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을 비하하는 이재명 지지자들의 글에 이재명 본인이 ‘좋아요’를 누르고 다녔다. 그가 ‘좋아요’를 누른 글은 어떤 근거를 갖고 비판하는 글이라기보다는 문재인에 대한 비난·모욕에 가까웠다. 현재 문재인은 그동안 보수파는 물론이고 범야권 지지자들에게도 두루 비난당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게이트’ 이후 나온 비난은 이랬다.
간보기를 한다, 유약하고 강단이 없다, 소극적이고 판단력이 떨어진다, 하는 게 없고 숟가락만 얹는다…
이 마타도어를 국민의당과 이재명 지지자 그룹이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이 이런 저속한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다녔다는 것이다.
2.
이재명이 비판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재인 캠프와 관련이 있는 정철이 양쪽을 무마하는 글을 올린다. 이 글은 ‘문재인의 길이 있고, 이재명의 길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을 양비론으로 읽으면 안 된다. 이 글은 문재인 지지자들이 더 이상 이재명을 비판하며 확전하지 않기를 바라며 사태를 무마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글이었다.
3.
그런데 이 글은 결과적으로 양비론을 확산시켰다. 사태를 무마한 게 아니라, 본질을 묻어두려다가 오히려 사태를 확산시키는 글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글 이후에 문재인 지지자들이 이재명 지지자들과 동급으로 욕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지지자들도 자중하라는 식으로 훈장질을 당한 것이다.
4.
이재명은 해명글을 올렸다. 그 해명글 또한 그렇게 납득이 가는 종류의 해명글이 아니었으나, 그것으로 끝이 난 것도 아니다. 그 해명에 대해 자기 지지자가 ‘문재인님을 지지하는 쓰레기 악플러들에게 주는 이재명 시장의 친절한 설명 기가 막히다’는 트윗을 하자 이를 리트윗했다. 이재명의 행위를 비판한 문재인 지지자들이 ‘쓰레기 악플러’라고 표현되는데 이를 리트윗했다.
이게 문재인을 존경한다는 이재명이 할 짓인가? 이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5.
‘야권은 뭉쳐야 한다’는 절대명제가 있다. 그를 통한 아름다운 경선을 이야기 한다. 그냥 관념적으로만 생각하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후보들이 저마다 공약을 내놓고 지지자들에게 호소를 하고, 그렇게 전국을 돌면서 투표를 하고, 누군가가 대선 후보가 되면 모두가 축하를 해주고, 일치단결 선거운동 같이하고, 그렇게 대선 승리하고.
그러나 이건 존재하지 않는, 존재한 적도 없는 판타지이다.
노무현이 민주당 후보가 되었을 때, 그 때의 경선은 아름다웠나? 이인제가 깽판을 치고, 한화갑이 깽판을 치고, 정동영이 차기를 노리고 경선 완주해준 과정이 아름다웠나? 정동영이 대통령 후보가 될 때의 경선은 아름다웠나? 유시민은 예선에서 탈락하고 이해찬이 나자빠지면 그 경선 또한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6.
지금의 고름을 대충 뭉개고 가면 아름다운 경선이 펼쳐질까? 머릿속에 있는 판타지는 집어치우자. 아름다운 경선은 없다. 치열한 승부만 있을 뿐이다. 승리를 위해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것이 경선이다. 지금부터 사이좋게 지낸다고 경선에서도 사이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차라리 지금부터 치고박고 싸우면서 드러낼 것 다 드러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7.
문재인이 표를 모아오고, 안희정이 모아오고, 이재명이 모아오고, 김부겸이 모아온다고 해서 그게 모두 야권의 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 또한 판타지다. 결국 최종적으로 후보가 되는 사람이 경쟁력이 관건이지, 경선에 참가하는 후보들이 가진 표가 모두 야권표가 되지는 않는다.
8.
지금의 상황을 대충 뭉개는 사람이 오히려 내부의 적이다. 그야말로 얄팍한 정치전략이다. 내부의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 반칙에 대해서는 엄중히 경고장을 날리고, 반복되면 퇴장을 시켜야 한다.
우리는 같은 편이며, 같은 편끼리는 총질하지 말자는 판타지는 이쯤에서 접어두자. 이렇게 유치한 판타지를 쓰는 행태야말로 내년 경선을 ‘아름다운 경선’이 아니라 ‘추하고 더러운 경선’으로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원문 : Soon Wook Kwon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