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화두는 당연히 NLL이다. 공개되지 않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전 대통령의 회담내용이 공개 되면서, 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다짐하게 되는 여러가지 버전의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다.
나 역시 이번 문건 공개는 국정원의 뼈아픈 잘못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그 많은 해석 속에서 NLL은 정쟁의 대상이 될 뿐, 그 가치는 종종 폄하되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NLL, 법률보다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NLL이 정치, 법률적 당위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양욱 대표가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본 NLL에서 밝혔듯 북한 역시 그 실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실효성 이상으로 NLL이 중요한 이유는 안보적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NLL은 북한의 서해안을 감싸듯이 안고 있다. 사실상 가시선 안에 북한 해변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서해안에서의 북한군의 도발 및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가능할 경우 적절한 투발 수단을 통해서 직접 견제도 가능하다.
북한이 NLL을 넘어 서해5도를 먼저 제압하지 않고 서해상에서 상륙작전 등을 시도하는 건 NLL의 존재로 인해서 (특수전등의 소규모 상륙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백령도에서 평양은 직선거리로 약 160km정도에 달한다. 국군이 가진 미사일중 상대적으로 많은 종류의 미사일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다. 또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전면전 발생시, 서해 5도와 근해의 통제권은 아군 전투기들이 상대적으로 대공화망의 압박이 적은 해상을 통해서 안전 지대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다.
NLL을 북한의 주장대로 미룰 때 최악의 시나리오
자, 그럼 만약에 서해5도의 통제권을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NLL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다면, 북한이 서해5도 근해의 통제권을 가진다면 어떨까? 당장 서해 근거리 무력투사 최소 방어시간조차 확보되지 않는다.
황해도에서 북한의 해군이 맘대로 활동하면, 서해는 금새 북한의 앞마당이 된다. 지금 북한이 함부로 활동하지 못하는 건 서해 5도, NLL 덕분이다. 황해도에서 공기부양정 등 비대칭적인 상륙전력으로 치고 올 때 서울과 인천을 방어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무략투사 이외에도 경보 역할까지 하고 있는 방어의 제1선이다.
북한에서 서해 5도 주변의 주요 항로에 기뢰를 살포해, 선박의 항행을 막는다면, 우리에게는 서해5도의 통제권을 포기하거나, 매우 제한된 군 인원 정도만을 유지할 수 밖에 없으며, 그나마도 소해작업 전까지는 헬기등을 이용한 공중 보급밖에 방법이 없으며, 이 경우 사용할수 있는 대형헬기 숫자가 매우 모자란 군으로서는 소모된 무기류의 보급자체가 매우 어렵게 된다.
여기에 북한이 제안했다는 해양경계선을 보면 우도 남쪽 해상에 존재하는데 이는 우도를 기준으로 영종도(맞다. 그 공항이 있는 영종도) 근해 바다가 북한의 스틱스 사정거리 안에 모두 들어간다. 해안포대의 실크웜 미사일도 물론 이 거리까지 커버가 가능하지만, 해안포대는 섬 음영 등으로 인해서 근해 이상을 노리기가 힘들데 반해, 유도탄 고속정등에 탑재된 함대함 미사일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더군다나 연평도와 우도 등의 통제권을 빼앗긴다면, (북한의 주장대로 선을 내어준다면, 서해5도 인근의 매우 제한된 수역을 제외한 나머지 해역은 전부북한의 통제안에 들어가며, 이 경우에는 기습 공격등에 대비해 섬을 방어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영종도, 인천항, 평택항 부근까지 모두 지대함 미사일 사거리안에 들어간다.
NLL은 군사적 요충지, 안보의 중요성을 폄하하지 말자
NLL에 대한 여러 가지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국어교육의 문제로 고민되는) 해석들을 잠시 옆에 치워놓고, NLL 자체의 군사적 존재 가치에 대해서 많이 부족한 글을 써보았다. 다른 모든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NLL은 북한의 도발과 전면전 시도를 억제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그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피가 뿌려졌다.
얼마 남지 않은 6월 한 달이라도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 또는 상대방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NLL자체의 중요성과 그 땅을 지키기 위해서 스러져간 많은 분들의 뜻을 잊지는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