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맞춘다면서, 고객 중심으로 생각한다면서 고객과 접점에 있는 현장에서 정작 고객과는 무관한 메세지로 머물러 있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고객은 그런 거에 관심 없는데, 설령 그게 좋은 본질을 가진 상품이나 캠페인이라 해도 어떻게 펼쳐주고 판을 까느냐는 중요하기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회사 분류 기준의 상품명
기억에 남는 상품들은 이름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이든 휴대폰이든 신발이든 ‘고유명사’화 시켜서 차별화된 브랜딩을 만들고자 애씁니다. 하지만 그 핵심적인 용어 자체가 고객과 상관없는 것도 많습니다. 차라리 무슨 암호 같은 숫자라면 차라리 고객의 관심이라도 받겠지만 회사 내에서만 쓰는 용어로 만들죠. 고객이 이 제품을 대하는 특장점을 알 수 없게요. ‘4번 타는 보일러’라든지 ‘보르도TV’라든지 이런 이름들은 그것이 제품의 기술적 특장점이든 제품이 취하고 있는 지향적 포지셔닝과 유사한 것과의 연상을 통해 감성적 특징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런 제품의 역량이 아닌 회사 내에서 상품군 구분에 쓰는 만들어진 용어로 제품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 그것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고객은 알지 못합니다.
TVL02037′, ‘뉴베이직상품’ 이런 이름 등은 고객과의 접점에서 아무런 효과를 갖지 못합니다. 이런 거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거 하는 게 낫죠.
소비재에서 최초 내세우는 브랜딩
트렌드가 몇 주 만에 바뀌기도 하는 소비재 시장에서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지금의 가치가 어떤 식으로 부여되느냐가 아니면 고객 설득이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애국심 마케팅도 안 먹힙니다. 이런데도 옛날 사람 경영진은 ‘최초’라는 전통을 강조하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최초의 서점’, ‘최초의 복합형 브랜드’ 등 최초가 뭐 그리 대단한지 고객은 모르는 것을 회사 입장에서의 치적 같은 것으로 옛날같이 고객들이 “이거 최초래, 그러니까 한번 보자, 믿어보자”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 믿는 마케팅 포인트들.
사실 이런 것은 특수한 기술이 통하는 산업 외에는 B2C에서는 시간 낭비, 돈 낭비인 프로모션일 뿐입니다.
최고 실적, 몇 년 연속 만족도 1위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0년 연속 판매 1위’, ‘고객 만족도 0년 연속 1위’ 등을 필두로 내세워서 고객에게 안정감을 주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고가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적은 아이템에서는 통하겠지만, 저가의 차별적 시장이 형성되는 아이템에서는 그냥 ‘옛날 것’으로 인식되고 ‘나이 든 사람이 하는 거’ 정도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이런 것은 투자자를 모을 때 쓰면 그만입니다.
‘무슨 기념 할인’이란 어색한 명분
이제는 고객이 생산자보다 더 영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유통구조에 대한 이해는 최근 소비자들이 상당히 잘 알게 된 영역입니다. 예전처럼 어디 싸게 나온 물건을 ‘싸니까 사보자’가 아니라 ‘싼 데는 이유가 있어’, ‘왜 싸게 나왔을까’부터 알게 됩니다. 그런데도 기존에 가격을 건드리는 중간관리자들은 몇 년 전에 쓰던 방법을 애용합니다.
대표적인 게 ‘무슨 기념 할인’ 같은 것이죠. 고객들은 재고가 많으니까 세일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모션은 그 ‘무슨 기념’마저도 퇴색시킬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세일을 문화적으로 그냥 솔직하게 소통하는 게 더 좋습니다.
요즘을 혜택을 주거나 가격을 할인하는 게 상식이 된 시대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고객 뇌리 속에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가 아닌 단순히 ‘팔고 보자’식의 가격만 건드리는 세일, 혜택이라고 하지만 실은 눈에 뻔히 보이는 작은 구색들, 결국은 팔기만 하겠다는 식의 소통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일부 사례와 같이 고객은 별로 원하지 않는 내용으로 고객을 만나라고 하고 정작 중요한 것에는 무관심한 ‘아재’관리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매출의 접점, 고객이 우리는 만나는 창구에서 벌어지는 고객의 경험에 무관심 한 것이죠.
그들은 ‘경영’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내부 관리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잘난 숫자들이나 몇 개 개연성을 따지고 이상한 업무 방법이나 실무진에게 강요하고 있으면서 커피와 함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와 휴식으로 보내죠.
온라인 사업, 할 거야?
오프라인에서 신나게 출발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로케이션의 명확한 한계를 맞이할 때가 있죠. 그래서 온라인에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그래서 기존 고객에게 편의성을 주는 게 내부적으로도 외부에서 보았을 때도 필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만든 게 다죠. 만들고 난 이후 왠만한 요즘 온라인 샵에 비해 인터페이스든 구색이든 고객 정보 활용이든 모든 게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표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얼마나 사는 사람일까요? 대표는 만든 온라인 쇼핑몰을 얼마나 들어와서 얼마나 사 보았을까요? 아니면 유저들은 만나보았을까요? 그렇게 이 사업의 골든 타임은 지나가고 경쟁사들이 모바일까지 들어와서 파이를 잠식해갑니다. 대표는 왜 이익이 안 나는지 회의만 하고 의미 없는 숫자의 순환만 떠들다 말죠.
고객 불편은 즉시 해결한다
고객 불편이 접수되면 얼마 만에 해결되는지가 현재 플랫폼을 키우는 데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입니다. 대표나 중간 관리자가 매장이나 모바일 샵에서 고객을 모니터링하거나 모니터링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구조라면 이 시기가 당겨지고 고객의 편의를 오래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큰 기업일수록 보통은 고객 불편이 접수되고 해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구매, 재방문은 요원한 일이 됩니다. 고객 불편은 광의의 개념이죠.
마무리하며
이제 고객은 정보가 생산자보다 많습니다. 10년 전에 구매 대행하던 해외 온라인 몰도 이제는 대부분 직구합니다. 그때의 경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이탈하고 대안을 쉽게 찾아냅니다.
그러므로 ‘고객 경험의 설계’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객 경험의 설계는 결국 디테일까지 연결되어야 하며, 이것을 통해 편의성, 혜택이 확보되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설계가 중요합니다. 고객 접근의 편의부터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구매하고 결제하고 A/S 받고 정보를 공유하고 재방문하는 일련의 고객 행동 흐름 가운데 현재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 결여된 부분이, 고객의 불만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곳은 어디인지 뜯어고치는 작업이죠. 고객 경험의 설계를 보고서로만 하는 기업은 이 중 어느 한 부분만 부각하겠지만 결국 어느 한 체인이 끊어지면 전체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그러기에 가장 ‘보편적 고객’이 되지 않으면 고객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시장 내의 가장 보편적 고객 말이죠. 우리 것을 특별히 좋아하고 포장해서 이미 눈이 먼 사람 말고, 그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고객이 되는 것이죠. 써보지 않으면, 그런 눈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보를 들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보편적 고객도 안되는 경영진은 낙제이고 사업의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도 뽑아낼 수 없습니다. 과거의 되풀이죠.
원문 :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