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VR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프라인 보급처를 늘리자
국내 VR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프라인 보급처를 늘리자는 의견이 많다. 특히 그 중심에는 아케이드 게임장, 소위 말하는 오락실이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는데,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맥락에는 동의한다.
VR을 경험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는 것은 분명히 VR 산업을 위해 중요한 일이지만, VR체험방 혹은 게임방이 아케이드 게임장이나 PC방의 후속이 되어야 하는가? 는 좀 의문이 든다.
2. PC방과 아케이드 게임장이 답일까?
먼저 아직은 VR은 PC게임만큼 장시간 게임을 할 수 없다. 눈의 피로도도 문제이고, 네트워크 게임이 아닌 싱글 게임은 콘텐츠 공급문제로 장기간 게임이 어렵고, 무엇보다도 활동성이 필요한 게임을 장기간 하는 건 몸이 힘들다. 따라서 장기사용자에게 라면팔아 수익 뽑는 PC방 모델은 VR에 적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케이드 게임장은 어떨까? 우선 게임산업을 말아 드신 ‘바다이야기’의 성인오락실과 극장에 남아있는 아케이드장 정도가 있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느낌인데 하나는 음지를 향해 갔고, 하나는 양지를 향해 발버둥치고 있는 꼴이다.
이 두 개를 분리해야 한다는 게 일단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극장에 남아있는 아케이드장에 VR을 적용하자는 것에는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VR 산업을 일으키기에는 해당 공간은 너무 제한적이란 생각이어서 충분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인형 뽑기 방에서 배우는 VR체험방의 힌트
그러다 최근 눈에 띄는 가게 들이 생겼다. 얼마 전부터 산본의 중심상가에 나가게 되면 인형 뽑기방이 크게 늘었다. 역시 게임시설로 등록이 되어서 인지 오후 10시 이후에는 청소년 출입시설 불가로 되어있다.
이 인형 뽑기방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규격화와 오프라인으로 주어지는 무엇, 그리고 사용자타겟이다.
1) 규격화
먼저 규격화는 체인망의 보급을 용이하게 한다. 적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인형 뽑기 기계는 설치와 유지보수 면에서 용이하다.
오늘날 VR방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걸치적거리는 헤드셋이나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컨트롤러이다. 실제 오프라인 체인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튼튼하고 분실에 무리가 없으며 위생적이고 손쉽게 쓰고 벗었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성능은 둘째 문제다. 아직 하드웨어에 시장이 남아있다면 한국이 노릴 수 있는 건 이런 부분 아닐까 한다.
2)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스페셜 리워드
두 번째로, 오프라인으로 주어지는 무엇을 준다. 예를 들어 인형 뽑기 방은 인형을 선물로 준다. 이게 잘못되면 환전 문제로 번지거나 경품장으로 바뀌어 사행성이 강화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체험장에서 오프라인으로 무엇인가를 얻는 경험은 취득감을 얻게 한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모바일게임의 카드를 모으는 것은 이러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VR방에 이러한 요소를 도입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IP 등을 이용한 게임을 활용하여 IP용 아이템을 주는 형태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VR방에서만 얻을 수 있는 코인을 통해 코인박스로 캐릭터 경품을 얻을 수 있게 한다든지. 우리 아들딸은 여기에 환장한다. 실은 나도 예전엔 2,000원짜리 캐릭터 모으는 게 낙이었고… (결혼하고 그만뒀고, 마누라가 다 버림) 대표적으로 카카오게임이 해볼 만한 사업이 아닐까 한다.
3) 데이트 코스로 만들자
세 번째, 사용자 타겟은 연인이다. 1층에 위치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점이다. 얻은 아이템의 용도를 선물 용도로 전환할 수 있으니까.
현재 VR용 콘텐츠 중 연인들이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발매된 콘텐츠는 없다. 하지만 이런 컨셉으로 콘텐츠에 접근한다면, 연인 간의 호감도를 높이면서 재미가 있을 만한 것을 구비해야 할 것이다. 왜 굳이 데이트에서 공포영화를 보러 가는지 떠올려 보자.
그렇게 해서 연인 간의 필수 데이트코스로 VR체험방이 자리 잡는다면 사실상 게임 끝이다. 모든 오프라인 콘텐츠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존속하기 어렵다.
혹시 오프라인 체인점을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작성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