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식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다. 이웃 점포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모바일 세계에서도 경쟁해야 한다. 실로 무한 경쟁이라는 말이 실감이 된다. 규제를 통해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런 억척스러운 경쟁 속에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며 꿋꿋하게 살아남은 젊은 외식기업인 3인의 창업기를 들을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코엑스 푸드위크에서 셰프뉴스와 코엑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외식산업에서 외식 창업까지’. 박찬일 셰프의 발표로 시작한 첫 번째 세션은 외식산업의 역사와 현재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이후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창업가 3인의 생생한 창업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상현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경리단 길 뒷골목에 ‘안씨막걸리’라는 술집을 열었다. 고객에게 한국 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새로운 형태의 술집을 시장에 제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은 1호점 근처에 2호점인 ‘한국술집21세기 서울’도 운영 중이다. 시장 평균가를 훨씬 웃도는 주방장의 연봉과 일주일에 이틀만 운영한다는 파격적인 경영 철학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반면, 안씨막걸리보다 3년 일찍 서래마을에 세련된 한식 주점 ‘수불’을 열어 주목받은 젊은 외식 기업인이 있다. 김태영 대표는 현재 수불 본점 외에도 서울 광화문과 삼성 파르나스몰, 판교 현대백화점까지 직영점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수불로 시작한 한식 주점의 고급스러운 변신에 고객은 지갑을 열었고 곧 세련된 한식 주점 열풍이 시장에 불기 시작했다.
최채환 대표는 미국 3대 스테이크 브랜드인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를 국내로 들여와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창업기는 본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표 이메일에 내용을 보내면서 시작된다. 브랜드를 한국에 들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백 번이라도 될 때까지 해보겠다고 작심했기 때문이다. 무모해 보일 정도로 저돌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주변에 공개했을 때 한 명도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하면서, 창업가로서의 뚝심과 자기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는 약 15분간의 개별 발표와 더 구체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패널 토의 시간으로 구성됐다. 오늘은 패널 토의의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젊은 외식 기업가 3인이 말하는 외식 창업의 핵심
사회자 세 분 다 외식 창업 전에 전혀 다른 일을 했었습니다. 창업 전에 많이들 하는 오해는 무엇이고, 실상은 어떤지 말씀해주시죠.
안상현(이하 안) 오늘 이 자리에 찾아오실 정도라면, 백반집을 차릴 분들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들 뜻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자기가 들어가려는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관찰하고 싶어 할 것 같아요.
예비 창업자들은 요즘 유행하는 음식이나 스타일의 식당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낮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자기의 뜻을 구현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따라가기보다는 자기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창업이 더 확률이 높은 경우도 있거든요.
김태영(이하 김) 내가 하는 식당은 무조건 잘될 것이라는 생각.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계산을 해보고 난 뒤에 내려야 하는 판단입니다. 내가 선택한 아이템이 성공할만한 아이템인가? 계산을 여러모로 해야 합니다. 사전에 최대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손익계산서를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해서 작성해보길 추천합니다. 그렇게 나온 수치를 기반으로 경험 있는 창업자에게 검증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죠.
내 예상이 맞을까? 더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다 따져본 것 같아도 실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준비하는 과정이 다양해야 방책도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최채환(이하 최) 글쎄요. 대부분 예비창업자는 10억의 큰 자본금도 없고, 손익계산서를 적는 법도 모릅니다. 검증할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러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외식 창업이 수학 공식처럼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현실은 절대 예상한 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확실한 점은 성공과 실패가 50 대 50이라는 점입니다. 성공이나 실패냐를 가르는 건 어찌 보면 내 음식점이 성공할 수 있다는 본인의 확신이겠죠.
저는 수치보다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때에 따라 다르게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 단계를 거쳐서 주변의 의견을 듣습니다. 첫 기획단계에서는 나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납니다. 처음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들으면 이것저것 재다가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되거든요. 그런 다음 기획 단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효율적입니다. 그래야 빈틈이 보입니다.
이후 실행단계에서 다시 긍정적인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기획을 완벽하게 했더라도 실현하는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게 됩니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과 일을 해야 합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을 잘 배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식당에서는 직원 교육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각자 직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주시죠.
안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두 시간씩 전체 직원회의를 해요.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 중요한데요. 한 명이라도 빠진 상태에서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전체 회의를 통해서 제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모두 알게 됩니다. 그래야 나중에 어떤 급한 일이 생겨도 직원이 ‘아! 대표라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죠. 그래야 ‘선조치 후보고’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보통 식당의 문제는 직원이 사장이 생각하는 방식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전체회의를 통해 손님을 대하는 방식, 거래처를 대하는 방식에 통일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전체 회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직원의 일정을 맞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1년에 한 번씩 워크숍을 가는데요. 거기서 운영진들의 의사를 전달합니다. 중요한 점은 각 직원에게 스스로 단기 목표를 설정하게 합니다.
보통 식당 일이라는 게 쳇바퀴 돌 듯 반복적입니다. 목표랄 게 딱히 필요가 없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두면 우리 직원들은 무능해집니다. 자기 능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도 없고, 그 한계를 뛰어넘었을 경우를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기 목표를 이뤄냈을 때 확실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해주면 어떤 능력이건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근데 이런 방식은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맞는 방향이거든요. 나중에 이 사람들이 성장해서 자기 사업으로 성공하고, 그러면 나는 성공한 사람을 소중한 인맥으로 엮어갈 수 있고. 이런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되는 거죠.
김 식당을 하면서 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직원 교육입니다. 창업 초기 시절 직원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을 많이 다녔습니다. 생산지도 다니고, 유명 강연자의 특강도 보내면서요. 직원 전체가 한꺼번에 듣기 힘들 때는 번갈아 교육장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외부에 있는 교육장에 보내다 보니 원하는 수준까지 교육을 받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내부 특강 세미나도 열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았지요. ‘왜 내 휴식시간을 빼서 교육을 받아야 하냐’고 불평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해합니다. 육체노동을 하는 곳이니 휴식시간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굉장히 좋아하면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1/3 정도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직원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파인 다이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었던 이유도 직원 교육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파인 다이닝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과 배움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직업의식도 철저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수불의 직원들도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파인 다이닝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브랜드를 확장하려고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직원 교육에 있었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회자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해 각자 의견이 다를 것 같습니다.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길 원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빠르게 따라가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수불이 처음 생기던 2010년에는 주변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당시 퓨전 한식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막 늘어나던 시점이었는데요. ‘트렌디했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내가 계속해서 트렌드를 이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하려는 일에 그냥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식당 운영에 필요한 건 맛과 기본적인 서비스의 수준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거든요. 기본에 충실하자는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습니다.
안 트렌드를 선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까 가장 앞선 스타일을 선보이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오픈한 ’21세기 서울’은 주 2회만 영업해요. 직원 연봉도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고.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우리가 극단적인 위치에 있고,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대건 아티스트의 영역은 살아남았거든요. 시장 흐름과 상관없고, 비용 관리도 포기하자는 생각입니다. 직원들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있고요.
최 우리는 클래식을 고집합니다. 어떤 음식 스타일이 유행하던지 사람들은 원초적인 맛을 원했어요. 클래식을 잘 지키면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청담동에 있고 겉으로 보기에 큰 건물이라 제 의지와 상관없이 오해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내부에 들어오면 인테리어나 소품 등에서 클래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맛도 변하지 않았죠. 거기다가 가격 책정도 업계에 기준이 될만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신 유행에 신경 쓰기보다는 얼마나 클래식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회자 우연히도 세 분의 식당이 있는 상권이 겹치지 않네요. 각자 상권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최: 대구 촌놈이 청담동을 떠올렸을 때는 화려한 곳. 전국에서 세련된 소비자가 가장 많은 곳 등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년 전에 청담동에 왔을 때 든 생각은 정반대였습니다. 완전히 죽은 상권이었습니다. 상상과는 달랐죠. 시장 조사차 매일 9시간씩 길거리에 서서 유동인구를 파악했을 때 해가 떨어지면 아무도 없는 거리를 자주 봤어요. 청담동이라고 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는 걸 안 거죠.
그래도 울프강을 열 때는 그 청담동이라는 이미지와 타이틀이 필요했습니다. 브랜드와 어울리는 상권이라고 판단한 거죠. 당시 우리가 들어갈 건물은 텅텅 비어서 아무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에 유명 부티크도 생기고 다시 활력을 찾았습니다.
중요한 건 상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상권의 활성화 정도가 아니라 내 상품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곳인지가 중요하겠죠.
안 저는 ‘우리 주점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경리단 길뿐이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경리단 길을 ‘서울의 북방한계선’이라고 말합니다. 경리단 길보다 더 위로 올라가면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보통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는 강남에 몰려있고, 강북으로는 잘 넘어오지 않거든요. 청담, 서래마을, 신사동 정도에 많이 몰려있죠.
강북은 이태원과 한남동 정도에만 고급 식문화를 소비하는 구매층이 몰려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음식점의 특성상 예술적인 경험을 하려는 고객이 자주 찾는 상권이 필요했습니다. 경리단 길 외에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김 본점이 있는 서래마을은 고액연봉자가 사는 주거단지입니다. 고객은 대부분 목적을 갖고 식당을 찾습니다. 당연히 주차장도 필요했습니다. 상업지역이 아니니까 단골 유치가 중요했는데, 그러려면 매니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주거단지라면, 매니저 교육을 특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두 번째, 강남 파르나스 몰은 아무래도 단골보다는 쇼핑몰 고객이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기 때문에 매니저의 역할이 본점만큼 요구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방문을 위한 음식의 퀄리티를 지키는 점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 광화문은 점심 장사를 잘해야 하는 곳입니다. 직장인 고객의 특징은 어찌 됐건 점심을 먹어야 하므로 무슨 음식을 내놔도 장사가 잘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점심 장사는 고객이 저녁 시간에도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 좋은 기회입니다. 한식 주점이기 때문에 저녁 장사에서 매출을 많이 올려야 하는데요. 신메뉴가 나오거나 새로운 시도를 점심시간에 찾아온 고객에게 먼저 제공해보고 실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3인의 대표는 창업 전에 다각적인 준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준비 과정은 결국 창업 후의 승률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식당 창업 전 지리산까지 다녀가면서 요리를 배우고 식당 창업 선배에게 조언을 들었던 과거의 창업기를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일부 참관객은 토의 이후에 질문하기도 했다.
참관객 질문1. 세 분 다 서울에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아니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방에서 창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김 저는 제가 서울 사람이라서 서울에서 한 거였고요. 사실 지방을 가면 같은 비빔밥을 팔아도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습니다. 임대료도 그렇고 식재료도 서울보다는 저렴하니까요.
그렇다고 지방에서 8,000원짜리 비빔밥을 5000에 팔지는 않잖아요. 당연히 지방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대구에서 올라오신 최채환 대표님이 더 자세히 답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 사실 고급 식당으로 가려면 상권이 한정되어 있어요.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서울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큰 기업을 만들 생각은 아니시잖아요?
사실 서울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브랜드가 많습니다. ‘설빙’, ‘교촌치킨’, ‘서가앤쿡’ 등. 많죠. 대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하자면, 대형 식품 기업들이 지방에 출장 갈 때 꼭 들렀다가 가는 곳이 대구입니다. 그만큼 참신한 브랜드가 많다는 이야기죠. 제 주변에도 좋은 아이템의 식당 사장님이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중 대부분이 대구를 떠난다는 거예요. 대구 출신으로서 슬픈 이야기죠. 사실 젊은 친구들이 더는 할 게 없습니다. 대구의 전체 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경쟁은 과열돼서 상도덕이 없어져 버렸거든요. 동성로나 유명 상권에는 식당 코앞에 이름만 다르지 똑같은 메뉴와 콘셉트로 교묘하게 법망을 비켜나가는 곳이 허다합니다. 아무튼, 어디서든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관객 질문2. 중간에 직원 인센티브나 육성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남들과 다른 노하우 한가지씩만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최 제 장점이라고 얘기해야 하나. 저는 술을 굉장히 잘 먹습니다. 그래서 직원과 일대일 또는 소수로 술을 자주 먹습니다. 술자리에서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창업 멤버의 60% 이상이 지금도 남아서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F&B 시장의 노동 환경은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주 5일 근무를 빙자한 6, 7일 근무자들이 셀 수도 없고요, 9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도 수두룩합니다. 제대로 급여를 받지도 못하죠. 저희는 철저하게 지킵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직원들이 모두 알도록 오픈하죠. 그러면서 술자리에서 항상 하는 말이 너희가 잘돼야 내가 잘되는 거고, 이 회사가 잘되어야 너희가 어딜 가더라도 자부심 느끼며 지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안 술자리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도 직원과의 일대일 자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전체 회의시간을 언급했는데요.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는 할 수 없는 의견이 있거든요. 저는 굳이 술을 먹지 않더라도 따로 이야기하면서 의견을 듣고는 있습니다.
그리고 인센티브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금액적인 인센티브는 전혀 제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는 일 자체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이야기를 많이 해주죠. 직원들에게 업 셀링(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을 하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는 손님에게 좋은 술을 알려주고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알려주는 게 다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까 주간 회의 때 오히려 이번 주에는 이 술은 팔지 말자고 제안하는 직원도 나옵니다. 유통기한이 짧은 술은 항상 상태가 달라지게 마련이거든요. 저도 그러면 해당 술은 팔지 못하게 합니다. 싼값에라도 팔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안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우리는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스스로 공부하는 데서 추가적인 가치를 얻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김 인센티브라면 보통 경제적인 이야기를 하죠. 필요합니다. 근데 인센티브 때문에 직원의 능력이 올라가거나 오래 일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다른 곳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해주는 쪽이 직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식재료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산지 방문이라던가 인문학 강의에 투자합니다.
참관객의 질문을 끝으로 모든 세션이 마무리됐다. 얼마 전 열린 농림식품부가 주최한 2017년 식품 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는 내년 외식산업의 주요 키워드로 ‘각자도생’을 꼽았다. 각자도생이란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시장 상황은 여전히 어려울 테니 각자 살 방법을 찾으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닐까?
부디 내년 이맘때는 더 많은 수의 성공 소식이 들려오길 바랄 뿐이다.
원문 : 셰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