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버스로 여행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책을 봐도 믿기지가 않아서 저자를 직접 만나봤다. 저자는 회사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으므로, IT인이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는 형식으로 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엮지 않고 그냥 여행 이야기로만 채워도 할 얘기가 많았다. 책을 쓰기 위해 제주도의 여러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일을 한 경험과 여행하며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만 해도 충분히 많았으니까. 제주도와 여행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꽤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제주도 여행, 버스로도 할 수 있다!
-일단 축하한다. 어느 틈에 이런 책을 냈나.
“여행은 백수일 때 했는데, 책은 회사 다니면서 썼다. 정말 힘들었다, 최근엔 잠이 부족해서 얼굴에 뭐가 잔뜩 났다. 그런데 이 책에 쓰인 내용은 모두, 100% 내가 직접 다 다녀보고 경험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 길을 걸으면 몇 분이나 걸리나 하는, 단순히 지도만 봐서는 가늠할 수 없는 디테일도 아주 꼼꼼하게 적었다. 내 성격이 또 한 꼼꼼하지 않나. 그래서 이 책으로 말씀드리자면…” (예스24 / 알라딘 / 교보북스)
– 처음부터 그렇게 노골적으로 광고하면 거부감이 든다. 자제해 달라.
“아아, 내 책이 내 아이처럼 이뻐 보이고,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다 같이 예뻐해줬으면 좋겠다는 그 엄마 같은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말인가! 흑흑…”
– 이해는 하는데,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우선, 책을 낸 계기가 뭔가?
“스물아홉 때 결심을 했다. 여자 나이 스물아홉,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이해할 거다. 그땐 정말 천만 가지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이 흐르더라. 이십 대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뭐든 하나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시작됐다. 안 돼도 제주도를 여행한 것은 남으니까 괜찮겠다 싶었다.”
– 아마 그런 이유로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특이하게 버스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된 이유는?
“여태까지 혼자 제주도를 가 본 적이 없다. 제주도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마 나와 같은 입장일 거다. 딱히 마땅한 이동 수단을 생각하지 못해서 주로 렌트카를 타고 다니는데, 나 같은 사람은 면허증이 있긴 있지만 장농면허다. 운전하기가 겁나서, 운전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가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잘 맞는 친구를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쩌다 백수가 돼서 시간이 나도, 혼자 가기는 겁나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 운전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갈 생각은 하지 않았나?
“운전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갔다 해도, 그 친구들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주위에 베스트 드라이버가 별로 없다. 단지 운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 렌트카를 모는데, 제주도는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가로등이 잘 없다. 제주 차들이 신호 무시하고 좀 난폭하게 운전하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거기다 여행 나왔다며 조금은 괜찮다고 음주운전까지 해버리면 정말 대책 없다.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 1위다. 내 생각엔 운전 잘 못하는 사람들이 렌트카를 몰아서 그렇게 된 면도 있다고 본다.”
– 스쿠터나 자전거도 있다.
“어쨌든 그때는 백수였고, 혼자 여행을 갈 예정이라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그런데 렌트카를 제외하니 선택할 것이 별로 없더라. 스쿠터를 타자니 너무 위험했다. 실제로 여행하면서 스쿠터 타다가 넘어져서 얼굴을 도로에 갈아버린 여자를 본 적 있다. 자전거는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에겐 아주 힘들다. 의외로 여자들 중에는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이 많고, 자전거 타기를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나도 자전거를 잘 못 탄다. 요즘은 전기 자전거가 있긴 하던데, 예전에 한 번 타봤더니 길 한가운데서 전기가 없어서 딱 멈추더라. 정말 대책 없는 상황이 되는 거다.”
– 그러면 결국 도보로…
“그럼 이제 완전히 걸어서 다니는 올레꾼이 되는 것밖에 안 남았는데, 이건 사실 남자들이 하기에도 힘들다. 하루에 4~8시간을 걷는다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여름에는 정말, 햇볕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나처럼 나름 연약한 여자는 무리다. 난 절대 못 한다.”
– 뭐, 이렇게 못 하는 게 많나(…)
“그래서 이것저것 다 빼니까 버스밖에 안 남더라. 나도 사실 예전엔 제주에서 버스를 별로 타본 적도 없고, 과연 버스로 제주도 여행이 가능할까 의심도 들었다. 그런데 해보니까 의외로 버스 체계와 노선이 잘 돼 있더라. 목적지까지 버스 타고 가서, 거기서부터 올레길이나 관광지를 걸으면서 보다가, 큰길 나오면 또 버스 타고 다음 여행지나 숙소로 돌아가면 된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렇게 여행했던 기록들이 바로 이 책이다.” (예스24 / 알라딘 / 교보북스)
버스 타고 제주여행이 좋은 이유
– 아, 책 얘기는 좀 그만하고, 제주 여행 얘기를 하란 말이다. 근데 아무리 버스로 여행할 수 있다 해도 렌트카보다는 힘든 게 사실이지 않나.
“물론 렌트카보다 힘든 건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이, 렌트카 몰고 다닐 상황이 안 되는 사람을 위한 대체 방안이 바로 버스라는 거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렌트카로 가는 것과 버스로 여행하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버스로는 느리게 여행하는 게 가능하고, 현지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도 가능하고, 적당히 걷는 것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버스 여행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결국, 여행 형태는 각자가 알아서 정하는 건데, 그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버스 여행도 충분히 즐거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가 그렇다는 거고.”
– 버스면 좀 불편하지 않을까 싶다.
“버스에 따라서 관광지 앞에 바로 딱 서는 것도 있는 반면, 좀 걸어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곳도 있긴 있다. 예를 들어 쇠소깍 같은 경우는, 버스를 타고 가면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그런데 걸어가는 길이 어차피 올레길이라, 느리게 걷는 재미 그 자체를 즐긴다면 그 과정 또한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다. 아마 제주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내 취향과 맞는 사람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 정말 버스가 시간 맞춰서 잘 오는 게 맞나? 시골 쪽은 버스가 시간표대로 잘 운행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나. 실제로 그런 곳들도 있고.
“나도 처음엔 그게 걱정됐다. 그런데 직접 여행하며 버스를 계속 타 보니, 생각보다 시간표가 잘 맞아서 놀랐다. 물론 시간표를 모르고 가서 기다리면, 버스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버스 시간표를 미리 알아 놓고, 그 시간에 맞춰서 움직이면 큰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버스를 하도 많이 타서 자연스레 알게 된 버스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통해 알게 됐는데, 옛날엔 버스 기사들이 중간에 귤도 따 먹고 낚시도 하고 그랬다 한다. 사람들도 버스는 어차피 그런 거지 하며, 안 와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 세계인이 지켜보는 G20 의장국이 된 지금도 그러한가?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버스 유류비를 도에서 일부 지원하고 있어서, 버스 안 온다고 민원이 들어가면 회사 차원에서 피곤해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람이 타든 안 타든 시간은 일단 맞춰서 다닌다. 물론 버스의 특성 상, 시간표 시간을 그대로 완전히 다 맞출 수는 없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하거나, 늦게 도착하는 편차는 있다.
그래서 제주에서 버스를 탈 경우엔, 시간표 시간보다 10분 일찍 가서 기다리는 게 좋다. 요즘 버스 시간표를 얼마나 잘 맞추는지, 버스로 택배를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제주시에서 표선 등으로 버스를 이용해서 물건을 보내는 사람들을 봤다. 시간표에 맞게 다니니까, 버스 도착 시간에 정류소에 나가서 기다리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거다.
– 버스로 택배를 보내다니, 놀라우면서도 의외다. 사실 옛날에 제주에서 버스 몇 번 탔다가 하염없이 기다리다 지친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변했다니 더 놀랍다. 그런데 버스를 이용해서 여행하면 아무래도 많이 걸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올레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올레꾼은, 올레길을 모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제주도를 온전히 즐긴다는 입장에서는 그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도시에서 하루 한 시간 걸을까 말까 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오래 걷는다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온다. 여행하려고 간 거지, 고생하려고 가는 건 아니지 않나. 일부러 억지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체력만큼 적당히 걷는 게 좋다고 본다.”
– 오오… 한국의 산티아고, 올레를 까다니…
“게다가 여자 입장에선 무서운 곳들이 있기도 하다. 곶자왈이나 비자림 안쪽이 난 무섭더라. 숲길이 이어져서 아름답긴 한데, 아무도 없는 데서 남자라도 하나 불쑥 나오면 완전 무서워진다. 물론 그 남자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좀 흉흉하지 않나. 게다가 타지에서 혼자 여행 간 여자 입장에선 조심할 것도 많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런 게 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게 되는데, 올레길 14코스 일부 몇 킬로미터 구간은 핸드폰이 안 터지는 구간이 있다. 이런 게 여성 여행자 입장에선 무서운 거다.
그래서 적당히 버스라는 교통수단과 걷기라는 여행 수단을 조합하자는 생각을 했다. 올레길을 굳이 다 걸을 필요 없이, 일부 구간만 맛봐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버스로 갈 수 없는 곳은 다 뺐다. 물론 대부분은 버스로 갈 수 있었지만, 이름이 좀 알려졌어도 버스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들 몇몇은 그냥 빼버렸다. 버스 정류소에서 한 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곳은 아예 넣지 않았다.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안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먹고 살며 여행하는 법
– 짝짝짝, 부라보~ 참 잘했어요. 이제 게스텝 얘기를 좀 해보자. 한 달 남짓 게스텝을 했다던데, 일단 게스텝이 뭔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일 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알바라고 생각하는 게 개념 잡긴 좋겠다. 그런데 주로 돈 벌기 위한 목적보다는, 장기 여행자들이 적당히 일도 하면서 여행도 할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게스트하우스마다 정책이 다른데, 주로 하루 일 하고, 하루 쉬는 경우가 많고, 숙식은 당연히 제공해 준다. 요즘은 게스텝 하면서 장기체류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상황이다.”
– 오오, 그거 괜찮다. 나도 가면 할 수 있는 건가?!
“나이 많으면 안 쓰는 경향이 있다.”
– 젝일, 코리아! 인권위에 고발할까 보다!
“그냥 돈 벌면서 게스트하우스에 숙박비 내고 장기로 묵으시라. 제주에 장기체류하는 애들 중에는, 귤 농장, 키워 농장 같은 데 다니면서 적당히 돈 벌면서 있는 애들도 있다. 그중에는 고사리 캐서, 말려서 파는 애도 있었다. 귤 농장은 여자의 경우는 일당 6만 원, 겨울에 월동 무 작업은 하루 일당 10만 원 주더라.”
– 어찌 그리 잘 아냐?
“묻지 마라. 나름 사연 가진 여자다. 이건 넘어가자.”
– 근데 제주도가 장기 체류씩이나 할 만큼 볼 게 많은가?
“제주에 두 달 넘게 있다가 와서,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흔히 한라산에서 공 차면 바다에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릴 하는데, 사람 나름이지 않나 싶다. 내 입장에선 두 달 넘게 있었는데도 못 간 데가 많다.
일단 올레길만 26개다. 하루 한 개씩 열심히 다닌다 하면, 그것만 해도 한 달이다. 거기다가 게스트하우스도 많고, 카페도 많고, 오름이나 관광지들도 여기저기 많다. 그리고 오래 있을수록 소소한 매력들이 있다. 산책하기, 멍 때리기, 맛집 다니기, 카페 가보기 등, 가볼 곳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 여행 갔다 온 애들이 제주에서 장기를 많이 하더라.”
– 옛날엔 제주가 신혼여행지였다가, 그다음엔 관광지였다가, 이젠 정말 여행지가 돼 가고 있는 듯하다. 뭔가 여행 분위기가 좀 바뀐 건가?
“요즘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잘 알 테고, 그래서 그런지 택시를 대절해서 관광하는 사람들도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들도 초반에는 대부분 픽업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젠 그런 곳들이 차츰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도 외국에 비하면 아침 식사라든지, 라면이라든지 뭔가 이것저것 제공해 주는 것들이 많은데, 한국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차츰 바뀌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내 생각엔 제주도 여행문화는 지금이 과도기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제주 이민 붐이 불면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면서, 그런 현상이 가속화된 것 같기도 하다.”
– 제주 이민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게스텝을 하면서 제주 이민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
“여러 가지 이유로 무작정 내려가서 게스트하우스 차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래서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차고 넘친다. 몇몇 잘 되는 곳 말고는, 겨울에는 문 닫고 밭일을 하거나 귤 판매 등을 한다. 손님도 없지만, 난방비도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람에 따라 맞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집값 싸다는 소리만 듣고 무작정 내려가는 건 정말 아니다. 도시 생활이 피곤해서 뭔가 환상을 가질 수도 있는데, 제주가 그리 풍요로운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작정 내려가서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는 건 난 반대다. 영업 능력 없고, 특색도 없고, 유명인도 아니면, 망하는 삼 박자가 딱 갖춰진 거다.”
– 사람들이 정말 그걸 몰라서 무작정 내려가는 걸까? 아니면 아는 데도 뭔가 환상에 씌어서 내려가는 걸까?
“조금 무섭게 말을 했지만, 순수한 목적으로 내려간 사람들 중에는 제주 이민을 후회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권리금 받고 빠진다거나 하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 돈은 포기하고 마음의 여유를 위해서 간 사람들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도시에선 아무리 마음의 안정을 추구해봤자 그게 안 되니까. 그건 아무래도 뭔가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그렇다.
어떻게 말 하든 한동안은 제주 이민이 끊이진 않을 거다. 제주도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와 함께, 그래도 한국이니까 뭔가 될 것 같고, 외국보단 쉽겠지 하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우선 순위에 둔다면 제주 이민도 할 만하다고 본다.”
한국 게스트하우스의 특징과 선별법
– 요즘 제주 게스트하우스들 분위기는 어떤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미토리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고, 지금도 꽤 많은 편인데. 한국 사람들이 제주의 게스트하우스 분위기에는 잘 적응하는 편인가?
“요즘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들이 다들 그런 도미토리 형식이라 그런지, 여행자들이 별 거부감 없이 잘 적응하더라.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이니까 외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특징이 있다. 우선 혼숙이 별로 없다는 게 아마 가장 큰 특징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 방에 묵는 여행자들끼리 교감을 하고 대화를 할 기회가 많다는 것도 그렇다. 제주도 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여자 혼자 나온 여행자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 방에 모여 앉아, 새벽 세 시까지 도란도란 얘기하며, 마음 속의 고민도 털어놓고 하는 게 한국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물론 숙소에 따라서는 외국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하니, 취향에 따라 골라갈 수 있다.”
– 최근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들 중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곳들도 있다고 하던데?
“여행이 다 그렇겠지만, 제주도도 부푼 마음으로 들뜬 상태인 여행자들이 많다. 그중에는 불순한 사람들도 꽤 있다. “거기 오늘 여자 몇 명 있냐?”는 전화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 여자 사냥하려고 찝쩍대고 들이대는 사람들인 거다.”
– 오오… 역시 윤창중이 대변인이었던 대한민국…
“이건 사실 게스트하우스 분위기가 어떠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 사람들을 아예 안 받거나, 그런 분위기 자체를 안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안 일어난다. 밤늦게까지 파티 분위기면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꼬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걸 바라고 가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만약 그런 게 싫다면, 그런 곳을 안 가는 수밖에 없다.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는 인터넷 검색해보면 다 나온다. 그곳 규칙과 사진 등을 살펴보고, 바베큐 파티를 하는지 안 하는지, 취침 시간은 어떤지 등을 보면 대충 분위기가 나온다. 자세한 건 내 책에 써놨다. ^^v” (예스24 / 알라딘 / 교보북스)
– 이제 마무리를 하자. 책 광고 마음껏 해도 좋다.
“내가 알고 보면 많이 수줍은 여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