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가 서울을 넘어 전국에 있는 식당을 선별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힘들 것”
“처음으로 발간되는 도시에는 항상 의혹과 다양한 평가가 뒤를 이었다. 서울 가이드도 앞으로 진보하리라 예상”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에 대한 현직 셰프의 평가가 엇갈렸다. 글로벌 리더스 포럼 2016에 참석한 윤화영 셰프와 이준 셰프는 패널 토의를 통해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개인 의견을 밝혔다. 이 자리는 레드 가이드의 서울 편이 발간된 후 처음으로 현직 오너 셰프가 공식발언을 할 수 있는 곳으로서 관심을 받았다.
17일, 서울 롯데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리더스 포럼 2016에서는 ‘미식의 진화, 맛을 창조하라’라는 세션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3명의 개별 발표 이후 패널 토의로 이어졌는데, 패널 토의에 주된 질문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에 대한 것이었다.
이날 세션 5에 포함된 패널 토의는 유명 사진작가이자, 푸드칼럼리스트인 장 피에르 가브리엘Jean Pierre Gabriel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그는 30년 넘게 일하면서 유명 셰프의 쿡북Cook Book을 다수 제작하는 등 파인 다이닝 시장의 세계적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초청된 연사로는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세 개의 별을 받은 조니 보어, 엠마누엘 르노 셰프와 ‘마스터 오브 와인’으로 선정된 지니 조 리 씨다. 조니 보어는 네덜란드의 유일한 3스타 레스토랑인 De Librije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인 테레즈 보어는 ‘마스터 오브 와인’ 타이틀을 갖고 있다. 보어 부부는 네덜란드의 즈볼레 지역에서 나는 특유의 식재료를 사용해 ‘보어 스타일’ 요리를 창조해냈다.
엠마누엘 르노 셰프는 자신의 레스토랑 Flocons de Sel을 운영하며 2003년 미쉐린 스타 1개를 받고, 2006년에 두개, 그리고 2012년에 3개의 별을 손에 쥐었다. 그의 레스토랑은 프랑스 알프스 산맥이 있는 곳임에도 최상급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350명에게만 부여되는 칭호 ‘마스터 오브 와인’. 지난 2008년 아시아인 최초로 지니 조 리가 증서를 받았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1994년부터 홍콩에 살고 있는데, 다국적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비니탈리에서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
미식 산업의 글로벌 명사가 이야기하는 미쉐린 가이드와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연사자들은 각자 레스토랑 소개와 요리 철학을 설명하는 등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관객에게 전달했다. 개별 발표 후 패널 토의에서는 최근 발간된 미쉐린 서울 가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관련 내용을 Q&A 형태로 소개한다.
Q 이번 서울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이준 셰프에게 묻고 싶다. 별을 받고 난 이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준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앞으로도 더 나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겼다. 아직은 많은 사람이 우리를 알지 못한다. 점점 우리가 알려졌을 때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궁금한 상황이다.
Q 가이드가 발간된 이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패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화영나는 일찍이 미쉐린 가이드의 문화 안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12년간 지내다가 한국에 왔다. 미쉐린이 요리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질문 내용대로 서울 편 발간 이후 많은 의견이 들려왔다. 물론, 평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기에 결과 자체에 크게 뭐라 할 말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서울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을 다 점검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든다. 일단 서울에는 119,680개의 식당이 있다. OECD 소속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1,000명당 13꼴로 식당이 존재한다. 163명의 인스펙터가 1년 동안 하루에 두 끼씩 하루도 쉬지 않고 한 끼도 쉬지 않아야 조사가 가능한 수치다.
이들의 급여를 연봉 2400만 원으로만 쳐도 연간 40억이라는 인건비가 필요하고, 2만 원짜리 가이드가 20만 부는 팔려야 인건비 정도 나온다. 식사비, 교톻비 등을 고려하면 비용은 더 필요하다. 그런데도 서울의 모든 식당을 다 점검할 수 있었을까? 전국으로 가이드 내용을 확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더 많을 것이다.
지니 조 리(이하 지니) 지금까지 미쉐린 가이드가 새로 발간된 도시에서는 늘 있던 이야기다. 전체 국가나 도시에 있는 레스토랑을 모두 다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수 조사가 아닌)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선별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쉐린 가이드는 도시를 공부하고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해에는 당연히 갖가지 의견이 생기게 마련이다.
중요한 점은 미쉐린 가이드의 여파다. 확실히 강하다. 서울의 F&B산업 전반을 격상시킬 수 있는 좋은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봐야 한다.
조니 보어 미쉐린 가이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를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 별을 받으면 행복하다. 그렇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행복이다. 고객이 행복해야 셰프도 행복할 수 있다.
엠마누엘 프랑스인으로서 미쉐린 가이드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아는 정도로는 모두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도시가 크면 그만큼 조사해야 할 양이 많아져서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
앞으로 서울의 가이드도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1 스타부터 받아왔던 기억을 떠올리면, 사업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 관광객에게 활용도가 높다.
Q 미쉐린 가이드와는 다르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게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이하 WB50R)순위다. 이 두 기관이 셰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이준 WB50R과 미쉐린의 성향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기관의 성향 차이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 입맛에 적합한 레스토랑을 결정하면 될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상 WB50R 같은 경우 깜짝 놀랄만한 요소를 가진 레스토랑이 순위에 오르는 것 같다.
반면 미쉐린 가이드는 도시 상황을 고려해 선정한 경향이 있다. 만약 내가 두 기관의 결과를 참고해 레스토랑을 고른다면 그 나라의 특색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미쉐린 가이드를 볼 것이고 나라를 따지지 않고 즐기려면 베스트 레스토랑50을 참고하겠다.
윤화영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의 레벨을 측정한다. 반면 WB50R은 소비자나 전문가들의 인기투표 아닐까? 예를 들면 비틀즈가 인기가 높은 시절에는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순위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실력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 기관의 역할은 이렇게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두고 꾸준히 평가하는 미쉐린에 더 욕심이 난다.
지니 WB50R의 TOP3를 예를 들면, 전통적인 프렌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택하지 않는다. 아마도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곳에 더 높은 순위를 주는 것 같다. 미쉐린은 반면, 도시 안에서 전통적인 곳과 현대적인 곳 모두 동등한 가치로 평가한다.
마무리하며
이처럼 패널 토의는 한국 외식산업의 이슈인 미쉐린 가이드 발간과 관련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미식 기준에 사대주의적인 기조가 섞일 것이라는 점, 도입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 등을 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발간 이후 가이드에 등재된 레스토랑의 예약이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근 5년 전부터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미식 세션이 신설되고, 매년 해외 명사가 한국을 방문해 의견을 전달한다. 초청된 명사는 외식업의 다양한 직군으로 이뤄졌다. 그중 셰프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식문화를 즐기는 수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셰프의 활동은 더욱 중요해진다. 경제를 떠받들기도 하지만, 시민이 즐길 문화 수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널 토의 전에는 엠마누엘 르노 셰프와 조니 보어 셰프 그리고 지니 조 리 마스터가 개별 발표 시간이 있었다. 두 명의 셰프는 각자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어떤 철학으로 운영하는지 동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아시인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으로 선정된 지니 조 리씨는 국내 외의 주류 현황과 와인 페어링, 특히 한국 음식 맛을 종류별로 설명하며 어떤 종류의 와인과 페어링을 하면 좋은지 설명했다.
글로벌 리더스 포럼은 TV조선과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세계 각국의 정책 결정자, 기업인,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의 해법을 찾는 국제 포럼이다.
원문 : 쉐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