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의 논란 속에서 NLL(Northern Limit Line)이 이슈가 되고 있다. NLL이 지나치게 진영 문제로 읽히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노무현 대통령도 NLL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평화수역을 제안했다. 정치적 가치에 따라 NLL의 가치가 폄훼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남긴다.
NLL의 이슈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도대체 이 땅이 무엇인지, 어떻게 얻어지고 설정된 것인지, 그 전략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북한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NLL의 중요성
육상의 DMZ가 있다면 해상에는 NLL이 있다. NLL은 장산곶에서 시작하여 황해도 남부를 거쳐 한강 하구까지 이어진 가상의 선이다. NLL은 우리 군이 점령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라는 서해5도를 연결한 선이다. 물론 NLL은 국경선이 아니라 군사분계선이다. 이는 DMZ와 마찬가지이다. 고작 군사분계선인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고 물어볼만 하다. DMZ도 고작 군사분계선이지만 남과 북을 가르는 중요한 경계가 된다. 게다가 NLL은 북한의 (묵시적인) 동의 하에 형성되었다.
북한의 동의라고? NLL은 휴전당시 UN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 장군이 임의로 설정한 선이라는 게 우리에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설정 후에 UN군은 그 내용을 북측에게 통보했고, 북한은 이후 20여 년간 이의제기 없이 이를 지켜왔다. 왜냐하면 휴전 직후 NLL 때문에 북한은 오히려 얻은 이익이 컸기 때문이다. 전쟁 내내 해군력의 열세로 UN군의 공격에 시달려 왔던 북한으로서는, NLL이 설정되자 ‘그럼 그 위로는 안 올라오는 거네’라며 NLL 설정을 내심 반겼던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상황이 있었길래 휴전 시에 북한은 NLL 설정에 토씨하나 달지 못했던 것일까?
북한의 주장? 애초에 NLL은 남한의 양보였다
1950년 가을이 되자 우리군과 UN군은 파죽지세로 북진을 거듭했으나, 중공군(현재의 중국군)의 참전으로 패퇴를 거듭했다. 중국과 북한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중국이 북한으로 물자를 보내는 주요한 병참선은 서해안의 육로(즉 경의가도)와 서해바다였다. 이미 우세한 해군력으로 제해권을 장악한 UN군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거점을 마련하는 작전을 수립했으며, 이에 따라 서해안 전략도서 확보작전이 시작되었다.
전략도서 확보의 시작은 교동도였다. 교동도는 한강하구의 요충지로 강화도, 황해도 연백, 경기도 개풍 등 지역을 동시에 견제하는 중요한 위치였다. 우리군 해병대 41중대가 51년 4월 2일 이곳에 상륙했는데, 북한군은 그 전략적 중요성을 알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반격을 가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교동도를 점령한 우리 군은 이제 백령도로 이동했다. 백령도는 38도선이 설정되었을 때부터 이미 대한민국의 관할이었고, 1.4 후퇴 이후에도 북한을 피하여 내려온 수많은 피난민들이 거주했다. 우리 해병대는 백령도를 발판으로 북한을 견제하는 든든한 전략거점으로 활용되어 왔다. 백령도 이후 우리군은 과감하게 석도와 초도까지 올라갔다.
특히 석도와 초도는 평안남도와 황해도를 가로지르는 대동강하구의 광량만에 위치한 섬들이었다. 북한의 서해 최대항구인 진남포에서는 30여km, 평양까지는 70여km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존재였다. 그야말로 북한의 심장을 노리는 비수와 같은 존재가 석도와 초도였다. 여기까지 진출한 우리 해병대는 7월말 대동강 입구까지 침투해 적 수송선을 격침시키고, 8월초에는 적군 50여명 사살하고 교량 2개를 파괴하고 적 보급로를 차단했고, 계속하여 적 후방교란을 실시했다.
북한은 석도를 탈환하기 위하여 6군단 소속 2개사 단을 동원하는 등 서북도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북한군의 병력이 증강되자 우리군도 기존의 독립중대를 확대개편하고, 연대급의 도서부대를 창설했다. 이에 따라 연대 예하의 3개 대대가 석도/초도, 서해5도, 그리고 동해 요충도서에 배치되었다. 여기 배치된 부대들은 해상상태가 안 좋으면 보급을 받지 못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어가면서도 위치를 사수하여 북한군을 옥죄었다.
그리고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자 당장 이들의 존재가 문제가 되었다. 결국 우리군은 DMZ와 연결하는 가상의 해상선인 NLL을 만들고, NLL 이하로만 활동을 제한하게 된다. 그 결과 석도나 초도 같은 요충지를 넘겨주었고, 동해의 여도나 양도 등 전략도서까지도 포기하게 되었다. NLL 이북에서 군사작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북한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나 다름없다.
NLL은 정치적 이슈가 아닌 안보의 문제
이제 다시 현재 NLL로 돌아오면,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는 6.25전쟁에서 우리 군이 피땀으로 지켜낸 땅이며, 그 존재만으로도 북한군 1개 군단을 황해도에 묶어두는 날카로운 비수이다. 그러기에 북한으로서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위협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북한은 1967년에도 우리 경비정 당포함을 격침시켰고, 1970년 해군방송선을 피랍하기도 했다. 1·2차 연평해전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도 이러한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NLL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논란의 대상으로 보고 양보할 것인가? 논란이 된다고 DMZ를 양보할 수 없듯이 NLL도 그러할 것이다. 특히 각 도서에 우리 국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NLL을 지켜야 할 이유가 된다. 이렇게 NLL을 굳건히 지켜내는 가운데, 남북 관계의 완화에 따른 평화로운 이용도 가능하다. NLL과 관련하여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에 관한 논의가 과거 정부에서 있었는데, 이후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한은 어로에 관심을 두기는커녕, 오히려 우리의 영해를 부정하고 있었기에 결렬된 것이다.
NLL의 문제가 정치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호국영령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NLL 자체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느 특정정당의 편도 들 생각은 없거니와, 영토와 국가안보의 문제만큼은 제발 진영논리가 없이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는 국민적인 합의가 있었으면 한다. 그런 합의야말로 평화를 위한 굳건한 기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