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갤럭시 노트7’ 발화사건이 예상외로 더 크게 번져서 결국은 철수라는 최악의 수를 두게 되는군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삼성 걱정이라고들 하지만, 이래저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으로서는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시장의 점유율 하락 예상
아마도 이번 ‘갤럭시 노트7’은 져서는 안 되는 전투 하나를 대패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노트7의 출시 일정을 앞당겼던 것이 아이폰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가져가기 위함이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아이폰과 삼성전자는 iOS와 안드로이드에서의 대표적인 플래그십 단말을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실상 안드로이드와 iOS를 왔다 갔다 하는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꽤 무서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구글이 ‘픽셀폰’을 내놓았습니다. 더 이상 저가폰이 아닌 아이폰과 동일한 가격으로 내놓고, 모든 사양에서 최고라고 추켜세우고 있죠. 말하자면 “안드로이드의 플래그십은 이제 우리다”라고 광고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리고 싼 맛에 사던 중국폰이라고 해도, 화웨이는 저렴한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던진 지 좀 됐습니다. 이들도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시장을 위협하고 있지요.
결과적으로 ‘갤럭시 노트7’의 퇴장은 플래그십을 찾는 많은 사용자들이 다른 기기로 눈을 한 번씩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습니다. 특히 구글이 “우리가 원조야!”라고 나섰으니 참 타이밍 나쁩니다. 이전에는 그래도 구글이 과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상황이 변한 만큼 쉽게 안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에 안착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나쁜 소식이죠.
2. 한국(SDI)의 리튬이온 배터리 신뢰도 하락
더군다나 삼성전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 SDI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고, 전기자동차의 수혜주입니다. 하지만 테슬라모터스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가장 큰 기술력 중 하나가 44개의 특허로 배터리의 안정성을 보완했다는 것이지요.
자동차와 휴대폰은 분명 기술과 환경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SDI의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은 신뢰도를 크게 잃을 것이 자명해 보이는 이 상황에서 전기자동차와 연관된 배터리 시장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갤럭시S 8시리즈’는 다시 리튬폴리머 배터리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단가상승과 삼성전자의 마진압박을 추가로 발생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노트7은 삼성의 기술력으로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올리고 일정은 줄인다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지요. 이게 화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3. 삼성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S8의 페이스오프 부담
핸드폰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야 갤럭시노트7인지 그냥 S7인지 알아보겠지만, 그 외 해외의 많은 사람들은 그냥 ‘삼성폰’이라고만 인식합니다. 삼성폰은 나름대로 세련된 디자인을 인식시켰죠. 개인적으로도 S6부터 디자인은 애플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디자인만 보면 노트7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가 하락하였으니, S8는 이전 디자인과 다른 ‘페이스오프’까지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4. 3가지 숙제를 풀어야 하는 삼성전자의 미래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회사인 Viv를 인수하고 IoT와 서비스 중심의 전략을 짜려 했던 것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고, 이는 부담의 가중 문제로 이어집니다.
물론 그 정도 인력과 돈이 있는 회사입니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서비스 기업으로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며, 신뢰도까지 회복해야 하는 3가지 숙제를 동시에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업은 1명이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3가지 숙제는 3가지 조직에서 풀면 되겠죠. 다만 숙제가 많아지면 우선순위와 조직의 조율문제도 늘어납니다. 잘 하겠죠. 삼성 걱정은 쓸데없는 거니까.
추가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영 선에도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까도 싶네요. 일단 책임을 진 많은 임직원이 잘릴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변화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삼성전자 정도 되는 글로벌 기업을 가업으로 만들 것인가요? 전문경영인 위주의 운용을 통해 부담을 버리고 대주주로 빠지는 것도 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문 : 숲속얘기의 블로그