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버리는 것’
얼마 전 방송된 드라마에 나온 말이다. 반려동물 1,000만 마리의 시대, 유기동물은 10만 마리에 달한다. 이마저도 신고된 숫자이고 실제로는 한 해에 20만 마리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이 가장 즐거운 시간, 여름 바캉스 시즌은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버려지는 때이기도 하다. 이 중에는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한때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이 유기동물이 되고 있다.
사람에 의지해서 살던 반려동물이 갑자기 낯선 장소에 버려지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버려지는지도 모른 채 한없이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배고픔에 지치고 혼자 보내는 밤이 두려워 떤다. 신고되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하게 되면 당장의 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 일정한 보호 기간(서울시의 경우 20일) 동안 주인이 찾아가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하게 된다.
그보다 운이 좋은 경우는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유기보호소에 들어가는 경우다. 안락사를 피하고 치료와 보호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보호소의 삶도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라 낯설고 거친 다른 유기동물들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에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다 보면 야생성이 살아나 거칠고 공격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42가지』의 저자 권혁필 동물행동심리전문가가 유기동물의 재사회화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유기동물보호단체에서 1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가슴 아픈 광경을 많이 보았다. 보호소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입양된 동물들이 적응 실패로 파양되어 더 큰 상처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입양 전 유기동물과 새로운 보호자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사랑한다면 ‘공부’하세요!
반려동물을 위한 교육은 한때 삶의 동반자였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것을 예방하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 유기동물 4마리 중에 한 마리는 문제행동 때문에 버려진다고 한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너무 짖어서 이웃과의 갈등이 심해지거나, 무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기간은 보통 10년~20년이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라도 언제나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주인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다. 동물도 성장의 과제가 있고 환경에 맞춰서 살기 위해 나름의 생존기술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주인에게 칭찬받기 위한 방법이 오해를 받거나 두려움과 불편함에 대응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사람들에게는 ‘문제 행동’으로 비친다.
인간이 다른 종인 반려동물과 가족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권혁필 동물행동심리전문가는 문제행동을 가진 반려동물을 교육하면서 동물의 행동 교정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보호자도 같이 변해야 교육의 효과가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가까운 곳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교육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가 반려동물에 관한 교육이 당연히 필요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반려동물문화교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교육 공간을 준비하고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에서 반려동물 보호자를 위한 강의를 진행하는 이유이다.
‘우리동생’이 꿈꾸는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
반려동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유기동물을 예방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다. 또한 동물과 사람 간의 마음을 잇는 방법을 배우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만들어지고 있다.
정경섭 우리동생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동물 진료, 교육, 유기동물 보호 등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동생의 조합원 1500명은 지난해 3억5000만 원을 들여 동물병원을 세웠다. 진료수가는 조합원들이 회의를 거쳐 결정하고, 보호자들을 위한 상시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살찐 고양이들과 사는 이들의 모임, 노령 혹은 질병으로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모임, 수제 간식 만들기, 반려동물 옷 만들기, 출장이나 여행 시 반려견 돌봐주기 등 소모임을 통해 작은 공동체가 형성된다.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 뿐만 아니라 유기동물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일에도 마음을 모아서 지원하고 있다.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협동조합인 ‘우리동생’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아 유기동물 치료비로 작년만 1,000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유기동물 입양에도 앞장섰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약하고 힘없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권혁필 동물행동심리전문가는 사람에게 하루의 시간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에게는 몇 주의 시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반려동물과 가족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언제나 반려동물이 내게 위로와 기쁨을 주기를 요구하기보다 이해하고 교감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소중한 시간을 사랑으로 채우는 방법이 되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이별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글: 유보라 이로운넷 에디터 / 사진: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이우기 사진가
※ 본 기사는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 디지털마케팅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