시스템을 엄격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일이다.
운전면허 따 본 사람은 알지만, 애초에 시험이 문젠가? 가르치는 교육이 엉망인 게 문제다.
6.
누구나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면허를 사설 기관에 맡기고 수십만 원을 부담하는 구조 자체가 부당하다. 지대(rent)다. 규제가 영속하는 이유는 지대를 뜯어먹는 소수는 사활을 걸고 지키지만, 대중은 조금씩 갈취당하고 또 그럴싸한 포장에 현혹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든 법규가 엄격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엄격함은 곧 비용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한다는 뜻이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재미를 본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운전면허시험 손질과 명백히 이득을 본 운전면허학원, 그리고 박수쳐 오다가 주머니가 털리게 생긴 대중. 헬조선에서 수없이 마주한 기시감이 든다. 수강료 인상 자료를 보니 뒷맛이 쓰다.
PS.
이 기사가 재미있는 건, 간소화 문제점의 근거로 1만 명당 교통사고 건수가 불과 1.17건 늘었다는 자료 빼곤 놀랄 정도로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풍문을 모아다 괴담을 만든 수준이다. 대개 ‘간소화 괴담’이 이렇다.
원문 : Min Namgung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