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기대하면 지하실을 보게 된다. 정말 싫은 사람을 안팎으로 자주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인간이지만, 금융시장을 포함한 내 주변이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이 사람의 과거 공약과 발언을 토대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큰 의미는 없고 내 거친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로 생각해 주길.
1. 주식은 좋을 것이다
트럼프는 재정 정책을 쓰겠다고 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강한 인프라 투자를 공약한다.
공약이 정말 실행될지 불확실성이 높지만, 인프라 투자는 경제에 긍정적이다. 트럼프를 가루가 되도록 씹어대던 폴 크루그먼도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통화정책은 과잉, 재정정책은 부족한 상태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의 강한 재정지출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이로울 것이다.
2. 한국 주식도 좋을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도 우리나라 수출은 더 좋아질 것이다. 보호무역 강화의 악영향에도 미국의 (민간과 정부에서 나오는) 소비가 더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회가 강한 나라다.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 노선을 따른다. 대통령의 무리한 관세부과를 의회가 쉽게 통과시킬 것 같지 않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강력한 관세 보복은 가능성이 낮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재정지출 확대로 수입 수요가 늘어난다. 트럼프의 의도와 상관없이 미국의 경기회복과 소비 증가는 이머징 국가에 이롭다. 아무리 리쇼어링해도 미국 혼자 모든 자국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3. 장기채권 금리는 오를 것이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조짐이 보인다. 여기에 재정지출까지 더해지면 인플레이션은 더 빠르게 나타난다.
이민자 배척 정책도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것이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불법 체류자일지라도) 이민자를 노동시장에서 몰아내면 임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장기채권 금리 상승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4.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높다
트럼프는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다. 통화정책 자체에 대한 언급한 없었지만, 자넷 옐런 연준의장이 정치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옐런 의장의 임기가 끝나면 재임시키지 않겠다고도 했다.
옐런을 아웃시켰을 때, 트럼프가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까? 부정적이다. 그녀를 대체할 만한 사람도 드물고, 그런 훌륭한 사람이 트럼프와 궁합이 맞을 것 같지도 않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옐런이 임기를 남겨두고 자진해서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통화정책 방향성과 연준의 독립성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떤 변화가 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불확실성으로 단기금리는 오르기 힘들 것이다. 혹은 지금보다 더 낮아지겠지.
5. 불확실성 자체가 그냥 높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을 검색해 보았으나, 개략적인 내용만 있을 뿐 디테일을 찾기 힘들었다(준비 없이 급조되었을지 모른다는 의심만 든다). 그리고 공약의 많은 부분이 공화당의 기본노선과 배치되고 있다.
공약 이행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특히 무역 관련 공약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다. 저 공약들이 정말로 이행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공약 자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뻥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리고 나도 예측 불가능한 존재가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싫다.
원문 : 이기원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