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의 가장 부유한 주 중 하나인 노드라인 베스트팔렌의 소속 도시, Monheim 시 의회가 무슬림 사원 건설 부지 매입금으로 845,000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무슬림 사원은 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독일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타 종교·문화에 대한 관용을 설파해야 하며, 사원 첨탑 (미나렛)의 높이 역시 20m를 넘겨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사원은 지원금 전액을 다시 환원해야 한다.
Monheim시 의회 집권당은 PETO로 고등학생 및 대학생이 설립한 정당으로 2014년 선거에서 65% 지지율로 승리했다. Monheim 시장인 Zimmermann은 이슬람 조직 운영에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슬람 종교와 기독교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 무슬림 정서가 날로 커지는 마당에 도시가 나서서 모스크 설립을 지원한다니 여기저기서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다. 비난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시 의회의 사원 설립 지원이 독일의 핵심 가치인 신정 분리에 반한다는 것, 그리고 이슬람 종교 자체의 위험성이다.
(IS의 테러 위협과 독일 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세력 확장, 여성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 등으로 극우파들은 독일 가치와 이슬람은 양립하지 않으며, 심지어 독일의 ‘이슬람화’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원 대상 사원은 터키 정부 산하 공식 종교 단체인 DiTiB 소속으로, 터키 정부의 급격한 이슬람화와 맞물려 더욱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 대표 정당인 사민당, 기민당, 녹색당 역시 이를 근거로 시 의회의 결정에 반대했다.
독일에서의 종교와 정치, 정말 물과 기름처럼 떨어져 있는 걸까?
그렇다면 과연 이 근거들은 타당할까? 우선 시 의회의 무슬림 사원 건설 지원급 지급이 신정 분리 원칙에 어긋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다들 알다시피 종교 개혁 이후 종교와 정치는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서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아직도 기독교인에 한해 국적에 관계없이 독일에서 수입이 있으면 교회세(소득세의 8~9%)를 내도록 되어있다. 국세청 등록 시 자발적으로 기독교인인지 아닌지 밝혀야 하며, 독일인의 경우 심지어 부모님께 기독교인 여부를 따로 확인받기도 한다. 이렇게 걷힌 세금은 교회 단체에 넘어가고, 신정 분리 원칙에 따라 교회 단체는 이를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2003년 기준, 교회세 총액은 약 8,000백만 유로이다.
기독교인에 한해 부과되는 기독교 세금이므로 독일 내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공정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이 교회세 외에도 비기독교인이 낸 세금에서 나간 기독교 국가 지원금이 엄청나다. 2013년 기준으로 485백만 유로에 달하며, 해마다 지원금 역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타 종교의 경우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나 시설 건립에만 국가 지원금이 나오며, 기독교 지원금에 비하면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교회세의 경우에도 국가가 대신 나서서 교회세를 걷어준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타 종교들은 스스로 기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교인들의 자발적 기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종교 단체의 행정 및 조직력은 국가에 비할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 지원금 폐지 및 교회세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교회의 근본주의화를 막기 위해 종교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을 두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종교 단체들이 자생해야 하기 때문에 교인 수에 의존하다 보니 근본화 경향이 더 짙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당연히 이슬람교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소수이긴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숫자 및 영향력 역시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슬람 근본주의 방지가 더 시급해 보인다. (2016년 기준 독일 내 이슬람 근본주의자 숫자는 약 8000명으로 전체 독일 내 무슬림 4-4.5백만 명의 0.1%에 불과하다.)
여타의 비 기독교 종교와 같이 이슬람교의 재정이 기부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기부금의 출처 및 운영 방식이 투명하지 않으며, 무슬림 성직자의 출신 배경 혹은 설파 내용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독일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이슬람 성직자들은 독일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한다. 최근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슬림 사원 및 성직자 파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이슈로 떠오르며, 독일도 오스트리아처럼 무슬림 사원 건립 시 외국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의 종교 지원금, 종교의 근본주의 경향 막아
실제로 기부금 출처 및 운영 방식의 불투명으로 인해 무슬림 사원의 외국 재정 지원금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허나 안정적 재정 지원이 없기에 무슬림 사원들은 외국의 재정, 조직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례로, 독일의 1/4에 해당하는 무슬림 사원들이 DiTiB (터키 이슬람 종교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터키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DiTiB은 터키 정부 산하 공식 단체로, 터키 정부에서 공인한 성직자들을 독일에 보내며 독일 학교의 이슬람 종교 교육에도 활발한 참여를 하고 있다. Erdogan의 집권으로 인한 터키 정부의 급격한 이슬람화 이전까지만 해도 터키는 공식적으로 세속 국가였기 때문에, 오히려 독일 내 무슬림들의 사회 적응을 위해 독일의 기득권들은 DiTiB의 독일 내 활동을 장려하기까지 하였다.
허나 Erdogan 집권 이후 DiTiB은 순수한 종교 기관이 아닌 독일 주재 터키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Erdogan의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설상가상으로 DiTiB에서 발행된 만화 한 컷으로 DiTiB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청소년을 위해 제작된 이 만화에서는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알라를 위한 순교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설명해주고 있다. 이 만화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DiTiB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DiTiB은 남편에 의한 부인에 대한 폭력 및 여성 혼자 여행 금지를 이슬람 교리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묘사하기도 하였다.
신정 분리 원칙에 따라 자국 정부든, 타국 정부든 정부가 종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마땅히 비판되어야 한다. DiTiB처럼 근본주의 혹은 정치화 경향이 나타날 경우는 더더욱 경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무슬림 사원의 외국 정부 지원을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슬람의 근본주의가 문제라면, 진정한 해결책은 재정·행정적 차원에서 이슬람을 기독교와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다. 국가의 지원이 없는 한 종교의 외국 정부 의존 및 근본주의화 경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교 역시 기독교와 동등한 지원 필요… ‘너’가 아닌 ‘우리’로 포섭해야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역시 종교세를 부과하지만 종교세 부과 대상은 기독교만이 아닌 무슬림, 힌두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포섭한다. 즉, 국가가 나서서 종교별로 종교세를 거둬주고, 이를 다시 종교 단체에 분배하고 있다.
독일 역시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으며, 종교세 이외의 국가 지원금 역시 기독교뿐만 아니라 교인 비율에 비례해서 다른 종교에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신정 분리 원칙에 따라 자금 운용 및 성직자 교육 등 최대한 종교적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지원금 제공 조건으로 독일 헌법, 양성 평등, 관용 등 핵심 가치가 지켜지는지 관리·감독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교육받은 성직자들이 독일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재해석한 코란으로 설교한다면 독일에서 이슬람 근본주의가 설 자리는 절대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Monheim 시 의회의 이슬람 사원 건립 지원을 환영하는 바이다. 물론 지원 대상이 DiTiB이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지만 지속적 관리, 감독을 통해 무슬림의 독일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DiTiB 사원 지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며, 이러한 움직임은 오히려 극우 포퓰리즘 세력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AfD는 공식적으로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해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분명 몇몇 국가, 지역에서 이슬람은 근본주의적, 전근대적이며 여성 억압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1/3이 이슬람 교도이며, 이슬람 종교 내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슬람 하면 떠올리는 테러·부르카·여성 억압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 대다수의 이슬람교도들은 평화롭다. 한국과 동등한 수준의 양성평등이 실현된 국가들도 많다. 무슬림 내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모든 무슬림을 사회의 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주의이자 소수에 대한 폭력이다.
만약 예외에 불과한 이슬람 근본주의가 무섭다면, 무조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 이슬람 종교를 타자가 아닌 우리로 껴안아야만 한다. 즉 이슬람은 독일에 속해야만 한다.
원문 : MultiKul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