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상 사태다. 나라를 걱정하며 국론 통일을 외치던 대통령께서는 몸소 탄핵을 당하며 그 뜻을 이루었다. 1년 전 수백 권의 책을 염가에 제공해 논란이 되었던 리디북스는 이 시국을 틈타 불온서적을 거의 무료로 배포하며 다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당 서적은 사마천이 쓴 <사기>로, 역사 속 폭군들의 유형과 그들의 최후를 아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보자.
1. 천하가 손해를 보는데 오직 한 사람만 이롭게 하는 유형
주나라 유왕은 애첩 포사에 빠져, 그녀를 왕후로 삼는다. 하지만 아름다운 그녀는 도무지 웃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왕이 봉화를 올렸다. 적이 쳐들어온 줄 안 전국 각지의 제후들이 군사를 몰고 수도로 달려온다. 그런데 먼 길을 달려온 그들이 보게 된 건 적군이 아니었다. 바로 크게 웃는 포사의 모습이었다. 유왕은 너무 기뻤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상습적으로 거짓 봉화를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라는 멸망했다.
“결국 천하가 손해를 보게 하면서 한 사람만 이롭게 할 수는 없다.”
먼 옛날 요 임금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순에게 제위를 물려주면서 남긴 말이다. 요에게 왕위를 물려받은 순 임금 역시, 자식이 아닌 우에게 제위를 물려준다. 두 임금의 이름을 딴 ‘요순 시대’가 수천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태평성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은, 이처럼 단 한 사람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가장 적합한 사람을 지도자로 세우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2. 백성의 입을 막고 다투는 유형
주나라 여왕은 간신인 영이공을 가까이한다. 영이공은 여왕의 신임을 등에 업고, 백성들의 과실을 약탈한다. 이렇게 왕이 나서서 재물을 삥(?) 뜯자, 온 나라에 왕을 비방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백성들과 신하들이 자신을 비방한다는 소식을 들은 여왕은 화를 냈다. 비방하는 자들을 감시하더니, 나아가 옥에 가두었고, 끝내는 살해했다. 백성들은 감히 세상사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게 됐다.
비방이 멈추자 여왕은 더욱 기고만장해져 자랑스레 말했다. “내가 비방하는 것을 금지시키자 감히 말하지 않게 되었노라.” 이에 그의 신하 소공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심각합니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다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 또한 같은 이치입니다. 물을 다스리는 자는 둑을 터서 물길을 이끌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마땅히 그들을 말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과연 백성의 입을 며칠이나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여왕은 그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백성들은 입을 다물었고, 조정은 부패했으며, 제후들은 왕을 만나러 오지 않았다.
사마천은 형벌과 위압으로 백성들을 바로잡으려는 정치를 비판했지만, 그것을 가장 못난 정치로 꼽지는 않았다. 그가 말한 가장 못난 정치는 바로 부를 놓고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였다. 어찌됐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백성들은 힘을 합쳐 여왕을 몰아낸다. 여왕은 먼 땅으로 달아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다.
3. 환관의 말만 믿어 왕과 신하의 소통이 단절된 유형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 진시황의 유언을 위조하고, 어리고 무능한 호해를 황제로 세운다. 조고는 모반을 일으키려 한다며 여러 신하와 왕자들을 음해했는데, 황제는 이 말만 믿고 그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또한 황제가 신하들과 직접 만나면 약점을 보이게 된다 가로막으니, 황제는 궁궐에 틀여 박혀 오직 조고를 통해서만 정사를 보게 되었다.
조고는 결국 호해 황제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고, 자영을 새 황제로 옹립한다. 눈치가 빨랐던 자영은 재위에 오르자마자 조고를 제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 제후의 군대가 쳐들어와 살해당하고 만다. 이 모든 게 진시황이 죽은 뒤 3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4. 약속을 어기며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는 유형
한때 항우는 유방보다 훨씬 더 큰 세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항우는 스스로 한 약속을 어김으로써 천하의 신뢰를 상실한다. 정벌에 나서기 전 가장 먼저 진나라의 수도에 입성한 자를 왕으로 삼겠다는 약조에 동의했으나, 결국 가장 먼저 도착한 유방을 내쫓은 것이다. 이에 백성과 제후들의 인심을 잃고 점차 고립되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전투에서 단 한 번의 참패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항우를 물리친 유방은 사실 보잘것없는 평민 출신의 건달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마침내 황제에 이르게 된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능력 있고 어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썼기 때문이다. 유방은 자신의 승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계책을 짜내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내가 장량만 못하다.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위로하며 군량을 분비해 그 운송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만 못하다. 백만 대군을 통솔해 싸우면 이기고 성을 공격하면 빼앗는 것은 내가 한신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빼어난 인재이지만 내가 그들을 임용할 수 있었으니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항우는 그나마 있던 범증 한 사람도 중용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그가 나에게 사로잡힌 까닭이다.”
불온서적 무료배포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리디북스를 규탄한다
사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위의 네 유형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삶을 어렵고 팍팍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혼란한 시기를 틈타 ‘못난 지도자’에 관한 불온서적을 퍼뜨리는 것은 은연중에 대통령을 흠집내어 국가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대국민 독서지원 프로젝트’라는 미명 아래 책값만큼의 적립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자유로운 경쟁질서 아래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야 할 기업의 본분을 잊은 리디북스를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